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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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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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노인들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피부로 느끼게 된 거지만 나이가 들면 확실히 뇌의 능력이 현저하게 쇠퇴한다.

작게는 지팡이이나 우산 같은 것을 잊어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했던 말을 까먹고 또다시 반복하기도 하고

대략 내 경험상 40대 이후부터는 새로운 자극과 발전을 지속하는 사람들 비중이 매우 적은 거 같더라.

한 10% 정도만 이후에도 유의미한 진보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람들은 또 이런 사람끼리 어울린다.

한 번 생각해봐. 10년만에 만났는데 그때와 지식과 정보, 경험이 거의 비슷한 사람과

10년동안 막대한 지식 정보 경험을 쌓은 사람과 과연 대화가 될 수 있겠는지..

 

근사한 얘는 아니지만 내 고교동창 중에서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임용고시'를 준비했는데

임용고시 준비하고나서부터 얘를 만나면 정말 재미가 없는 거..

시험 외에는 별 화제가 없음. 물론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변화상은 있겠지만

이 친구는 인생의 메인테마가 임용고시이다 보니까 결국 임용고시 얘기가 나오고 시험얘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고 그러면서도 또 본인이 시험 얘기를 한다..

시험준비하니까 스트레스 받겠지..그래서 나를 만나는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결국은 또 시험얘기가 나오는거야.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쉬고..

그런 시간이 몇 년간 지속되다가 나중에는 결국 연락이 끊어졌다..

나도 답답 본인도 답답하고 출구없는 터널에서 계속 정체해 있는 거니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어? 

나는 나름대로 내 삶을 영위하면서 느낀 얘기를 하고 싶은데 시험준비하는 애에게는 이게 고깝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니 말조심을 해야하고..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도 아니고 친구사이에 

그런 스트레스 받으면서 만날 수 없게 되버리는 것이지.

암튼 그 친구는 10년 넘게 임용고시를 준비했는데 결국 떨어지고 지금은 뭐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참 친했던 친구였기에 지금도 그 친구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  

 

한국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는 저런 식으로

뇌의 발전이 정체되거나 어떤 병리적 상황에 이렀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사실 눈에는 안 보이거든. 육체적으로 어디가 찢어지거나 하면 당장이라도 병원에 달려갈건데 뇌와 의식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갈 정도 되면 그럭저럭 사는 게 뇌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이런 정체상태를 거듭하는데 본인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걸맞는 대접이나 권위를 누리려는데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나이가 깡패라는 장유유서 마인드가 작용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도 어려워지는거야.

 

아까 뉴스를 잠깐 보니까 훈련소 연대장이 훈련병이 보행하는 보행로를 가운데 두고 활을 쏴서 군인권위원회에 회부가 되었다고 하는데..

연대장이면 아마 한 50정도는 되었을거야. 물론 훈련병이 보행하는 상황에서 활을 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화살이 바람에 날려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일단 훈련병 입장에서는 

과녁과 사대 사이에 자신들의 보행로가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는 사안이거든.

근데 군대에서 당장 자신들을 갈구는 상병도 하늘처럼 여겨지는데 감히 연대장에게 무슨 소리를 할 수 있겠나..

그냥 나중에 소원수리 시간에나 글로써 남기는 거지.

 

연대장 정도 된 사람들 그냥 고스톱쳐서 연대장 단 것도 아니고 분명히 저게 위험하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사안임을 분명히 인지했을 것인데

그게 30대 정도에는 그런 센서가 잘 작동하는데

이 센서가 50 정도 되니까 작동을 하지 않게 되어버린거야. 화재감지기가 노후하면서 더 이상 감지가 안되는 상태인 것이지.

만약에 상하간의 소통이 잘되고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이를테면 말단 소위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합당한 견해라면 연대장이 즉각 따라야하는 문화라면

저런 문제는 곧바로 시정이 될 것이었겠지만

계급질서가 언로를 막은 상태에서는 저런 일이 몇 달에 걸쳐서 일어나는 거지..

 

오늘은 공설운동장에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갔는데 이 운동장이 가운데 축구장이 있고 주위에 트랙이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공설운동장인데..

아 글쎄 어떤 사람이 축구장에서 혼자서 골프를 하고 있는 거다. 골프연습장 비용을 아끼려고 그러는 거겠지만(어쩌면 골프에 늦바람이 들었는데 일요일날 골프연습장이 쉬니까 여기서 하는지도 모르지..)

그냥 골프스틱으로 폼만 연습하면 문제가 안되는데 골프공을 갔다놓고 힘껏 치면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까(그 정도 센서까지는 아직 남아있는 듯) 그냥 힘없이 툭툭 20-30미터씩 치면서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

사람들은 트랙에서 달리고 있는데 말이지. 그것도 세금내서 만든 공설운동장에서 잔디를 손상해가면서 그짓을 하고 있는데..나이는 50대 정도 되어보이던데

결국 참다못한 사람들이 나서서 항의를 하니까 말도 없이 골프가방 들고 스윽 나가더라고..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니 세상 살기가 힘든 거지. 






  • 갈로우
    17.07.09

    "한국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는 저런 식으로

    뇌의 발전이 정체되거나 어떤 병리적 상황에 이렀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사실 눈에는 안 보이거든. 육체적으로 어디가 찢어지거나 하면 당장이라도 병원에 달려갈건데 뇌와 의식은 그렇지가 않아요."


    아주 훌륭한 통찰이네
    결국 여유시간이 먹고사니즘에 매몰된 인간의 말로란
    무미건조한 먹고사니즘 기계가 될뿐인것. 
  • 로만
    17.07.09
    갈로우님 말씀도 많이 와닿네요.. 먹고사니즘이란 말이 웃기기도 하면서 당장 저희 부모님을 지칭하는 말이라 아이러니합니다
  • 흠 종종 상당부분 저랑 비슷한 생각을 많이 보여주시는듯. 실례지만 노인관련 무슨일을 하시나요. 요양사세요? 나이는 한 40 초반정도 되시는지요?
  • 하는 일은 답변하기는 좀 곤란하네요.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됩니다. 
  • 제 생각과도 유사하네요. 차라리 무언가를 익히겠다는 문화나 나이와 상관없이 평등한 문화라면 그래도 조금 배려심이 남아 있을 꺼 같은데, 그것도 아니고 한 50정도 되면 나이먹었다고 윗사람이 된다 이런 마인드이다보니 무언가가 좀 왜곡되는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40-50이 넘어가면 헬조선에서 워낙 힘들게 살다보니 인생에 무언가 새로운 걸 하기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에너지를 다 써서 이젠 지쳤는데 그나마 먹은 게 나이이니 대접(혹은 배려)를 받고 싶다고 하는 거죠.

    새로운 걸 배우기가 어려운 것도, 여태까지 너무 고생만 하며 살아와서 인생에 질려버린 영향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있네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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