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센징들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각종 철딱서니 없는 민폐들..
꽁으로 먹으려고 줄줄이 꼬리를 물고서 기어들어오는 이기적인 심보의 행진들..
일반인에게 평생 당면할 악인의 대상은 다스베이더나 히틀러, 기업의 회장, 싸이코페스 연쇄살인마, 범죄자가 아닌,
생활 속에 마주치는 비열하게 말초적인 사람들의 미숙함 따위 들이다.
악의 평범성이다.
악녀는 평범하다. 살면서 박근혜나 최순실을 직접 볼일은 없다.
단순한 헬조센 심판 잣대의 일괄적 적용으로 인간의 미묘한 본능과 세속성을 무시한 많은 범법적 폭력이 행간의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고 티않나게, 세상의 기준에 잘 식별되지도, 걸려들지도 않고 그것을 거의 평생 시전하며 살아가는 여자들이 대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악녀들이다.
그 기저에 강자에는 꼼짝도 못하면서 해볼 만한 약자에게는 기선으로 몰아붙이려는 심보와 그 근성이 있다. 현실 악녀들의 전매특허 기질이다.
필요하면 언제나 본능에 가깝게 불쌍한 얼굴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서 상대를 사회에 분노와 엄벌에 간접적으로 유발하게 하고 호소하는 가증스러운 연기도 발군이다.
그런데,
스텐리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오렌지』의 주인공 알렉스처럼
그것은 자신에게 이미 생존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사악성이고, 또한 그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것이라,
그 사악성이 제거되는 순간 그는 이제, 이빨 빠진 세상의 호구이며 자신에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의 사악함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자기 수준에서의 살기 위한 기제가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보면,
그 또한 쉽게 흑백논리로 선악을 규정지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주관적 생존을 위해 언제든 악을 행할 수 있는 게 평범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