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씹센비
17.04.07
조회 수 277
추천 수 3
댓글 1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는 '되기' 라는 개념을 통해, 존재가 아니라 존재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되는' 변화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통해 끊임없이 탈영토화되어 변이하는 삶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되기' 는 자기 동일적인 어떤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것이 되는 것이고, 어떤 확고한 것에 뿌리박거나 확실한 뿌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다. 즉, 근거를 찾는 게 아니라 차라리 있던, 아니 있다고 생각하던 근거에서 벗어나 탈영토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주창한 '노마디즘(유목주의)' 은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에서 정착과 소유, 착취와 포획, 동일성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철학적 문제 설정이자, 신체와 삶을 사로잡고 있는 권력과 대결하며 새로운 창조적 삶을 창안하기 위한 방법이다. 절대화된 권력과 고착화된 문화로부터 자유를 위해 탈주하는 삶의 방식이자 사유의 방식인 것이다.

 

"천 개의 고원" 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사람들의 욕망을 형식과 규범, 원칙에 맞춰 적당히 통제하여 '정착민' 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자신이 통치하는 공간에 홈을 파거나, 매끄러운 공간들을 홈 파인 공간에 복무하도록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정착민들은 땅을 소유하고 경작하며 거기에 제 삶을 고착시키는 반면, 유목민들은 땅을 갖지 않고 경작하지도 않는다. 유목민들은 홈 파인 곳에 제 삶을 고착시키는 않고 구획되지 않은 매끄러운 땅 위를 미끄러져 달아난다. 이렇게 달아나고자 하는 존재들을 길들이고 고착시키기 위해, 매끄러운 공간을 남겨 두지 않고 홈을 파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정치 권력은 사람과 물자, 상업과 자본의 흐름과 속도를 제한하고, 조절하며, 관리한다.

 

유목은 현실적인 영역이든 정신적인 영역이든 국가나 자본, 시장 같은 준거를 떠날 뿐 아니라 그것과 대결한다. 지배적인 척도가 새겨 놓은 사유나 삶의 '홈 파인 공간' 을 범람하여 매끄러운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현대적 삶의 조건에서는 자본이나 국가, 시장과 대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결을 들뢰즈와 가타리는 니체의 용어법을 따라 '전쟁' 이라고 하였다. 지배적인 가치에 대한 전쟁, 낡은 습속에 대한 전쟁, 그리고 이런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들은 '전쟁 기계' 라고 일컬었다.

 

정착민도 이동을 하며, 유목민도 멈춘다. 차이는 정착민의 이동이 어떤 목적지(멈춤)에 종속되어 있다면, 유목민에게 멈춤이란 이동의 궤적 안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란 점에서 이동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주민' 과 '유목민' 또한 구별한다. 이주민이란 어느 영토에 이주하여 그 영토를 이용하며 살지만 그 영토가 불모가 되면 버리고 떠나는 자들이다. 반면, 유목민은 불모가 된 땅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살아가는 법을 창안하는 자들이다. 정착민이 성공에 안주하는 자라면 유목민은 성공을 버릴 줄 아는 자고, 이주민이 실패를 쉽게 떠나는 자라면 유목민은 실패와 대결하며 새로이 길을 찾아내는 자들이다.

 

- 노마디즘(천재교육 110p)

 

 

걍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인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인상 깊기도 해서 퍼왔슴다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2062 0 2015.09.21
11093 남한 지상파 방송사 SBS가 하는 뉴스 채널 수준.JPG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237 0 2018.10.03
11092 알바면접보는데 이렇게 떨리다니.. new Redberry 212 0 2018.10.03
11091 영화 안시성으로 득보는 개새끼덜 2 new DireK 286 0 2018.10.03
11090 리브레위키 대안우파 문서 토론내용을 봤는데 7 new 나키스트 383 3 2018.10.03
11089 국부론 中.JPG [매춘 이야기]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308 1 2018.10.03
11088 한국의 악법들 new 노인 435 0 2018.10.03
11087 서양 와패니즈 vs 헬조선 일뽕 new 노인 235 1 2018.10.03
11086 대안우파들은 이슬람권 여성이나 제3세계 여성에 대해 쉴드 치는데 2 newfile 노인 561 2 2018.10.03
11085 버마 상국론-중국문명의 대부분의 요소는 버마에서 기원했다. 1 newfile DireK 275 1 2018.10.04
11084 나간다고 했다가 오랜만에 들어와 봤지만... 4 new Mihel 269 1 2018.10.04
11083 소라넷? 몰카? 리벤지 포르노? 헬조선에선 이런게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3 new 충무김밥 268 0 2018.10.04
11082 우경화로 인한 결과(?) 4 newfile 노인 297 1 2018.10.04
11081 흑인이 서양권에서 무시당하면 어찌보면 당연한이치다. 4 new insurrection 309 0 2018.10.04
11080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예다에게 극우적 테러를 일삼는 헬조선인 2 newfile 노인 307 1 2018.10.04
11079 헬조선 사회 내 만연한 갑질 문화 2 new 노인 605 0 2018.10.04
11078 이슬람혐오의 특징 6 new 나키스트 318 3 2018.10.04
11077 삭발하는 게 어때서? new 노인 206 0 2018.10.04
11076 네이트판 이용자들을 보고 헬조선인들의 문제점을 알아냈다 newfile 노인 302 0 2018.10.05
11075 집단주의의 문제점 new 노인 201 0 2018.10.05
11074 헬조선이라고 생각하게된 이유 2 new LWha 289 1 2018.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