헬조선

노인
18.05.26
조회 수 839
추천 수 1
댓글 0








엄혜진의 인권 이야기

 

나도 프리섹스주의자가 되고 싶다

 

 

여성이라면 한번쯤 프리섹스주의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타자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갇혀버린, 거추장스러운 나의 몸이 가장 저돌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프리섹스주의는 나에게도 한때 막연한 동경이었다.

 

93년, 학내 활동가들 앞에서 직선간부 출마소견을 밝히는 자리였다. 고심하던 차에 던진 출사표의 서두는 이랬다. "나는 프리섹스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권력 불평등에 맞서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그럴싸한 '정치적'인 선동을 끌어내기 위한 대유법(프리섹스주의=자유주의)이었다. 운동사회의 성적 보수성과 경직성에 대해 의문을 품던 나는 프리섹스주의라는 언급만으로도 내심 만족하면서 우리의 프리섹스주의는 자유주의의 그것과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엉성한 견해도 은근히 내비치고 싶었던 듯하다. 평소에 브레지어 안 입고 다니더니, 그게 프리섹스주의냐고 선배들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놀리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나 스스로도 여성에게 있어 프리섹스주의가 갖는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에서 공개한 사례 중 친분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논쟁에서 일부 남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입장은, 그 동안 내가 분열해왔던 프리섹스주의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던져주는 듯 하다. 자칭 자유주의자들인 이들 남성들은 이 사례의 가해자가 단지 "플레이보이"일 뿐이며, 관계의 진정성 없는 성적 대상화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소녀이데올로기에 물든 보수적 여성들"이라고 윽박지른다. 이 사건이 왜 성폭력 사건인가를 강조하기에는 짧은 지면이 아쉽지만, 성폭력과 성애를 구별짓지 못하는 성에 대한 남성 일방적 관점이 난무하고 있는 아찔한 현실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어야겠다. 성녀, 혹은 창녀로 구분되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프리'하게 '섹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순결이데올로기'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여성주의자도 아니라며 마치 진정한 여성주의자는 모두 섹스를 해야 되는 것처럼 기세 등등 남성들만의 프리섹스주의를 설파한다. 그들은 성적 결정권을 박탈당해왔던 여성들의 양가의 갈등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면서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그들만의 성적 기호와 코드와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프리섹스주의를 찬양한다. 알싸한 석양이 유람선 둥실 떠있는 바다를 홍조로 물들이는 가운데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 그토록 낭만적인 분위기에 신나게 몰입해 가는 남자 친구와 다르게 갇혀진 몸의 굴레를 벗어야 할지 말지를, 먼저 자맥질하곤 하는 이 땅 여성들에게 프리섹스주의는 한번도 그녀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나의 성적 결정권을 보장받고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성적 권력을 누릴 때, 나도 프리섹스주의자가 되고 싶다. 

 

- 엄혜진(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활동가이며,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 멤버입니다)

 

출처

https://sarangbang.or.kr/kr/info/hrinput/hr_content.html?seqnum=1058&page=1&order=1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최신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178059 0 2015.09.21
29592 솔직히 윤석열 임기 첫해인 2022년에 북한이 헬조센에 핵폭탄을 서울에 박았다면 월드컵 16강 갔다. new John 4 0 2026.06.26
29591 응 그래 솔직히 내가 국대감독이었어도 말아먹었다. 1 new John 9 1 2026.06.26
29590 대만의 1인당 GDP가 헬조센보다 높은 이유. 1 new John 25 0 2026.06.25
29589 축구, 고대 개새끼들이 또 한 건 했네 씨발. 1 newfile John 32 0 2026.06.25
29588 물에서 냄새난다고 하니까 끓어마시면 문제 없다는 창원시 수준 1 new 노인 19 0 2026.06.25
29587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욕설이나 말다툼은 경찰이 니들끼리 "민사로 해결하라"식으로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new 노인 15 0 2026.06.25
29586 어느 독일인이 말하는 한국인들 문제점 newfile 노인 11 0 2026.06.25
29585 슈카월드에 따르면 환율이 박살나는 것은 기실은 그냥 조또 부자되는 소리라고 칸다. newfile John 26 0 2026.06.24
29584 크롬웰 수준의 또라이가 나타나던가 양당독재에 삶아져서 뒈지던가 둘 중 하나지 뭐. 2 new John 40 1 2026.06.24
29583 한국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newfile 노인 14 0 2026.06.24
29582 어차피 이재명의몰락은 사실상 확정되어서 시간문제이고 new 킹석열 16 0 2026.06.24
29581 사실 최근에도 헬조선에서 수구세력들 대숙청이 일어날뻔한적이 있다 . new 킹석열 22 0 2026.06.24
29580 애초에 헬조선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거다 . new 킹석열 16 0 2026.06.24
29579 어차피 이재명도 임기 채우기 힘들거같은데 new 킹석열 24 0 2026.06.23
29578 윤석열이 몰락한건 , 헬조선수구세력들에게 경고하는거지 new 킹석열 19 0 2026.06.23
29577 동탄이 그나마 헬조선의 미래형신도시가 아닌가싶다 new 킹석열 27 0 2026.06.23
29576 태국인 마저 남한의 재벌 독점, 아파트 거주, 사회적 제한을 비판하고 있다 new 노인 34 0 2026.06.22
29575 서울 여성 50% 이상이 n잡 경험 있다? new 노인 43 0 2026.06.21
29574 이자 1프로 상승해봤자 이자비용 100만원도 안 오른다고 칸다. newfile John 52 1 2026.06.21
29573 이재명 개자슥도 삼전 파업에서 이재용 편 들어줬다고 칸다. 역시나 서울내기라서 통수 지리네 개새끼가 마. 3 newfile John 90 0 2026.06.19
1 - 1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