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8.03.30
조회 수 427
추천 수 2
댓글 2








 

자리가 없다. 일자리도 없고 나를 표현할 자리도 모자라다. 열정을 펼쳐라고는 하지만 열정이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우선 열정을 펼칠 자리조차 없다. 자리 하나 차지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오늘도 변변한 자리 하나 잡지 못한 청춘, 그마저도 잃은 노년은 소외감에 괴롭다.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엉겁결에 자리 하나 차지한 이들도 불안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호구지책 궁둥이를 붙이고 있으니 이 또한 지옥이다.

전근대적인 답답함이다. 자리가 곧 삶인 사회, 일할 수 있는 특권이자 살아가기 위한 면허를 얻어야 했던 예속의 삶. 종은 주인의 눈치를 보고 양반은 관가의 눈치를 봤다. 한자리하기를 꿈꾸며 과거를 봤을 테고, 끼리끼리 한자리 챙겨주기 위해 당파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자리가 없으면 분수를 알고 이에 적응하는 신분사회, 계급사회. 전근대란 자리의 경제였다.

그런데 이 자리의 경제는 봉건국가의 패망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일제의 영향을 받은 국가 주도 산업정책은 재벌에게 한자리씩 떼어주고 대신 국민을 돌보게 한다. 기업의존형 복지, 즉 대기업에 내 자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이 꽤나 달라지는 사회가 설계된다.

산업정책은 필연적으로 특권을 만든다. 정치적 연줄이 기업 수익성을 좌우하니, 정실주의와 연고주의가 꽃핀다. 시장의 평가나 검증이 아닌, 정부와의 유착에 의해 새로운 기회와 자리가 나누어진다. 눈 한번 감으면 큰 이익이 나고 낙하산 자리가 하나 떨어진다. 지금이야 노골적 담합은 사라졌을지 모르나, 정부의 계획에 의해 자리를 배분하는 가부장적 관치사회주의는 면면히 이어진다. 그간 거의 모든 정권은 마치 그룹이 비전 선포를 하듯 국가전략으로 다양한 것을 내세웠다. 그 다양성은 모두 새로운 자리들이었다. 한국은 여전히 하나의 단일 기업 집단, 주식회사 대한민국인 듯했다. 자신이 CEO라 착각하는 대통령도 있었다. 국가가 피라미드의 정점이 되어 자리를 만들고 나누어준다.

한국의 보수가 지키려 하는 것은 바로 이 산업화시대의 관치사회주의다. 자칭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재벌을 옹호하고 박정희를 찬양하며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넌센스는 그래서 생긴다. 헬조선이라는 자조는 이 전근대적 풍경을 잘도 묘사한다.

 

 

원문보기: 

http://m.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26502#csidx1b0f5a174cd50c1af3b8d46390f1061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75199 0 2015.09.21
16273 그나저나 쓰레기 평균 법칙은 불변인가 보네 13 new 교착상태 444 5 2017.06.30
16272 이해가 안가는게.. 19 new 로만 326 8 2017.06.30
16271 급식충 인성문제는 헬조선교육과 사회의 작품이죠 3 new 베레 278 1 2017.06.30
16270 헬센징은 군대로 구분해도 된다 1 new oldanda 200 0 2017.06.30
16269 헬한민국 VS 캐나다 노동환경 비교 (경험바탕) 4 new 공기정화 418 4 2017.06.30
16268 학교 급식 조리원 사이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15 newfile 노인 421 3 2017.06.30
16267 한국인이 열등한 이유 결론 낸다 2 new Uriginal 384 0 2017.06.30
16266 조!센징의 하루 10 new 시1발조센 242 0 2017.06.30
16265 음모론 믿는 자가 백화점에서 돌아 다니고 있다 1 newfile 노인 429 2 2017.06.30
16264 헬조선은 어떻게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8 new 헬조선붕괴협회 218 0 2017.06.30
16263 아 헬조선 돌잔치 9 newfile 노인 267 1 2017.06.30
16262 ㅋㅋㅋㅋ 지금 급식이 세대들 정말 미래가.기대됀다. 37 new 교착상태 480 4 2017.06.30
16261 또라이헬조선 왤케덜 열심히상대합니까. 13 new 인페르노조셍반도 292 5 2017.06.30
16260 회원가입조차 헬스럽다.... 5 new Lioplhg 250 0 2017.06.30
16259 불반도민의 급식파업 반응.. 7 new Lioplhg 244 2 2017.06.30
16258 드디어 집나왔어 12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291 0 2017.06.30
16257 센숭이의 미개함 유전인 것 입증! 12 new 교착상태 366 6 2017.07.01
16256 도자기 강국.jpg 18 newfile 혐한 362 6 2017.07.01
16255 어차피 너희들도 똑같다 . new 명성황후 216 0 2017.07.01
16254 한미정상회담은 개인적으로 실패했다고본다 . .. 4 new 명성황후 379 1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