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꽤 오래전부터 내 가방, 주머니, 허리춤, 안주머니, 창고 등등 다양하게 무기를 은닉소지하고 다녔고, 꽤 오랜 세월동안 나는 내 무기와 함께 생활해왔다. 어릴때는 보통 볼펜, 송곳, 과도, 만년필 등이었고, 이후 삼단봉으로 넘어갔다가, 이의 법적 위험성을 깨닫고 폴더 나이프를 사용하다가, 더 든든한 픽스드 나이프로 변경, 그 이후 푸쉬대거와 카람빗을 이용하다가, 서서히 장도리, 토마호크 도끼, 허가받은 반자동 엽총포, 가스권총, 컴파운드 보우, 카타나, 장창, 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시도하거나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의 무장을 갖추고 이를 사용하는 법을 항상 연마하고, 또 늘 전술을 짜고 머릿속에 기입해두고 있다. 당연히 그에 맞는 방어구도 갖추고 있지. 난 전투를 상정하고 장비를 꾸리는거지 단순히 날붙이나 쇠를 좋아해서 모으는게 아니다. 그게 좋아서 모으면 그건 또라이지. 제정신이냐 그게? 돈 쓸데가 그렇게 없어서 그딴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수제 쇳덩어리를 산다고??
미쳤냐?
그래서 내 장비들은 모두 정말 필요한 기능에 강재의 물성치만 잘 나온 좋은 양산형 장비들이다.
아직 내가 글 제목에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을 안했네.
내가 무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니들보다 내가 훨씬 겁쟁이거든.
내게 주어진 삶이 사라지는걸 두려워하는 겁쟁이. 뭐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런데 내가 그 누구나와 다른 이유는,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인간들하고는 달리 선택지가 한 개 더 있다는 것, 그걸 보고 그렇게 나 자신을 무장하고 전술적 마인드셋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이지.
그래서 더 살아남기 위해 장비를 장만하고, 생존기술을 연마하며,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거겠지.
왜 이렇게 됬냐고?
아마 내 환경때문이 아닐까? 난 요즘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찐따였다.
호감가는 상이긴 하고, 잘 웃는 상이긴 하나, 순해보여서 늘 타겟이 되기 쉬웠고, 어릴땐 정말 주변 또래의 놈들보다 압도적으로 잘 살았기도 했으니 타겟이 되는건 확실했지. 외제차는 커녕 중형 세단조차 흔히 보이지 않았던 시절, 세컨카로 BMW 530i 를 타고다니던 집이 있기나 했냐?
늘 나는 타겟이었다. 딴 새끼들은 그냥 심심하면 날 놀려대거나 치고다녔고, 난 늘 도움을 요청했고 교무실에서 살다시피 했으나 그것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당하지 않을거라고 과도나 만년필 따위를 들고 다녔으며 휘두르고 찍는건 기본이었다. 내 과도에 교복이 찢어지는 새끼들은 흔했고, 만년필에 찍혀 상처가 깊게 나는 새끼들도 많았지. 그의 일련으로 아직도 나는 픽스드 한자루와 카람빗 한자루를 몸에 지니고 다니고, 카타나를 들고다닌다.
법은 침묵하는 자를 지켜주지 않지만, 이 나라에서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법과 가해자가 함께 널 죽이러 온다는 사실을 난 아주 어릴때부터 깨달았다. 그래서 난 법을 믿지 않고 내 자신을 지킬 마지막 수단을 항상 구비해놓고 다닌다. 경찰서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난 중2병, 대2병 다 겪었다.
청소년기엔 찐따에 타겟이었고, 대학생때는 아웃사이더 수준이 아닌 패시브 카모플라주 수준이었다. 캐나다의 하이퍼 스텔스 생명공학社 (Hyper stealth bio technology)의 퀀텀스텔스 수준이었지. 아예 보이질 않았다. 온갖 직장에서 열정페이를 강요당했고, 단 한번의 지각도 정시퇴근도 없이 시키는거라면 모든것이든 다, 진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보상하나 받지 못하고 고통속에 살고 있다. 뭐 얼마 전 싸구려 미제 외제차 하나 장만했으니 이 정신병은 더 심해지겠지. 거지의 누더기, 거지 밥그릇 속 낱알까지 빼앗아 갈 것이라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는 양아치 쓰레기 개 씨발놈 새끼들에게 나같은 거지새끼가 병신같이 아무런 저항하나 하지 않고 순순히 뺴앗길거라 생각하면 존나 큰 오산이다.
그래서 내 품에 항상 날붙이가 있는거다. 내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 오면 목숨을 걸으라는 무언의 경고인거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난 그냥 충격신관이 장착된 존나 큰 더티밤인데, 이게 낚싯줄에 묶여 매댤려 있다 생각해봐라, 이 무게만으로도 떨어져서 폭발한다는걸 알려주는거다, 일종의 경고 표지판이라고. 진짜 나한테 주어진 낱알 몇개 빼앗아 먹으려다간 낚싯줄 끊기고 폭탄터져서 다 뒈진다고 경고하는거지.
이게 좋은 방법이냐고? 글세...
뭐 딱히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한가지는 확신한다.
딴놈들이 이유없이 좆같이 굴때, 이유 한가지쯤은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