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중에서 살짝 사기성 있는 친구가 있다.
고교 동창인데..내가 7번 걔가 8번이라는 인연으로 친해지게 되었다.
키도 물론 비슷하고..
다만 성적은 많이 달랐는데..(성격도 다름)
나는 아무래도 공부를 잘 하는 축이었고 얘는 나와 딱 반대 정도 등수였다..
(500명 중에서 내가 30등이면 걔는 470등 정도)
암튼 엄청 재미있는 친구였는데
고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참 동안은 잊고 지냈다..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그러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참 반갑게 인사를 하고 동정을 물어보니
무슨 다이어트 식품을 판다고 하더라?(그때가 90년대 중반 정도)
본인말로는 성균관대 **과를 다니다가 비전이 없어서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얘가 성균관대는 고사하고 지방사립도 가기 어려울 실력이라는 것은 나는 아는데..
암튼 얘가 특장점이 있는데 그건 뭐냐하면 엄청나게 실행력이 좋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냐? 다이어트 식품 팔 때에 차타고 길 가다가 좀 살찐 여자가 있으면 바로 차에서 내려서
바로 인사를 하고 다이어트를 권유해서 당시에 40만원짜리 다이어트 상품을 팔 정도로.
영업력이 좋았다..진짜 아마 이 점 때문에 나와 계속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좀 망상을 많이 하고 이론은 빠삭한데 현실에서는 그냥 노는 놈이라서..
뭔가 서로 부족한 점을 커버해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얘는 얼핏 보면 좀 조폭 같은 분위기가 나서(이를테면 항상 검은 긴 티를 입고 지금도 그런 말 쓰나 모르겠는데 이른바 '기지 바지'라는 입고 다녔다)
사실 길에서 한 번 만나면 웬만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위압을 줄 만한 그런 인상이었다.
나는 반면에 그야말로 범생이 스타일로 서로 너무도 다른 이유로 사이가 좋았다..
암튼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이건 내 이야기는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내 친구 이야기임. 내 친구는 아까 말한 사기성 있는 친구가 아님. 앞으로는 '녀석'으로 호칭하겠다.)
내 친구가 길을 가다가 어떤 애들(20대 초반 정도)과 시비가 붙어서 내 친구가 몇 대를 맞았다.(당시 내 친구는 20대 후반임)
사실 아무리 꼰대마인드가 없다고 해도 나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어린 애들에게 맞았다면 빡칠 일이 아니겠는가?
내 친구는 나름 힘도 세고 주먹도 있고 한마디로 무서운 게 없는 애였는데 이런 모욕을 당하자 그야말로 빡치게 되었는데 일단 숫적으로 딸리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일단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 중국식당 2층에 들어가 앉은 상태로 바로 이 녀석(내가 지금까지 죽 말해온)을 부른 것이다.
당시는 90년대 후반으로 이제 막 핸드폰이 퍼지기 시작할 때였는데 이 녀석이 중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전화를 하면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화로
'그래, 애들 연장 준비시키고 식당 앞에서 대기하라고 해'
이렇게 말하면서 들어왔는데..
이 녀석이 들어오는 순간 분위기가 급반전..
진짜 이 녀석은 인상쓰면 조폭같이 보인다..그런데 그런 녀석이 '연장 준비시켜' 이렇게 말하면 어떨 거 같은가?
내 친구를 때렸던 놈들은 그냥 양아치였는데 진짜 조폭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결국 이 녀석은 내 친구에게 분이 풀릴 떄까지 양아치를 떄리라고 한 후..
몇 대 때리는 선에서 그냥 형동생하고 끝내자고..뭐 대충 이런 식으로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내가 말하고픈 건 그만큼 인상이 더럽다는 거다..그러면서 아까의 케이스처럼 재치가 있다..물론 조폭은 아니다. 교도소에 간 적도 없고.
암튼 얘는 만날 때마다 아이템이 바뀌었다.
만나는 것도 꼭 2-3년마다..
다이어트 식품을 팔다가 뉴질랜드에서 온 로열제리를 팔다가
듣자하니 imf때 수입물가가 올라서 쫄딱 망했다고도 하고..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 또 만났는데 이 때는 벤츠를 타고다니는 거 아닌가?
그때만 해도(2000년대 초) 사실 벤츠를 지금처럼 개나 소나 끄는 시대는 아니었고 30대 초 남자가 벤츠를 타면 워..있어보이네? 뭐 좀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때였다.
그때는 이 친구가 **캐피털대리점을 한다고 했다. 캐피털이 사채는 아니어도 이른바 2-3금융권에 속하지 않나? 이걸로 차량 할부도 하고 가전제품 할부(당시만 해도 그게 좀 있었다)를 하면서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대략 당시에 만났을 때 15억 정도는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 돈을 갖고 여기서 만족하면서 살면 좋은데 얘는 그게 아니다..특이한 점이 얘는 뭔가 계속해서 시도한다. 그래서 자동차쇼핑몰도 만들고(이 쇼핑몰이 중고차쇼핑몰 업계3위까지 되었는데 결국 망함) 심지어 지금도 기억나는데 아이템은 이런 거였다.
보통 보면 naver.com을 칠 때에 실수해서 navel.com이라고 치든지 일종의 오자를 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때마다 자기 사이트로 들어오게 하는 일종의 피싱사이트를 만드는 거였다..암튼 생각 자체가 참 기발하고 그러면서 사기성이 좀 있는 친구였는데..
결국 둘 다 망했다. 나중에 만나보니 개발자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이 두 인터넷 사업 실패로 대부분의 돈을 잃고 사실상 파산위기에 몰렸고 아마 개인회생을 했을 것이다..
이후에도 끈덕지게 이런저런 사업을 하더라. 거의 만날 때마다 아이템이 달랐는데 별 게 다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골프방 사업(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골프존을 씹어먹겠다고 했는데..), 목조주택 사업 등등..
아무튼 만나면 참 재미는 있는데 뭔가 옳은 길은 아니고 살짝 빗겨가고 있다고 하야할까 그런 친구인데..요즘에 한 일이년 이야기가 없다가 내가 진짜 오랜만에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갔는데 그 친구가 친구목록에 있길래 말을 걸어보니..아니 답변을 하는 거였다.
듣자니 요즘에는 코인사업을 하는데 그 코인도 본인이 직접(물론 사람을 시켜서) 만들었다는 거였다! 와..진짜 얘의 창의력(사기력)은 정말 끝이 없구나 싶더라.
나이가 드니 이제 서로 자존심 건들 만한 얘기는 안 하는 편이다. 그저 건강 기원하면서 이야기를 끝냈는데 추석 때 한 번 보자고 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얘는 좀 끝물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 거 같기는 하다..그래도 사실 나보다는 잘 사는데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은근히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한다.
그런 이유로 니들에게 코인 경계령을 발동한다..
얘가 코인 만든다고 설치면 이제는 끝물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