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계 특성화고를 다니는 애인데 말이야.
요즘에 한창 구직을 하고 있지.
요즘에 본 지가 좀 오래되어서 치킨이나 사줄까 싶어서 카톡을 날려봤어.
근데..농협 떨어졌다고 하더라..
중앙농협은 모르겠는데 여기 지역농협은 거의 다 빽이야.
그래서 위로하고 야 치킨이나 먹자! 그랬어. 이게 내가 일하는 곳이 그래도 읍내 중심이고 나는 보통 밤늦게까지 거기에 있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시켜먹어도 되고 아니면 가서 먹어도 돼.
사실 치킨이 비싸다비싸다하는데..그래도 제일 만만해요. 뭘 먹어도 치킨보다 싼 게 없어.
아직 고3이고 해서 술은 다음이고 그냥 치콜(치킨+콜라)이나 할 생각이었지. 사실 나는 술 자체를 안 즐겨요. 1년에 내가 마시는 술을 다 합치면 아마 소주 3병에 맥주는 한 50캔 정도는 되겠구만. 맥주야 뭐 집에서 가끔 술안주 만들어서 간단하게 마시기도 하는데 그래야 한 캔 갖고 둘이 나눠먹는 수준이고. 소주는 진짜 어쩌다가 만남이 있을 때 피하기 힘들어 한 두 잔 하는 정도..모임자체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얘가 서울에 있다는 거야.
아니 뭐 서울에 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안되는데..사실 여기에서 서울이 꽤 멀거든?
가는데만 버스로 4시간이 걸려요. 그러니까 얼마나 오지인지 알겠지? 거기다가 버스요금이 제일 싼 티켓끊어도 아마 한 26000원은 좀 넘을거야..사실 요즘에는 서울에 통 안가봐서 요금도 잘 모르겠네. 우등사면 34000원 정도? 암튼 그러니까 왕복만 해도 차비가 52000원은 나온다 이거야. 어디 가면 버스만 타나? 4시간 걸리니까 무조건 두 끼는 사먹고 간식거리하면 서울에 다녀오기만 해도 최소 경비 8만원 이상은 잡아야하는 거거든.
그래서 뭐 농담삼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다가 아니 남에 번쩍 북에 번쩍한다고 했지..여기는 남쪽이니까.
암튼 얘가 아주 서울에 뻔질나게 많이 다녀요.
예전에 한 번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졸업하면 무조건 서울에 살고 싶다는 거야. 서울하고도 강남에..
그래서 내가 강남에 원룸값이 얼마인줄 아냐고 그랬어. 한 50만원은 할 거라고. 내가 옛날에 벌써 15년도 전에 강남에 친구가 원룸에 산다고 해서 무슨 이삿짐 관계로 간 적이 있었거든.
와..근데 강남은 그 오래전에도 말이지. 방값이 비싸니까 방을 글쎄 둘이서 쉐어를 하더라고. 중간에 큰 커튼같은 거 치고 둘이 나눠쓰더라? 솔직히 문화충격이었다. 나는 지방에 살아서 땅이 널럴해서 그런 거 본 적이 없었거든.
니가 고졸로 괜찮다는 기업(또는 은행)에 들어가도 200받으면 진짜 대박 잘 받는 건데 월세 오륙십 내느니 차라리 가까운 광주 정도에 가면 월세 25면 원룸 얻으니까 그게 더 낫지 않을까..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
얘가 상고 나왔으니까 주로 은행권 시험을 자주 보는데 은행권은 확실히 초임이 세더라고.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뎅..암튼 얘는 뭔가 서울바람이 불긴 불었어.
전에 7월인가도 한 번 카톡을 해서 보자고 하니까 서울에 간다는거야..서울에 가서 친구 생일모임을 간대요. 근데 사실 이건 이해가 가는 거잖아? 근데 좀 웃기는게 이게 특성화고생들끼리 은행이니 보험이니 면접을 가잖아?
확실히 인맥 따지는 한국인 아니랄까봐 그런 과정에서 또 몇몇이 뭉쳤다는거야.
그래서 걔들이랑 같이 생일축하모임에 간다는 거야.
근데 이게 특성화고도 이른바 명문이 있고 비명문이 있어요. 취업이 잘되는 곳..일테면 서울여상..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을텐데 얘들의 경우는 사실 취업실적 진짜 ㅎㄷㄷ하거든. 얘네들 컷이 아마 중학교 내신 상위 5%에서 끊긴다는 말이 있는데 진짜 고졸로 남아있는 알짜배기 직장들은 얘들이 다 가져간대.
공고중에서도 수도공고라고 해서 유명한 학교가 있지. 한전에 엄청 많이 들어간다는 곳.
하지만 얘는 물론 그런 특성화고도 아니고 중학교에서 공부못해서 밀려간 그런 특성화고인데..한 학년이 20명밖에 안되는데 은행권에 1명 들어갈까 말까해..
그러니까 당연히 취업한 선배도 없고 인맥에 목이 마르잖아? 그러니까 면접장에서 만난 좀 유명한 특성화고 생들과 뭉친 거 같애. 뭐 사실 저것도 일종의 생존스킬이긴 하지..
근데 좀 그런게 걔네들은 다 붙었대. 4명인가 5명인데 1명 빼놓고는 다 붙었다는 거야. 그 1명도 더 좋은 데 가려고(그게 가을에만 원서접수를 하는 데라서) 원서를 안 넣은 거고 사실상 붙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더라고.
근데 니들 생각에는 좀 그렇지 않냐? 한마디로 저쪽은 특성화고 명문이고 얼마안되는 고졸 은행원 자리를 싹쓸이하는 그런 애들이고 심지어 거의 다 시험에 붙은 애들이고
얘는 시험에 붙지도 못했는데 그것도 걔들 생일 축하해주러 서울까지 간다라..
좀 그렇지 않냐? 대학으로 따지면 서울대애들과 지잡애가 면접장에서 만나 우연히 카톡 알게 되고 단톡방에서 좀 놀다가 취업에 합격한 서울대애들 중에서 한 명이 생일인데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지잡애가 그것도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서울까지 가서 생일축하해주는 격인데..뭔가 좀 어색하지 않냐?
암튼 그런 식으로 서울을 자주 왕래를 하더라고...
한 번은 내게 그런 말도 하는데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비스업 적성인 거 같대. 적성검사도 그렇게 나왔고 선배나 선생님도 다 그렇게 얘기한데.
그래서 올해 은행권 다 떨어지면 대학에 가서 '스튜어드'라는 걸 해보겠다는 거야.
스튜어드가 뭔지 알지? 스튜어디스의 남성형이지. 왜 예전에 땅콩항공에 조뭐시기가 스튜어드 무릎꿇리고 그래서 난리난 거 기억하지?
그러니까 그런 건데 이게 스튜어드가 되려면 대학을 나와야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대학을 가겠다는거야..
사실 이런 얘기하면 나도 참 난감해.
근데 내가 그저껜가도 상고 나온 애 대학붙였다는 말한 적도 있지만
그때 답글처럼 지금은 그런 요행수가 통용되는 세상이 아니야. 그때는 걔네들 운이 대박 좋았던 거고 나는 요즘 입시판도 모르고.
분명한 거는 상고나온 애들 진짜 대학 잘 가야 지방사립밖에는 가기 어려워. 실력은 개판이거든. 얘도 사실 중학교때 공부못해서 특성화간 거 맞고.
이런 상황에서 어디 지잡이야 가겠지..뭐 777로 가는 곳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데 들어가면 어차피 등록금 셔틀이고 어차피 복학왕 시뮬레이션 할게 뻔한 데
뭐 등록금이야 대출로 쳐바르면 되겠지만..생활비는? 보나마다 존나게 알바해야 할 게 뻔한데
답이 있냐?
나오면 등록금 대출 최소 2천은 떠안고 시작하는거야..
그런데 나오면 물론 스튜어드 면접 볼 자격은 주어지겠지..물론 이른바 지잡에서도 무슨 항공승무원학과 같은 게 있기는 해요. 근데 되는 애들은? 솔직히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잖아?
내 생각에는 잘해야 한 10% 가능성 정도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혹시라도 안되면? 그냥 지잡대졸에 2천만워 등록금 대출만 떠안고 사회생활 시작하는 거야..진짜 엠창 인생 4년 유예 효과밖에 더 있냐고. 지금 지잡들이.
글고 얘네 집은 진짜 존나게 가난해요. 얘네 엄마가 고3올라가면서부터 알바하라고 잔소리를 해서 얘는 저녁때에는 거의 편의점 식당에서 일하거든?
역시 못사는 집답게 아빠 노가다 엄마 식당 이런 스케일인데다가 사실 얘네 엄마도 친엄마도 아냐.. 거기에 아버지는 또 부상 당해서 최근에는 노는 걸로 알고 있어. 한마디로 악재가 겹친 거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얘가 작년 겨울에 토혈을 한 적이 있어요..너무 급한 상황이라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었고 거기에서 삼일인가 입원하고 검사 다 했는데 결국 결과는 원인불명으로 나왔어.
참 난감하지? 원인이 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얘가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결과 그런 일이 생긴거야. 학기중이라 당연히 병결처리되었지. 어쩌면 얘가 면접 떨어진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비행기 타는 스튜어드는 보나마나 신검 꼼꼼하게 할텐데 거기서 탈락하면? 그냥 나가리되는 거지 뭐.
암튼 몸 건강한 애들보다 나가리 될 확률이 높은 건 사실 아냐?
솔직히 참 어려워..근데 내가 보기에는 선생들이 뭔가 현실을 호도하는 거 같애.
뭐 잘 될거다. 이딴 식으로 말하는 모양인데..선생들이야 학생들이 좃되건 말건 월급이야 꼬박꼬박 받잖아..그러니까 위로랍시고 하는 건데 내 보기엔 얘는 이 나라에서는 그냥 일용직 날품팔이로 갈려갈 미래밖에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무슨 이상한 꿈이라도 생겼다고 툭하면 서울가서(그러니까 얘가 여기에서 편의점 식당에서 일하는 몇 푼..그거 갖고 서울가서 날리는 거 아니겠어?) 무슨 강남 건물주라도 된 듯한 환상을 갖고 있는 거 같애.
얘는 사실 서비스업이 체질에 맞는데 일단 키크고 그러면서 애가 서글서글해. 딱봐도 서비스업은 맞기는 한데
말도 존나게 많아요..그리고 말할 때 손짓 몸짓이 꼭 여자같애..뭐랄까 이건 다 알지? 남녀가 말할 때 몸동작이 확연히 다른데 애는 손동작이 엄청 크고 어떤 때는 살짝 게이같다는 느낌도 들어..뭐 아니겠지? 하긴 게이건 뭐건 나랑 관계도 없고 나만 안 덮치면 되니까.
뭐 얘한테 무슨 탈조선 루트같은 거는 없는거냐?
머리도 나쁘더라..금융3종 세트라고 해서 무슨 펀드투자상담사 같은 거 있는데 이게 대졸자들은 스펙으로 치지도 않는데 그것도 몇 번씩 떨어지더라..
서비스업에 맞다면 이쁘장하게 생긴 타입같네요. 저랑 반대.
탈한국방법은 모르겠고, 제가 저 친구라면 지방쪽 은행 노릴것 같네요.
거기서 경험쌓고 인생 타개할 생각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