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데 전혀 지장없다. 식당에서도 김치 안먹는다. 먹을 이유가 없다.
집에서는 김치를 담그지도 홈쇼핑에서 구입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 가족은 다른걸 먹는다.
매실장아찌를 직접 담궈 먹는다.
카람빗을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과일손질이나 생선 손질 등에는 카람빗만큼 좋은 형태의 칼이 드물다. 농담아니다 해봐라 진짜 좋다. 잘 깎인다.
2년에 한번씩 10kg를 담근다. 일본식으로 차조기 넣고 그렇게 하지는 않고 소금으로 조금 절이고 씻어낸 후 설탕만으로 깨끗하게 담궈준다. 몇달간은 풋내와 몸이 뒤틀릴 수준의 시큼함이 느껴지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매실 특유의 향과 설탕에 의해 어느정도 중화된 새콤함이 모든 음식들을 고급스럽게 바꿔준다.
젓갈의 그 썩은내, 중화되지도 않은 마늘과 생강, 고추의 자극적인 냄새를 맡을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향만이 퍼진다. 풋풋함과 매실 특유의 깔끔한 맛과 달콤함, 그 뒤로 따라올라오는 아름다운 매실의 풍미까지...완벽 그 자체다. 아 물론 일본의 본래의 우메보시보다 좀 더 달달하게 해두면 정말 맛이 좋다. 거기에 차조기 잎까지 우려내면 색깔마저 아름다워지겠지.
나는 이를 다져가지고 귀리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후, 거기에 다진 우메보시를 넣어 섞어서 주먹밥을 만들어 삼각김밥 틀에 넣고 우메보시 오니기리를 만들어 먹곤 한다. 진짜 별 반찬 없이도 밥이 너무 술술 잘 넘어가서 좋다. 주의해야할 점은 너무 많이 먹게된다는거다. 여기에 뭐 멸치볶음이나 어묵볶음, 쇠고기 구이, 닭가슴살 구이 따위를 곁들이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고.
단지 우메보시와 그 설탕과 매실의 과즙으로 이루어진 국물에 양조간장 조금과 깨소금, 올리브유를 살짝 곁들이면 그대로 오리엔탈 드레싱이 된다. 셀러드의 거부감을 확 줄여주면서도 풍미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지. 건강도 챙기고 말이다.
고기먹을때도 쌈장따위를 찍지 말고 우메보시 싸서 먹어보자. 맛 자체가 달라진다.
이런거 보면 진짜 헬조선에는 쳐먹을게 없어...우메보시 하나만으로도 식생활이 이정도로 변할정도면 대체 식문화가 얼마나 미개하다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