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전에는 저런 견지에서 많이 생각했는데(녹색평론 창간호부터 구독자)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음.
저건 일종의 생태학적인 결정론이라고 할 수 있음.
지구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일정 이상의 인류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기본인데
이 전제를 받아들이면 경제성장은 결국 언제든 중지되고 역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이스터 섬인데
이곳은 가장 가까운 섬과 거리가 2천 킬로 정도 되어서 섬 주민들 자력으로는 다른 섬으로 나갈 수가 없었고
인구가 증가하고 삼림이 벌채되고 남벌로 인해 나무가 고갈될 무렵에 갑자기 이 섬의 몇몇 부족들은
석상(모아이)을 만드는 일에 몰입하게 됨..인류학자들은 섬의 문명이 멸망 직전에 도달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종말론적 환상이 생겨나고
결국 석상을 만드는데 나머지 잉여자원을 모조리 투입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음..사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고 그렇게 추정하는 것임.
나중에 유럽인들이 왔을 때 한때 번창했던 문명은 사라지고 물론 나무는 모조리 베어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바닷가 동굴에서 다시 석기시대 문명으로 돌아가서 불과 몇 백명 정도 생존하고 있었다고 함..전성기 인구의 1/10도 못되는 상황..
지구 역시 인류가 살아가야할 유일한 지역이며 인류가 급증하면서 삼림이 남벌되고 자원이 소모되는 것과 상당히 유사점이 있지 않음?
이른바 오일피크론이나 '성장의 한계'보고서..특히 에너지부족으로 인해서 인류의 대량 사멸이 불가피하다는 이론들이 70년대에 특히 인기가 있었음. 이건 당시 미소간의 핵무기 경쟁과도 연결되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미래상이 넘쳐났던 시절임.
'미래소년 코난'도 여기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작품인데 원작인 incredible tide를 쓴 알렉시스 케이 역시 인류 문명의 멸망은 불가피하고 소수의 깨달은 자들의 공동체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음.
코난에 나오는 곳 하이하바(High harbor)가 바로 깨달은 사람인 라오박사가 인류재건을 위해서 미리 대홍수 이후의 시대에 harbor가 될 곳을 예측해서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피난지임.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인더스트리아(당연히 기계과학문명을 의미함)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문명사회로 들어가지 않고 결국 너희들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라면서 죽음을 선택하는데..그게 바로 과학에 대한 알렉시스 케이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장이었음. 이 문명은 이제 더 이상 구원받을 길은 없기에 과학자들은 후손들의 선택에 개입하지 않고 결국 집단자살을 하는 것임..이게 초등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절대로 아님..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오일피크 역시 인류문명이 붕괴되는 중요한 이유 하나로 예측되었지만 계속해서 오일의 매장량은 증가하고 있음..더구나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의 개발로 인해 이제 오일이 최소 200-300년간은 무리없이 쓸 수 있다는 이론이 대세임. 불과 70년대만 해도 2000년 이전에 오일이 바닥나면서 사람들이 남은 오일을 두고 싸운다는 매드맥스식 세계관의 영화 애니 소설이 얼마나 많이 창작되었는지 모름..그러나 작년인가 나왔던 새로운 매드맥스 시리즈는 이제 더 이상 오일 부족 얘기를 하지 않음. 오히려 '물' 부족 얘기를 하지..지금 사람들 오일피크가 고민이 아니라 오일가격이 급락하면서 오히려 중동왕정의 붕괴로 인한 지역적인 전쟁 위험을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임.
그 다음에 지구 하나에서만 인류가 살 수 있다는 믿음 역시 붕괴되고 있음. 테슬라 회장이 화성 개발 프로젝트하는 것은 잘 알 것임. 여기에 지원한 인류만 해도 수십 만명임. 화성 개발을 위한 우주선은 편도항공권임. 즉 그들은 지구로 돌아올 수 없음. 그런데도 그런 많은 지원자들이 있고 우주개발을 위한 과학발전은 계속 진보되고 있는 추세임..내 생각에 아마 30년 내에는 화성식민과 그를 위한 테라포밍이 시작은 될 거라고 보임. 즉 지구가 인류가 살기 위한 유일한 행성일 것이라는 생각은 바뀌고 있음.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과잉배출로 인한 온난화로 인해서 인류가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이산화탄소의 포집기술이 진보하고 있고..최근에는 더 이상 축산에 의존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육류개발이 실현되었으며 맛과 질 모든 면에서 실제 쇠고기와 유사함. 오히려 동물학대와 메탄배출의 이슈가 있는 축산업보다는 이런 제품쪽으로 급속하게 발전할 거라고 봄. 한때는 말이 그렇게 많았지만 지금은 숫자가 줄었듯이 앞으로 소나 돼지 역시 숫자가 크게 줄어들 거라고 봄.
즉..인류문명이 멸망의 수순을 밟기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계속 진화할 뿐이며
아마 지구에 한정되기보다는 태양계, 또는 그 너머로 계속 나아가 확장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이렇게 본다면 경제발전 역시 속도에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확장국면은 기본적으로 지속될 것임.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게 이른바 '긴축'으로는 어떤 정치인도 표를 얻을 수가 없음.
불가피한 상황, 또는 그런 상황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나름 긴축을 감내할 수는 있기는 하나
(한국의 IMF상황, 북의 고난의 행군, 90년대 러시아 경제상황)
자발적인 의사로 긴축과 실업의 길을 들어갈 사람들은 없음..결국 정치인은 성장과 발전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장기적으로 멸망의 길일지라도 피할 수 없는 것임.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기적적인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발전이 이뤄짐으로 인해
지금까지 인류가 성장한 것임.
프리츠 하버의 질소고정법으로 인한 비료생산이나
파스퇴르의 백신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등..
일례로 우리 농촌에서도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서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이 도입되면서
적정량의 농약을 살포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오히려 과거보다 더 적은 농약을 쓰면서 더 많은 제초효과를 내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임.
카르다쇼프 스케일이라는 것 한 번 검색해보기 바람.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인류문명의 발전을 정도별로 표현한 것인데
결국 인간은 '신'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며
점점 스케일이 커질수록 현생인류의 눈에는 '신'으로 보일만한 존재로 발전함..
최종 스케일에서는 인류는 블랙홀을 마음대로 다루고 사실상 수명에 한계가 없는 존재로 됨..
다만 수명에 한계가 없다면 아마 후손을 남기는 일은 크게 줄어들거나 극히 예외적인 일이 될 것임. 안 그렇겠음?
1940년대 일본 소설을 보면 일본군들이 인생은 오십이라는데 내가 절반도 못살고 죽는다고 탄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대략 1950년 이전 일본에서는 사람 수명을 보통 50으로 봤다는 것이며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보험은 보통 80세까지만 보장해줬는데 그 이후는 사실상 의미없는 여명으로 봤다는 것임.
그러나 최근에는 백세시대 얘기가 나오고 보험 역시 100세까지 보장을 늘리고 있음.
이게 불과 두 세대(60년)만의 변화임..
앞으로 두 세대 정도 지나면 이제 150-200살 정도 사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가 올 것이고
핵융합으로 인해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의 시대가 종결될 수도 있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인류의 미래 자체는 좀 밝게 전망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