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차 나왔다.
카마로 V6 3.6 무시무시하리만치 큰 차고 위압감도 어마어마하다. SUV가 전시에 아무런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가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꽤 오랜시간 고민했다. 솔직히 전시건 재난사태건 뭐건 유사시에 SUV를 타고 나서면 그건 그냥 타겟이거든.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애초에 그런 상황에 차를 갖고 나선다는거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그렇다고 25톤 트럭 타고 할아브 하고 다닐수는 없잖아.
그럴바에야 그냥 평시에 주변 차량들에게 위압감도 주고, 멋도 있고, 또 흡/배기 튜닝을 통해 퍼포먼스도 올리고 도로 위 아이덴티티를 표출할 수 있는 멋진 배기음까지 가진 차량을 하자! 라는 생각에 아메리칸 오리지널 포니카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유지관리가 가장 싸고 합리적인 차량을 고르고자 여러모로 노력하다가 결국 쉐보레의 카마로를 선택했다.
전에 i30 타고다닐 당시에는 경적을 울려대며 창문내리고 쌍욕하면서 죽일 기세로 노려보던 헬센징 새끼들이 이젠 가까이 오지조차 않는다. 아 나도 잘 어울릴 수 있는데...서로 교행해야 할 상황인데 지나가질 않는다. 자꾸 멈춰있거나 도망가려고 한다. 슬금슬금 피한다. ㅋ 이 얼마나 쉬운 새끼들이냐.
차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아메리칸 오리지널 머슬카 그 정수다. 젠쿱이나 스팀어 따위와는 비교조차 불허한다. 애초에 뭐 ㅋ 배기량이나 토크, 마력이 비교가 되나... 아니 씨발 이것도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존나 웃긴게 ㅋㅋㅋ 쉐보레의 카마로는 1969년도에 첫 모델이 생산되었다. 근데 현대차 몇년도에 처음으로 차라는 걸 만들어 본 줄 아냐? 1969년도다. 쉐보레는 1906년도에 처음으로 차를 생산해냈다. 63년이나 늦게 시작한 흉기차 새끼들이 더 잘만든다는게 말이 되냐고 ㅋㅋㅋ
미국 농/축산물 비싸다는 개소리와 같은 레벨의 개소리다.
승차감은 꽤나 Rough하다. 어머니께서는 시끄럽다고 하실 정도인데, 딱히 뭐 나에게 신경쓰이거나 그렇진 않다. 하지만 쉐보레 특유의 소음 등은 있는 편이다. 그리고 차량이 굉장히 묵직하다. 핸들링도 묵직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만큼 안정적이고, 직선도로와 고속 크루징에서 굉장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육중함과 엄청난 고속성능으로부터 오는 위압감에, 미국차 특유의 내구성 등이 합쳐진 꽤나 매력적인 녀석이다.
조만간 흡/배기 튜닝으로 도로위에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펼쳐보일 예정이다.
근데 사실 위에 글은 그닥 중요한게 아냐.
중요한건 오늘 회사에서 차를 받고 퇴근 후 저녁에 어머니를 모시고 물건을 싣고 돌아오신 아버지를 모시러 갔다. 그리고 드라이브를 한바퀴 하고 왔지. 어머니께서도 아버지께서도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그냥 모두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 미친 개고생을, 이 좆같은 지옥불반도를 어떻게든 해쳐나가면서 그래도 살아갈 수 있구나! 라는 그 생각에, 갑자기 모두가 기분이 좋아진건지 그냥 웃기만 했다. 너무 즐거웠었다.
12년. 내 가족이 빚더미에 앉은 후 딱 12년만의 일이었다. 가족끼리 모여 이렇게 마냥 즐거웠던 것이 12년만의 일이었다. 생각할 수록 좆같지, 망한게 씨발 내 가족 탓이냐고. 12년을 고생했다. 12년 동안 진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죽으면 끝 아닌가? 등등...그런데 곱게 뒈져주려니까 이게 존나 더 좆같은거야. 자괴감 따위를 그런식으로 분노와 증오심으로 이겨내가며 서로의 결속력을 강화하며 어떻게든 버텨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다시 모여 속이 후련하게, 정말 즐겁게 같이 웃었다.
이제 헬조선이 몰락하며 더 어려워지겠지만, 이날의 이 순간을 기억하며 탈조선을 감행하건, 생존을 하건 가족과 함께 똘똘 뭉쳐 끝까지 버텨내어 잿더미로 변한 이 세상 위건, 목숨을 걸고 도주하여 도착한 황야 개척지이건 당당하게 일어서서 보란듯이 살아남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