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서울에서 빌딩 시설물 관리를 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화재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사건 사고가 그렇 듯 인재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 건물을 관리하던 소방책임관리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치듯 관리 부실로 형사 처벌을 받을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물의 시설관리는 소방, 전기, 엘리베이터, 위험물, 가스 등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이러한 관리 업무의 종사자는 건물주 소속이 아닌 하나같이 용역,인력 파견업체 소속 비정규직, 계약직입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특성상 이들은 1년, 2년짜리 쪼개기 계약으로 한달에 150~250정도 받으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신세이고 건물주가 용역업체라도 바꿔버리는 순간 퇴직금도 못 받고 중간에 쫓겨나는게 다반사 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안전관리자의 근로 의욕 저하는 물론이고 타이틀만 안전관리자이지 안전관리 업무 수행을 위한 아무런 권한도 없고 사고 발생시 책임만 전부 뒤집어 쓰는 구조에 처해 있는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예... 물론 법적으로 건물관리 하는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해 이거해라 저거해라 만들어 놓은 조항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방설비, 전기설비의 안전점검을 위해서는 건물 내부에서 소방사이렌을 울리고 정전작업을 해야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했다가는 건물에 입주해 있는 입주민으로부터 온갖 모욕과 함께 이런 걸 왜 하느냐는 소리만 듣습니다. 또 전기안전점검을 위해서는 측정장비가 필요하지만 이는 수백, 수천을 호가하는 고가의 물품이기에 용역업체 측에서 현장에 구비해 줄 리가 만무한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용역업체 소속인 안전관리자는 행여나 직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현장에서는 설비 오작동에 대비해 사이렌은 죄다 꺼두고 안전점검은 아예 실행 할 엄두도 못내고 있고 책임면피용으로 각종 점검 관련 서류만 허위로 작성해(속칭 '가라') 관리사무소에 비치해놓고 있습니다
용역 파견업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지난 10년 20년동안 사회의 암덩어리로 성장한 용역, 파견업체는 건물청소, 보안, 주차관리는 물론이고 건물 안전관리분야까지 돈이되는건 닥치는 대로 흡수하여 국민들 상당수를 비정규직 파리목숨으로 만들고 안전은 등한시 한 채 저들만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대선 후보라면 이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역, 파견업체의 무분별한 난립 저지 및 이 회사들의 안전관리 분야 대행 절대 금지, 안전관리자 처우 개선 및 권리 향상, 온갖 책임은 안전에는 관심없고 싼것만 찾는 건물주가 아닌 힘없는 비정규직 관리자만 덮어 쓰는 현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몇년 동안 각종 굵직한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는 지금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당신이 이용하는 건물에서 또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부디 이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발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주십시오.
이상 돈없고 빽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소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