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전에 본 EBS 프로그램인데 제목이 '텔로미어'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한 형제의 이야기인데 두 사람은 일란성 쌍둥이다. 유전자가 똑같고 어려서 부모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모가 똑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형(그래봐야 몇 초 사이 태어났겠지만)은
애리조나 주에서 살고 있는데(참고로 둘 다 60대 후반)
이 사람은 울트라 마라톤(이건 보통 24시간동안 계속 레이스를 하는 것)을 하는 사람인데
월요일에는 12마일 화요일에는 5마일 수요일에는 15마일 목요일에는 휴식 금요일 15마일 토요일 25마일 이런 식으로 달리더라.
(다만 요일별 마일수는 달라질 수 있음)
즉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 최상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 저렇게 매일 달리는 KM수를 조절하면서 달림.
거의 전세계 마라톤 거의 다 참석해봤다고 한다.
이 사람이 신체나이를 측정해보니 혈액검사상 노화도가 대략 40대 초반 정도로 나옴. 지금 나이보다 25년 정도 어린 것.
식사도 주로 샐러드 위주로 함. 손으로 아채를 퍼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암튼 건강관리 엄청 신경쓰는데..뭐 피부 지키겠다고 선크림 바르고 이러는 건 아니고 주로 마라톤+야채 위주 식사로 건강관리하더라.
본인이 텔로미어(노화와 연관된 효소) 연구하는 학자로 싸이언스지 표지에 실린 논문도 쓴 사람이며
13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함.
동생..
샌프란시스코에서 요트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함..근데 요트에서 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워낙 부동산 가격이 비싸서 그럴 수도 있다..런던에서도 요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함.
암튼 요트에서 생활하는데 이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바로 햄버거.
직접 패티를 구워서 먹더라.
형과 당연히 동갑인데 일단 복부비만 장난 아니고
딱 봐도 확연하게 건강 상태가 차이가 난다.
다만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맘좋은 할아버지 스타일임.
혈액검사상 신체나이는 70대로 자기 나이보다 5년 정도 더 늙은 상태임.
그러니까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데도(즉 유전자는 똑같은 상황)
몸 건강관리에 따라서 30년 차이가 나는 것.
뭐 많은 사람들은 오래 살면 뭐하냐고 하는데..그 말이 맞긴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몸을 혹사하거나 게으르게 관리해서 멸망을 앞당긴다면 그것처럼 멍청한 짓은 없겠지..
이번 고향에 오랜만에 친척 동생을 만났다.
이 동생은 나와는 먼 친척이지만 집은 바로 옆이어서 친하게 지냈는데 이 동생네는 2남 1녀다..
그러니까 얘가 장남이고 둘째가 여자애고 셋째는 남자애다.
장남인 친척동생은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 행정학과를 들어갔는데(지방사립임)
어떻게 대박이 터져서 교사가 되었다..임용고시 통과한 거는 아니고 사립고등학교에 들어감.
집이 가난한 편이었기에 돈주고 들어간 거는 아닌데 **대와 같은 재단이거든..이게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얘 학벌이나 능력으로 볼 때 진짜 인생대박터진 거였는데..
들어보니 들어가서 술을 엄청 좋아해서(사실 이건 내가 얘한테 들은 얘기고 아니고 얘 엄마한테서 들음..본인에게는 치부일 수 있는 얘기라서 본인 입으로는 말하기 힘들지.)
10년간 일하면서 한 푼도 저축하지 못하고 모조리 술값으로 썼다고 한다..(참 얘 아버지가 술 좋아하고 폭력적인 분으로 엄마에게도 많은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애들이 나이가 들자 아버지와 절연해서 아버지는 지금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다)
술 취해서 음주운전도 하고 사고를 쳐서인지 지금 면허도 아예 없다고 한다..차라리 그게 다행이지..
엄청 무섭게 생겨서인지 학교에서 학생주임을 하고 있음. 진짜 얼굴보면 살기가 딱 돈다. 머리도 곱슬머리라서 위압감이 있고.
중고생 정도면 오줌지릴 관상임.
그리고 얘가 장남이라고 했지?
둘째 여자애는 정말 착실하고..공부도 꽤 했는데 집안 사정상 여상을 나오고 바로 증권사에 들어간 후 거기에서 남자 만나서(얘하고도 물론 나는 꽤 친한데..아버지 같은 남자 만나면 인생 조지는 거라고 서슴없이 말했음) 결혼해서 집도 사고..뭐 그럭저럭 잘 산다고 한다.
얘는 원래 착실하고 똑똑해서 인문계를 가도 교대 정도는 가서 선생 정도는 할 능력치가 있는 애였는데 여상에서도 성적이 출중했고 똑 부러지게 야무진 애여서 잘 사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셋째 남자애..얘가 문제임..
얘는 말이지..일종의 리플리 증후군 같은 게 있음.
이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말이야..얘가 고교중퇴거든..아니 중학중퇴인가? 아무튼 그래요..
머리도 별로고 성격도 별로고..암튼 그래서 무슨 공장에 다녔어. 여기까지는 딱 나쁜 선택은 아닌데
어느 날 내가 얘네 집에 놀러갔는데(바로 옆집이라고 했지?)
얘가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자기가 공부를 해보니까 공부가 쉽다는 거다. 특히 수학이 쉽다는 거임..그러면서 수학 성적만으로 카이스트를 들어갈 수 있다고 했어.
그게 벌써 한 20년 전 얘기인데 나도 순진할 때라 엄청 열심히 들었지..왜 뭐 그런 영화도 있지 않냐? 청소부가 엠아이티 학생들이 못 푸는 문제를 푸는..그런 일도 종종 있잖아.
나는 그래서 얘가 혹시 원래 천재성이 있던 거인데 개판인 집안형편에서 꽃을 못 피우다가 공장 다니면서 마음이 안정되고(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그래서 천재성이 발현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굉장히 격려도 해주고 그랬거든?
근데..아니 솔직히 그럴 리가 없잖아..
알고 보니 이게 뻥이더라고..
내가 그래도 학벌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컴플렉스가 발현되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암튼 그건 아닌데 본인이 수학천재라고 구라를 친 것임.
사실 갓 스물 시절에는 학벌에 누구나 민감하고 그러잖아? 얘는 고졸도 아니니 그런 거 강했겠지..싶어서 넘어갔는데
이번에 만나서 얘 얘기를 들어보니
얘는 단순히 허언증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하더라..
결혼도 못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환청 같은 게 들린다고 함. 주위에서 자기를 욕하는 소리같은 거.
열등감이 발현되어서 그런 걸수도 있고 정신분열증이 경도나마 있는 거 같은데
제대로 된 치료도 없이 나이가 들면서 그대로 굳어진 거 같더라.
주변 사람이 자꾸 자신을 욕하는 것으로 들으니 일을 할 수 있겠냐? 무슨 인테리어 같은 일을 하는데
나갔다 하면 싸우고 돌아옴..
결국 나이가 40이 다 되가는데
일정한 직장도 수입도 없고 엄마 집에서 기생하면서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지..얘 형이나 누나는 나름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고 엄마를 봉양하기 위해서
용돈도 드리고 하면..결국 이 정신병이 있는 막내 손으로 다 들어가는거지..
결국 형제들은 몇 번 당하고 치를 떨다가 이제는 절연상태가 되어버림.
대체로 사회에서 대략 약 3% 정도는 정신장애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평균적으로 그렇댄다.
겉보기는 말짱하니 병이 아닌 거 같지만 사실 가족들은 진짜로 미치는 거지..
나도 예전에는 집안보고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비웃었지만 진짜 집안을 안 볼 수 없는 거 같애.
특히 집안에 정신병 유전인자가 있으면 내 자식대가 되어서 발현될 가능성도 배제못하는 거거든..
암튼 내 생각보다는 느낌이긴 한데..
일단 세상살면서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다.
이 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은 다양한 건데
이를테면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서의 내구성 같은 것도 포함되고
또 여유가 생겼을 때 낭비하지 않고 돈을 모으는 습관이라든가
건강관리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그런 절제력이라든가
그런 거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저 친구의 집안에서 저 집안의 아버지는
좀 말하기는 그렇지만 일단 남들에게는 무척이나 잘해준다..
간도 쓸개도 빼줄듯이 남들에게 잘해주고 경조사...진짜 거의 미친놈처럼 경조사에 집착한다.
아주 사소한 인연..동네에 쓰레기 치워주는 청소부 자식이 결혼해도 봉투 들고가 참석하는 스타일인데
인생의 성공기준 중 하나가 자식이 결혼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이런 거에 집착하는 스타일인거라.
반면에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에게는 말할 수 없는 폭군이며 심하게 구타하기도 하고 술도 좋아한다..다만 술로 관련된 실수는 거의 한 적은 없는 거 같더라.
결국 애들이 성장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자 자의반타의반으로 내몰려서 지금은 시골에서 개 토끼 같은 온갖 짐승을 기르는 일로 소일하면서 산다고 하는데
원래 그런 자연인 스타일임..그런 사람이 어쩌다 결혼이라는 걸 해서 사회생활로 내몰리자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거 같다.
지금은 사람들과 거의 절연한 상태에서 산에서 완전히 '나는 자연인이다 시즌2' 찍으면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뭐 나와도 소원한 사이여서 가보지는 않았고
자식들과는 가끔 전화 정도만 하고 만나는 일은 없다고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성과 술 성향을 물려받았는데 그래도 대학물 먹고 교양도 배우고..무엇보다 일단 교사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사람노릇을 하고 사는 것 같고
둘째 딸은..와 이런 가정만은 절대로 피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철저하게 저축하고 아버지와는 절대로 닮지 않은 남자(나도 예전에 봤는데 소심한 월급쟁이임..그런 사람은 설마 사람 떄리거나 술 마시고 어쩌는 일은 없겠지..생각한 듯)와 결혼해서 나름 그럭저럭 살고 있고
셋째 아들은..대학교를 갈 만한 brain도 없고 결국 정신병이 발동해서 늘그막까지 엄마를 괴롭히면서
사회생활을 못하고 살고 있더라..그래도 결혼은 안 했으니 그런 더러운 유전자는 안 물려줄 듯.
암튼 살다보면 유전이라는 거 무시할 수 없고
마음가짐. 평정심. 이런 거 절대적으로 중요하더라.
추석 때 또다시 느꼈음.
그리고 결혼할 때 집안보는 게 그거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유전을 극복하고 인간승리하는 사람들은 잘해야 3% 안쪽이다..즉 빅데이타로 볼 때 대부분 유전인자에 종속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결혼하지 않으려는 자발적 풍조가 널리 퍼져서
안 좋은 유전자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건 상당히 바람직한 풍조라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못난 사람들끼리 그냥 맞춰서 결혼이라도 시키는 게 부모 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서
부모능력시험 7-9등급 수준인 사람들이 대거 결혼했는데..걔들 사는 거 보면 가관이야..
유전인자, 집안내력은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게 다른 게 아니라 개인 능력치의 상당 부분(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절반)을 좌우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