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건 동료건, 자신이 아끼는 누군가의 평화롭고 행복하고 풍요로우며 쉬운 삶을 위해 고통받고, 악행을 저지를 수 있을까?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탈조선 시켜주며 동시에 부유하게 해 주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누군가를 작업쳐달라고 하면 니는 하겠냐? 뭐 그런 질문이나 같은 맥락이었지.
그 질문에 나는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준비해서 3일내에 잡아다가 몰탈먹여 동해바다 수영시켜준다. 당연히 증거물로 머릿가죽하고 머리털 가져와준다." 그리고 거기에 첨언했다. "왜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려고 하지? possible 과 impossible 말고는 없지 않나?"
난 그렇게 변했다. 물론 내가 그런 일을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내 가치는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거든. 보수가 확실하고 합리적이라면 난 딱히 마다하지 않는다. 리스크 대비 보수를 꼼꼼하게 따지기는 하지만 합당한 보수에 합리적인 리스크의 업무라면 나는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일이건간에.
아 물론 죄책감 따위도 전혀 가지지 않는다.
내 가치는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으로부터 출발하니까 말이다. 다만 그게 헬조선에서는 온갖 좆병신같은 일들이니 여기가 헬조선이겠지. 온갖 잡무는 물론이고 재수가 더러우면 채증, 협박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람 하나 작업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될 수도 있게 된다.
난 니들이 이야기하는 금수저의 지위에 올라가 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고, 니들이 말하는 똥수저, 아니 수저조차 없는 수준까지 떨어져 보기도 한 사람이다. 90년도 중후반 즈음에 BMW 530i 풀 옵션 2대를 집에 놓고 타고다니는 사람이 대체 이 헬조선에 몇명이나 있었나? 있기는 했나? 당시에는 니들이 지금 아는 것 처럼 수입차 공식딜러나, 리스 프로그램, 중고차가 있었던 시절도 아니었다. 직수입을 통해 들여온 차량을 구입해야만 했으니 그때 당시 가격이 9500, 1억,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자면 2억짜리 마세라티급에 달하는 금액의 차량을 2대나 소유하고 있고, 거기에 62평 아파트를 보유하고, 신도시에 상가까지 몇개 갖고있고 공장까지 한개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정말 탄탄대로였던 인생을 살아가던 내 아버지와 내 가족이었다.
그런 행복했던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은 IMF가 덮치고 김대중이 개판쳐놓은 이후, 노무현이 등장하자 또 개판이 났고, 이명박까지 병신짓, 좆같은 짓을 하며 지들끼리 다 해쳐먹고는 빠져나가버렸다. 멀쩡하게 잘 살던 집안을 정부 이 씨발놈의 좆같은 개새끼들이 다 박살내버리고, 내 꿈을 죄다 짓밟아버리고 간 거다.
손이 다 얼어버리고 발가락 끝에 동상이 걸리고 눈썹과 앞머리가 얼어버리는 경험 한번 해본적 있나? 아마 강원도에서도 하기 힘든 경험일걸? 난 그걸 부산에서 해 봤다. 한겨울에 그 삭풍이 몰아치는 곳에서 혼자서 차를 하루에 50대씩 세차를 했지. 스파크부터 스타렉스 까지. 반대로 그렇게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헉헉대며 택배 상하차까지도 해 봤다.
그 외에도 멀쩡히 흙파쳐먹고 잘 사는 새끼 국가 사업이라는 명목아래 주 패서 내쫒고, 가라로 적은 집행영장 들고가서 나가라고 경고하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도 해 보고, 좆도 아닌 알량한 몇천원 짜리 식사 하러 오면서 온갖 갑질에 좆같은 개소리 하는 병신새끼들 대접하고, 알량한 담배 한갑 사갖고 가면서 젊은이가 일을 해야지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 하는 씨발놈들 면상 봐 가면서 쳐 웃어야만 하고.
지독한 인생을 살아왔다.
가장 위에서 가장 밑바닥까지 모든 것을 경험해 본 후, 나는 그야말로 가진 자 들에게 있어 최고로 매력적인 노예가 되었지. 그들의 매너,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하기 싫고 할 수 없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까지 모조리 해내는 노오예니까 말이다.
아마 앞으로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포지션을 잡지 않고서는 힘들거다. 게다가 이런 포지션은 잡기도 힘들거다. 고고하면서도 깡패새끼보다도 더 잔혹하고 거부하는 일이 없는 그런 포지션은 쉽게 나타나지도 않거든.
그래서 어디로든간에 탈조선을 하라고 하는거다. 적어도 다른 나라에 가면 이정도로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할 필요는 없게 되니까. 그냥 가지고 있는 기술로 그날의 일을 마치고 돈 받아가며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