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7.02.22
조회 수 153
추천 수 2
댓글 2








“칼퇴 좋죠. 그런데 일이 많을 때도 무조건 칼퇴하는 사람이면 누가 같이 일하고 싶을까요?”
 

국내 한 정보기술(IT) 중견기업 근무 6년차인 강현우씨(35·가명) 일상은 일지옥이다. 한창 바쁠 땐 한 달에 집에서 부모님 얼굴을 보는 게 손에 꼽을 정도다. 팀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간혹 ‘정도를 넘게’ 칼퇴(정시퇴근)하는 이들의 빈자리를 곱게만 볼 순 없다고 고백한다.

“솔직히 좀 그렇죠. 누군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중소기업 관리직인 이정민씨(28·가명)는 매번 칼같이 퇴근하는 동료를 볼 때마다 찜찜한 생각이 든다. 그는 “부장님이 퇴근할 때쯤 ‘누구 한 사람 남아서 좀 보다 가’라고 하면 다들 눈치 보다가 먼저 유령처럼 빠져나간다”며 “매번 핑계를 대며 칼퇴하는 동료들을 보면 ‘나만 호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의 소망은 칼퇴”라고 외치는 직장인들이지만 정작 ‘자기 일만 하고 가버리는’ 동료를 향한 눈빛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칼퇴한 동료 빈자리는 종종 내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강씨는 “칼퇴가 싫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 사람이 먼저 퇴근한 만큼 나머지 사람들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화받기 등 ‘누군가가 해야 하는 사소한 업무’들부터 추가로 발생하는 일들은 결국 야근자에게 전가된다. 강씨는 “나도 친구들이랑 만나면 칼퇴하고 싶다는 푸념을 해왔는데 어느샌가 칼퇴하는 애들이 짜증 난다는 하소연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업무는 많고, 비용은 오히려 줄이려는 회사 논리가 점점 직장 동료 간 문화도 싸늘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한모씨(29)는 칼퇴하는 동료를 질시하는 자신의 심리를 ‘억울충(억울함+벌레 충)’이라고 자조한다. 한씨는 “악에 받쳐 모두 다 ‘억울충’이 돼간다”며 “한 명만 더 뽑아도 일 부담이 줄 텐데 나간 사람들 빈자리는 나머지 사람들이 뼈를 깎아가며 메워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인건비 축소로 ‘이익’을 내려 하고, 그만큼 노동자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위로 향해야 할 분노”는 현실 속에선 옆자리의 칼퇴하는 동료로 향하는 구조다.

가욋일 부담이 없어도 칼퇴를 할 경우 눈칫밥을 먹게 되는 경직된 회사 문화도 문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최근 유관 스타트업으로 옮긴 한모씨(33)는 “이전에 있던 회사가 ‘눈치 야근’ 문화가 너무 강해서 차라리 낮엔 딴짓을 하고 밤엔 일을 남겨놓곤 했다”고 말했다. 일을 일찍 끝낸다 해도 어차피 ‘윗분’보단 늦게 가야 하니 일을 숫제 미뤄둔다는 것이다. 그렇게 직장에서의 처세술을 배웠다고 한다.

물론 이전 직장에서도 칼퇴하는 ‘간 큰 사람’은 있었다. 한씨는 칼퇴하는 동료에 대해 “마치 학창시절 방과 후 연대 체벌을 받고 있는데 ‘학원 찬스’로 혼자 빠져나가는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복잡한 느낌”이라고 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아버지에게 털어놓으면 “나 때는 별 보며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했다”는 타박만 돌아왔다.

‘칼퇴 눈칫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착한 오너’ 혹은 ‘착한 사수’를 만나는 것뿐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홍모씨(32)는 “우리 기업은 오너 소유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기업 문화가 바뀌는 것은 오직 오너 ‘명령’에 달렸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2192226025&code=940100&utm_campaign=naver_news&utm_source=naver&utm_medium=related_news&utm_content#csidx6697fcd880f3819b36848ec0d9dd1c7 onebyone.gif?action_id=6697fcd880f3819b3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205 0 2015.09.21
24753 헬조선 1위 글로벌 기업의 위엄 4 new 빨간토끼 379 3 2016.01.26
24752 헬조선 1만8천원 짜리 갈비탕 집 주인 마인드 3 new 헬조선 1180 0 2015.07.27
24751 헬조선 10대 미혼모들한테 꼭 있어야 하는 제도 newfile 노인 74 0 2018.05.13
24750 헬조선 / 아흔노병의 눈물 - 국가란 무엇인가 1 new 헬조센멘토 129 1 2016.06.23
헬조선 - 칼퇴 2 new 노인 153 2 2017.02.22
24748 헬조선 -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5 new 노인 222 1 2017.02.22
24747 헬조선 - 노동착취, 재벌 집착 7 new 노인 240 5 2017.02.22
24746 헬조선 - 군대같은 사회 4 new 노인 194 0 2017.02.22
24745 헬조선 , '대장암'사망률이 높다 . 5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89 0 2017.09.22
24744 헬조선 + 윈도우 10 콜라보 2 new 헬조선 615 0 2015.07.07
24743 헬조선 '유리천장' OECD 국가 중 가장 단단해 10 new 민족주의진짜싫다 324 5 2015.10.23
24742 헬조선 '여성비하' 방송,인터넷 심의 강화된다. 5 new 헬조선 717 0 2015.07.27
24741 헬조선 중장년층들이 보수성향을 띄는 이유 txt. 3 new 탈죠센선봉장 494 5 2016.03.07
24740 헬조선 북한 우주경쟁시대 돌입 ... new 킹석열 4 0 2023.12.03
24739 헬조선 병신같은 시키들,,, new 미리내가우리 176 1 2016.01.02
24738 헬조선 곧츄회손 시키는 문화 2 new 폴리스 285 4 2015.12.22
24737 헬조선 3 new 또옹옹송 127 1 2015.09.14
24736 헬조선 newfile 노인 60 1 2017.03.03
24735 헬조산 티비 미개해서 못보겟음 10 new 인생한번뿐이다. 408 8 2016.08.21
24734 헬조ㅅ징 인간종류 4 new 생각하고살자 273 0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