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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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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교시절 문학회 활동을 했다.

당시에는 그게 붐이었다..나는 학교 문학회를 넘어서 연합문학회 활동도 하고 그랬는데..

암튼 그때 일이다.

이름이 춘자라는 여자 아이가..여상 출신이었는데..들어왔다.

당시 나는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연합문학회에서 일종의 지도위원같은 것으로 일했고

한 번은 당시에 유명하던 시인인 기형도의 시를 소개했었다.

아래는 시 전문이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출처] <엄마 관련시> <짧은감동시> 엄마 걱정 /기형도 부모님/서윤덕|작성자 지당 서윤덕

 

뭐 읽어보면 알겠지만 기형도가 어린 시절 엄마가 시장에 열무를 팔러갔었고

혼자서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숙제를 한 기억이 있는 모양이다.

 

당시 기형도는 요절한 시인으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고 유작시집인 '입속의 검은잎'은 거의 밀리언셀러급의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어쩌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요절한 사람에 대한 묘한 동정심이 작용한 듯하다.

'내 사랑 내 곁에'의 가수 김현식 역시 밀리언 셀러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니까.

 

내 기억으로는 대략 95년 무렵으로 생각되며 당시 춘자 역시 이미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상태였다. 여상을 나왔으니까 무슨 은행이나 증권회사 지점 같은 곳에 다녔던 거 같다.

고교를 졸업한 애들도 모임에는 늘 많이 있었기 때문에 춘자가 오는 것도 당연했고..뭐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그 후 한동안 시간이 지났고 간간히 떠도는 소식으로

춘자가 지방사립대인 **대 국문학과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뭐 그러려니 했는데..

놀라운 소식이 따악!

춘자가 글쎄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어떤 거냐면..일단 지방사립대 국문학과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는 않다..물론 춘자는 실업계였으므로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암튼 내가 알기로는 여기에 야간대학이 있었는데 대략 컷트라인이 주간보다 20점 정도 낮았다...이 정도는 실업계라고 해도 영어수학에서 1/3정도 맞으면 가능한 수준이라 아마 입학이 가능했을 거 같다.

지방사립대의 꼼수로 주야간 나눠서뽑은 것일 뿐 야간도 주간전환 신청하면 주간전환이 가능했다..결국 애들 많이 받아서 등록금 쳐먹겠다는 수작이 아니겠는가? 원래 이 나라는 대충 그렇게 굴러가니까 그러려니 하고..

일단 국문학과에서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이른바 '교직이수'라는 걸 해야하는데

이걸 하기가 일단 쉽지 않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문학과에서 상위 10%정도만 교직이수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춘자는 국문학과에서 상위 10%..

지잡대에서 상위 10%라고 하면 쉬울 거 같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사실 교직이수까지야 그런다치고..임용고시..이거 진짜 만만치 않은 거거든..

춘자가 나온 대학에서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애는 정말 1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

지금도 임용고시 어려운 거는 잘 알지? 물론 그때가 대략 2000년 전이었으니까 지금보다는 쉬웠다고 하지만 

결코 쉬운 거는 아니었다. 심지어 서울대 사범대 애들도 간간히 임용고시에 떨어지며 초수(즉 재수를 하지 않고)합격자는 보통 70% 정도 수준이라고 들었다.

암튼 여상을 나온 춘자로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암튼 그때 어찌어찌해서 춘자와 연락이 되었는데 반갑다면서 밥을 먹자고 하더라..

사실 나는 그때 춘자와 만난 것이 거의 4-5년 정도는 되었으니..꽤나 변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와 만나보니까 정말 사람이 확 달라진 것이었다.

춘자가 나온 사립대 근처에서 밥을 먹고 커피숖에 갔나 술집에 갔나 기억이 좀 헷갈리긴 하지만..

확실한 건 춘자가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근데 문학이라는 게 원래 norm에 대한 도전 없이는 형성이 안되는 것이기에

문학회에서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내 기억으로

여자후배가 남자선배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남자후배가 남자선배(나는 담배를 안 피우기 때문에) 앞에서 피울 때에는 양해를 구하고 피우는 것이 관례였고

그러면서

과거 얘기를 죽 하더라.

 

내가 소개해준 '엄마걱정'이라는 시를 읽고나서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을 사서 집에 들어갔는데

시를 읽으면서 마치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그 시집은 참 잘 쓴 시집이다...시 하나하나 거의 버릴 게 없는 시집으로 한국문학에 오랜동안 회자될 시집이라고 본다.

암튼 그 시집을 읽고나서 그냥 줄줄줄 눈물을 흘렸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을 했으며

(그 전에 얘는 아마 증권사에서 일했을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진학을 준비해서 합격했다는 것이다.

원래 목표는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었으며

대학에 합격한 후에 그 학교의 문학회에 가입을 해서

4년간 한 번도 빼지 않고 문학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물론 학교공부도 열심히 해서 교직이수..임용시험 합격까지 그냥 논스탑으로 깨버린 것이다..

대단하지 않나?

원래 꿈은 교사는 아니었으나 국문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하니 교직이수 길이 있었고

사실 국문과 출신으로 시인으로 먹고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대부분 교직이수를 해서 교사를 하곤 하니

본인 역시 그런 목표달성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아마 춘자가 어릴 때 엄마가 장사를 하면 본인이 집에서 숙제를 한 기억이 있던 거 같다..

 

나같은 경우는 이적의 '달팽이'라든가 '왼손잡이'같은 노래가 상당히 감명이 깊었는데

저 시와 시집이 춘자의 감정선을 건드리고 내면에 잠재하는 작가적 열망을 제대로 터뜨렸던 거 같다.

사실 춘자라는 이름 자체가 참으로..흙수저스럽지 않나?

아마 여상을 간 것만 봐도 그렇겠지만 집에서는 적당히 고졸로 취업시켜 시집보낼 정도의 생각을 했던 거 같고..

얘가 내 기억으로는 74년생이다..그 나이대만 해도 '춘자'라는 이름은 진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이름이었다. 한 50년대 여성이라면 몰라도 80년대쯤 되면 '춘자'니 '영자'니 하는 이름은 딱 놀잇감이었던 것이다.

암튼 담배를 피우면서 문학을 논하고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문학회 때에 나를 좀 사모했었다는 얘기를 하던데..

아 씨발 나는 왜 몰랐을까..

암튼 얘가 그런데 좀 몽골리안 스타일로 생겼다..

뭔가 보면 딱 천하장사같은..힘이 셀 것 같은 그런 생김이야..

솔직히 남자에게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그런 인상은 아닌 것이다.

한마디로 '생활력 좋게' 생겼다..

약간 이영자 스타일? 생각해보니 이영자도 이름이 영자네..나이도 비슷한가?

ㅎㅎ

사실 한국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스타일은 내가 보기엔 딱 '손예진'인 거 같다..나만 해도 그런 여자에게 끌린다..

그게 한국남자들의 로망에 딱 부합하는 스타일이고 춘자같은 스타일은..뭐랄까 맏며느리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춘자는 교사가 되었고 이름을 '개명'했다. 사실 춘자라는 이름으로 성인을 살기란 너무 어렵지 않겠는가?

지금은 아주 대단히 능력있고 카리스마 있는 교사로 잘 살고 있는 중이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결국 포텐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다..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끝내 그 포텐을 못 터뜨린다.

그런 포텐셜을 터뜨려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나는 여전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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