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아래는 이 원고를 쓰기 전에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대북방송 소재를 뭘 할까 고민하다가 지난달 말에 ‘감명깊게’ 읽었던 이병태 카이스트대 교수의 글을 소재로 했다. 

 

이 교수는 말했다.

 

“너네 헬조선이라 징징대지 마. 너네 호롱불 아래서 공부해봤어? 밭에서 김매고, 겨울에 땔감 하려 산에 가봤어? 팬티만 입고 일해 봤어? 너희들 빈정거림과 무지에 무지 화가 나니까 입 닥쳐.”

 

난 이런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난 다 해봤으니 입 안 닥쳐도 됨? 집안도, 가난도 내가 훨씬 더하면 했지 못하지 않을 것임. 참, 팬티만 입고도 정말 많이 일해 봤음. 남에서도 북에서도…나하고 가난 체험 배틀해서 이길 자신 있음?”

 

나는 여기에 더해 그와 비교 우위의 꼰대짓하려면 할 게 많다.

 

“이 교수는 목숨 몇 번이나 걸어봤음? 나처럼 감옥과 수용소 여섯 개 가봤음? 생니가 부셔질 정도로 고문 받아봤음? 

 

더 중요한 거-사회주의 시스템에서 살아봤음? 자본주의 사회주의 짬뽕된 체제에서 살아봤음? 태어나 간부 자식이면 간부가 되고, 농민 자식이면 농민이 돼야 하는 신분제 사회 살아봤음? 난 지금 사는 자본주의 체제까지 무려 네 개 사회에서 살아봤음.”

 

이 교수가 “고생 못해 본 젊은이들 입 닥쳐”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 역시 “난 더 심한 고생했고 체험도 많으니 이 교수는 내 앞에서 입 닥쳐”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 수도.

 

결론을 말하면 내가 이런 저런 체제에서 별 고생도 다 해보고 살아보니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사회, 내가 노력한 것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사회, 이 교수처럼 소작농 아들이 교수가 되는 사회”가 제일 행복한 사회인 것이다.

 

제일 엿 같은 사회는 신분이 태어나서 결정되는 사회, 즉 “태어나니 내 부모가 뭐더라”에 내 인생도 결정되는 사회였다. 지금 북한이 그렇다.

 

그렇다고 지금의 남쪽은 안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안 그런 사회 어디 있냐고? 그래 없다. 그래서 천국도 없는 것 맞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 고생 안 해서 불평 늘여놓는 듯 인식하는 것은 진짜 세상 보는 눈이 잘못 된 것이다. 본인은 제일 행복한 시대에 성취감 만땅으로 느끼며 살아놓고 그것도 모르면서 웬 훈계?

 

원래 노력한 것만큼 돈이 막 벌릴 때는 사람이 힘들 줄 모르고 죽을 둥 살둥 모름. 그건 고생도 아닌거임. 그런 상식쯤 누구나 다 알고 있음.

 

성취감이 뭔지도 모르고, 미래조차 암울한 좌절 그거 뭔 느낌인지 알까.

 

누구나 자기의 고생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법. 그런 사소한 이치만 알아도 입 닥쳐 라고 말 못한다.

 

그리고 수천 년 역사 돌아봐도 원래 청년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법. 그게 있으니 사회가 진보하는 것임. 

 

그리 노력해서 그 세대가 부를 독차지하고 있음 충분한 보상이 된 거 아님?  연령대별 부동산 보유율은 70대 이상이 가장 높다. 아무리 노력해도 뭐가 안되는 사람들의 절망을 헤아릴 줄 왜 모를까.

 

이 교수는 징징대지 말란 말을 청년들이 아니라 자신의 자녀들에게 하면 된다.

 

“니들 카이스트 교수 자식으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냐? 부모가 자식 발목 잡는 웬수인 가정이 얼마나 많은데, 넌 참 괜찮은 상황에서 시작한거야. 내가 죽음 물려받을 재산이라도 있잖냐” 이렇게 말이다.

 

물론 이런 내용 대북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도 천국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 주민에게 전하는 샘플로 이 사회도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을 소개할 생각이다.

 

————————————-

 

※이 교수가 강남에, 그것도 대치동에 아파트를 사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고작 1980년대 학번에, 매년 몇 억씩 블로소득이 생기는 강남아파트를 갖고 있다면, 10년 모아도 내 집 마련 못하는 청년들에게 헬조선 타령 말고 땀 흘려 노력하라는 소리를 절대 못하겠다. 내 양심으론.

 

그건 권력과 돈을 다 가진 북한 중앙당 간부가 가난한 청년들보고 “살기 좋은 사회주의 우리 체제를 헐뜯지 말고 견결히 고수,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는 것과 별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2년 전 즈음에는 주성하 기자가 헬조선에 대해 북한 은수저 운운하며 비판적으로 적은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근래에는 많이 바뀐 모양이더라구요.
  • 둠헬
    17.11.02
    맞는말오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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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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