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복지 때문에 망하지 않았다.
언론은 그리스가 나태하고 퍼주기식 복지를 실시해서 경제가 무너졌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리스인의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은 유럽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2,000시간을 넘는다. OECE 1위인 멕시코와 2위인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참고로 부지런하다고 알려진 독일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1,400시간이다. 그리스 인들이 58세에 조기 은퇴하고 놀러 다닌다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 낸 신화다.
그리스인들은 열심히 일한다. 2014년 그리스인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달러80센트이다. 한국의 32달러30센트보다 높았다. 복지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것도 신화에 가깝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21%로, 독일이나 스웨덴의 28%에도 미치지 못하고,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경제 시스템이 부패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스는 탈세 때문에 망했다.
그리스는 자기 집에 수영장이 있으면 한 해 500유로 (한화 60만 원)가 넘는 세금을 물린다. 그리스 아테네 근교 부촌인 에카리 교외에 자기 집에 수영장이 있다고 신고한 수는 324명이다.
그런데 구글 어스로 수영장을 세어 보니 이 지역의 수영장은 16,974개 였다. 그리스 부유층 대부분이 탈세를 해 온 것이다 .
세무 당국이 구글 어스로 수영장을 찾아내 세금을 물리자, 부자들은 잔디나 콘크리트 색깔의 방수포로 수영장을 가려서 위성이나 항공사진으로 수영장을 찾아내지 못하게 했다. 수영장 탈세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리스에서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것은 바보로 취급받을 정도다.
아테네 인근에서 환자들에게 영수증을 떼어주는 의사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한 해 소득이 3,000유로 (한화 400만 원)이라고 신고하는 이도 있다. 그리스는 공무원들에게 파벨라키(뇌물)를 건네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각종 인허가는 물론이고 교수 임용에까지 파벨라키가 쓰인다. 그리스는 뇌물이 일상화 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부유층의 탈세와 부정부패가 그리스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국민을 복지로부터 소외시킨 껍데기 복지제도
그리스인의 연금은 소득대체율이 95%로 알려져 있다. 즉, 직장을 다닐 때 받았던 평균 연봉과 거의 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OECD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그리스 노인 빈곤률은 거의 23%로 매우 높다. 스웨덴은 6%, 미국은 10%, 터키는 15% 였다.
함정은 그리스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은 공무원, 법조인, 교원 등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만 소득대체율 95%인 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제 계약질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은퇴하는데 이들은 후한 연금의 혜택에서 배제된다.
그리스의 전체 복지 지출 중 노인연금과 노년층 의료비 관련비용은 무려 3분의 2를 차지하고 GDP의 14%가 넘어 유럽 최고 수준인 반면, 청년과 가족복지를 위한 지출은 고작 GDP의 3,5에 불과해 유럽국가 중 최하위,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미국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함.
공무원이나 교원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다고 해서 복지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복지천국이라고 부르기엔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서민들은 오히려 복지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일자리 없는 청년, 굶주리는 아동
그리스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3.5유로(약4,700원)이다. 2016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인 6,03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런 최저임금으로 물가가 만만찮은 그리스에서 살아남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일자리를 구한 청년은 운이 좋다.
2015년 현재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50%가 넘는다. 청년 두 명 중 한 명이 일자리가 없다. 게다가 2013년 그리스 아동 빈곤률은 41%나 된다. 절반에 가까운 아동이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2008년에는 23%였다. 노르웨이는 9.6% 한국은 16.8%였다.
그리스 아동복지 예산은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그리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복지는 대학이 무상교육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대비 대학 정원이 유럽 최하위 수준인 그리스에서는 이 또한 소수를 위한 특권적 복지에 불과하다.
그리스 복지의 문제는 소수의 특권층이나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계층이 오히려 더 많은 몫의 복지 혜택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복지도 불합리적이거나 비대칭적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리스 복지는 표를 거래할 수 있는 집단이 더 많이 누리고, 서민은 소외되는 거대한 부패복지라고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