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8.03.30
조회 수 161
추천 수 2
댓글 2








 

자리가 없다. 일자리도 없고 나를 표현할 자리도 모자라다. 열정을 펼쳐라고는 하지만 열정이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우선 열정을 펼칠 자리조차 없다. 자리 하나 차지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오늘도 변변한 자리 하나 잡지 못한 청춘, 그마저도 잃은 노년은 소외감에 괴롭다.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엉겁결에 자리 하나 차지한 이들도 불안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호구지책 궁둥이를 붙이고 있으니 이 또한 지옥이다.

전근대적인 답답함이다. 자리가 곧 삶인 사회, 일할 수 있는 특권이자 살아가기 위한 면허를 얻어야 했던 예속의 삶. 종은 주인의 눈치를 보고 양반은 관가의 눈치를 봤다. 한자리하기를 꿈꾸며 과거를 봤을 테고, 끼리끼리 한자리 챙겨주기 위해 당파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자리가 없으면 분수를 알고 이에 적응하는 신분사회, 계급사회. 전근대란 자리의 경제였다.

그런데 이 자리의 경제는 봉건국가의 패망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일제의 영향을 받은 국가 주도 산업정책은 재벌에게 한자리씩 떼어주고 대신 국민을 돌보게 한다. 기업의존형 복지, 즉 대기업에 내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이 꽤나 달라지는 사회가 설계된다.

산업정책은 필연적으로 특권을 만든다. 정치적 연줄이 기업 수익성을 좌우하니, 정실주의와 연고주의가 꽃핀다. 시장의 평가나 검증이 아닌, 정부와의 유착에 의해 새로운 기회와 자리가 나누어진다. 눈 한번 감으면 큰 이익이 나고 낙하산 자리가 하나 떨어진다. 지금이야 노골적 담합은 사라졌을지 모르나, 정부의 계획에 의해 자리를 배분하는 가부장적 관치사회주의는 면면히 이어진다. 그간 거의 모든 정권은 마치 그룹이 비전 선포를 하듯 국가전략으로 다양한 것을 내세웠다. 그 다양성은 모두 새로운 자리들이었다. 한국은 여전히 하나의 단일 기업 집단, 주식회사 대한민국인 듯했다. 자신이 CEO라 착각하는 대통령도 있었다. 국가가 피라미드의 정점이 되어 자리를 만들고 나누어준다.

한국의 보수가 지키려 하는 것은 바로 이 산업화시대의 관치사회주의다. 자칭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재벌을 옹호하고 박정희를 찬양하며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넌센스는 그래서 생긴다. 헬조선이라는 자조는 이 전근대적 풍경을 잘도 묘사한다.

 

 

원문보기: 

http://m.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26502#csidx1b0f5a174cd50c1af3b8d46390f1061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최신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201 0 2015.09.21
16410 가짜 상궁(궁중 요리사) 한의순 newfile 노인 133 0 2018.04.11
16409 마지막 주르첸 강점기=4공 유신정권. 2 new DireK 142 1 2018.04.11
16408 워렌버핏에게 배우는 토토 배팅 잘하는법 new arvids 90 0 2018.04.11
16407 남한경제는 진짜 일본 도움으로 너무 과도하게 조4센징들 분에 넘치는 호화인듯.txt 8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177 2 2018.04.11
16406 베트남 여행 갓을때 밥먹는데 음료수 유료라고 말안해주고.ㅇ 3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84 1 2018.04.11
16405 예전에 용산에 컴사러 갓을때 대기업 완제품컴 파는새끼가 게임하려면 대기업꺼 사야된다고 이지랄 ㅋㅋ .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79 0 2018.04.11
16404 학교에서 핸폰 뺏는 이유가 폭력 범죄 신고 못하게 하려고.txt 6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94 3 2018.04.11
16403 흑인이 신체적으로 뛰어난 이유가 뭔가요? 5 new 헬조선미개인 132 0 2018.04.10
16402 어느 페미니스트 기사의 모순 newfile 노인 79 0 2018.04.10
16401 이제는 좌익이냐 우익이냐보다 폭력이냐 비폭력이냐를 보아야 할 듯 4 new 감성팔이. 57 3 2018.04.10
16400 이 곳에 올려진 글들 모아서 책으로 묶어보면 어떨까? 2 new 감성팔이. 67 2 2018.04.10
16399 한국새끼들 시민의식에 진짜 겁나 빡돈다 8 new 임성준 249 3 2018.04.10
16398 통일 파시즘 new 노인 52 0 2018.04.09
16397 궁중 음식 타령 하는 자에게 팩폭 날리신 황교익 2 new 노인 123 1 2018.04.09
16396 맨날 배추 김치만 집착 하는 한국인 1 new 노인 96 0 2018.04.09
16395 외국인 전용 부대를 만들어야 된다. 3 new DireK 121 2 2018.04.09
16394 남한의 노예화 교육.txt 8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300 3 2018.04.08
16393 국제 사법 재판소에서 재판 받아야 할 인간 1 newfile 노인 72 0 2018.04.08
16392 [역갤펌] 인문사회쪽 교수들은 대부분 속으로는 국까성향인거 같은데.txt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60 0 2018.04.08
16391 남조선이 일한합병, 일본도움 없었으면 현재 경제 산업 수준 어땟을까?';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62 1 201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