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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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 좋죠. 그런데 일이 많을 때도 무조건 칼퇴하는 사람이면 누가 같이 일하고 싶을까요?”
 

국내 한 정보기술(IT) 중견기업 근무 6년차인 강현우씨(35·가명) 일상은 일지옥이다. 한창 바쁠 땐 한 달에 집에서 부모님 얼굴을 보는 게 손에 꼽을 정도다. 팀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간혹 ‘정도를 넘게’ 칼퇴(정시퇴근)하는 이들의 빈자리를 곱게만 볼 순 없다고 고백한다.

“솔직히 좀 그렇죠. 누군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중소기업 관리직인 이정민씨(28·가명)는 매번 칼같이 퇴근하는 동료를 볼 때마다 찜찜한 생각이 든다. 그는 “부장님이 퇴근할 때쯤 ‘누구 한 사람 남아서 좀 보다 가’라고 하면 다들 눈치 보다가 먼저 유령처럼 빠져나간다”며 “매번 핑계를 대며 칼퇴하는 동료들을 보면 ‘나만 호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의 소망은 칼퇴”라고 외치는 직장인들이지만 정작 ‘자기 일만 하고 가버리는’ 동료를 향한 눈빛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칼퇴한 동료 빈자리는 종종 내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강씨는 “칼퇴가 싫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 사람이 먼저 퇴근한 만큼 나머지 사람들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화받기 등 ‘누군가가 해야 하는 사소한 업무’들부터 추가로 발생하는 일들은 결국 야근자에게 전가된다. 강씨는 “나도 친구들이랑 만나면 칼퇴하고 싶다는 푸념을 해왔는데 어느샌가 칼퇴하는 애들이 짜증 난다는 하소연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업무는 많고, 비용은 오히려 줄이려는 회사 논리가 점점 직장 동료 간 문화도 싸늘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한모씨(29)는 칼퇴하는 동료를 질시하는 자신의 심리를 ‘억울충(억울함+벌레 충)’이라고 자조한다. 한씨는 “악에 받쳐 모두 다 ‘억울충’이 돼간다”며 “한 명만 더 뽑아도 일 부담이 줄 텐데 나간 사람들 빈자리는 나머지 사람들이 뼈를 깎아가며 메워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인건비 축소로 ‘이익’을 내려 하고, 그만큼 노동자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위로 향해야 할 분노”는 현실 속에선 옆자리의 칼퇴하는 동료로 향하는 구조다.

가욋일 부담이 없어도 칼퇴를 할 경우 눈칫밥을 먹게 되는 경직된 회사 문화도 문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최근 유관 스타트업으로 옮긴 한모씨(33)는 “이전에 있던 회사가 ‘눈치 야근’ 문화가 너무 강해서 차라리 낮엔 딴짓을 하고 밤엔 일을 남겨놓곤 했다”고 말했다. 일을 일찍 끝낸다 해도 어차피 ‘윗분’보단 늦게 가야 하니 일을 숫제 미뤄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직장에서의 처세술을 배웠다고 한다.

물론 이전 직장에서도 칼퇴하는 ‘간 큰 사람’은 있었다. 한씨는 칼퇴하는 동료에 대해 “마치 학창시절 방과 후 연대 체벌을 받고 있는데 ‘학원 찬스’로 혼자 빠져나가는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복잡한 느낌”이라고 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아버지에게 털어놓으면 “나 때는 별 보며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했다”는 타박만 돌아왔다.

‘칼퇴 눈칫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착한 오너’ 혹은 ‘착한 사수’를 만나는 것뿐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홍모씨(32)는 “우리 기업은 오너 소유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기업 문화가 바뀌는 것은 오직 오너 ‘명령’에 달렸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2192226025&code=940100&utm_campaign=naver_news&utm_source=naver&utm_medium=related_news&utm_content#csidx6697fcd880f3819b36848ec0d9dd1c7 onebyone.gif?action_id=6697fcd880f3819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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