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먼저 나는 충청도 남자이고 전라도 여자와 결혼해서 전라도에서 살고 있다..
일베가 갖고 있는 지향점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거든.
나도 2년 전까지는 정말 일베가 변태집단이고 인간쓰레기라고 생각했고
어쩌다 호기심에 들어가봐도 그 특유의 병신?같은 인터페이스와
(처음에 들어가보면 아주 조잡해보인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노골적인 단어 이를테면 보*같은 여성 생식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과감하게 제목에 깐다든가
특히 무슨 젖꼭지 사건이라든지 이런 거 보면서 아예 들어가서는 안되는 사이트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접속해서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사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제일 많이 접속하는 거 같다.
그런다고 해서 업무에 지장받을 정도는 아니고..
뭔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던가
주로 이런 경우에 접속한다..내 생각에 일주일에 접속하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는 될 거 같다.
사실 무익한 시간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거나 게임을 하는 거나 아니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사실 나는 이른바 애국 보수도 아니고
전라도를 까는 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벌써 전라도 생활이 11년차이고 아내와 가족 지인들이 거개 전라도 사람인데 전라도 까는 글에 동의할 수 있겠나?
내가 전라도 까는 글 중에서 인정하는 거 딱 하나는
광주에서 보험사고율이 높다는 거 하나다..이건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게
대한민국에 한방병원이 200개가 안되는데 광주에만 40개가 넘게 있다. 이 중에서 상당수 한방병원이 일종의 보험 치팅으로 운영된다. 일단 대한민국 인구가 5200만이고 광주인구가 160만이니 점유율이 3%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한방병원은 전국 한방병원 갯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이것만 해도 이상하지 않나?
그거 빼고 나머지 이른바 전라도 까는 포스팅은 나는 싹 다 무시한다..전라도가 한국에서는 진보(이 단어가 적당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인정하는 단어이기에..)에 해당하는 포지션이기에 일베에서 까는 거고 내 정치성향도 오히려 그쪽(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페미니즘을 까는 거 이거는 나는 적정선에서 동의한다..이를테면 징병제 하에서 남자만 부담을 지는 것은 부당하지 않나? 징병제를 지지하고 안 하고와 무관하게 말이다.
무슨 삼일한(다 알겠지만 혹시나 모를 사람을 위해서 말한다면 여자는 삼일에 한 번은 쳐맞아야 한다는 이론)..이런 거는 혹시나 니들이 일베글 안 읽어봤을지도 몰라서 얘기하는 건데 그건 개그코드인 거고..
실제로 자기 마누라에게 삼일한을 시전하고 자랑스러워할 정도의 병신은 일베에는 없다. 고소 좋아하는 일베 특성상 곧바로 경찰에 신고만 들어갈 뿐..
읽어보면 대체로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은 주갤(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과 비슷하다. 나도 주갤은 좀 눈팅을 하다가 넘어왔고.
페미니즘보다는 일종의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인데
결혼하고 나면 남자가 지는 짐이 아주 무거워진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짐이 아주 무거워지지..이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힘든데 그런 애환을 다룬 글에는 내가 공감하게 되거든..
실제로 이 점에서는 일베와 주갤이 아주 비슷하다. 서로 많이 퍼오기도 하고.
암튼 이런 글은 그냥 나도 결혼해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써 공감하면서 재미로 보게 된다.
내가 일베에서 몇 가지 다른 커뮤니티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는
첫째, 이 사이트가 나름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유저들이 꽤 많이 있는 편이다.
애국보수=전체주의 유저보다는 확실히 숫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저런 자유주의적 유저들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사이트 자체가 거의 없어.
둘째, 양질의 정보글이 꽤 많다는 거야. 대놓고 무슨 소리든 할 수 있으며 무조건 반말을 해야 하는 속성상 정보글과 댓글에서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다른 커뮤니티보다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내가 모든 커뮤니티를 다 가본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일단 일베는 친기득권성향이라 그런지 몰라도
유학생이나 해외이민자들도 많고 아주 소수지만 한국을 이끌어가는 엘리트들도 상당수 접속한다고 봐.
왜냐면 지금 한국 커뮤니티 지형도상 친정부 친기업 또는 친미 친일적인 입장에서 쓴 글은 사실 환영받을 만한 곳이 일베밖에 없어.
일베가 문제가 많은 것은 다 알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일베에 몰린다는 거야.
셋째는 이른바 팩트일베라는 것인데 사실 이거는 큰 장점이지.
검증되지 못한 음모론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글, 또는 비과학적인 글들은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데
이런면에서는 Skeptic입장이라고 볼 수 있지. 한의학이 일베에서 엄청 까이는 것도 그렇고.
물론 이 팩트일베는 아주 편향적인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어제의 경우에는 노무현 대통령 때 gp에서 벌어진 살인극에 대한 글이 화제에 올랐는데 이건 당시 시대가 노무현이라는 이유로
일베에서 지양하는 음모론적 관점이 엄청 일베에 올랐지..
그러니까 이 팩트일베는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팩트를 까지만
그 반대라면 얼마든지 음모론도 수용한다는 것인데..
그냥 웃으면서 봐주면 된다..사실 나는 그런 글은 클릭도 안 한다.
또하나 20대 30대 초중반까지가 주류이기 때문에
그들 삶의 여러 문제나 애환 관점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사실 내가 일하는 곳은 40대 이상이라
얘기해도 재미가 없고(뭐 애들 얘기라든지 업무 얘기뿐이지) 그런데
젊은 층의 얘기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거 나는 이거 장점이라고 보거든.
물론 그럼에도 일베를 한다는 것을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주변에 권할 수도 없지만
(솔직히 미성년자는 접속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또다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최소한 내게는 소중한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전에 '부침개' 댓글 읽어보니 상관이 일베를 하면 파면 각오하고 까겠다고 하던데
나같이 사실 일베가 가진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일베를 이용하는 상당수 유저가 있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