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17.02.02
조회 수 283
추천 수 0
댓글 1








 

 5년 전에 부장이 됐다. 의욕이 넘쳤다. 회식 때 내가 수저를 돌리고 고기를 구웠다. 편한 화제를 꺼냈다. 즐거워들 하는 것 같았다. 미묘한 순간들을 느끼기 전까지는. 내가 집게를 들자 좌불안석인 부서 막내, 내가 말을 멈추자 잠시 흐르는 정적, 내가 화장실 다녀오는 새 수다스러워진 분위기. 나는 좋은 부장 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가장 좋은 부장은 자리에 없는 부장이었다. 충격적인 순간도 있었다. 요즘 집에 힘든 일은 없느냐 굳이 물어서 한참 듣다가 불현듯 이미 지난번에 묻고 들었던 이야기임을 깨달은 순간이다. 엄청 걱정해 주는 척하고 있었지만 술자리가 끝나면 잊어 버릴 남의 일이었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가족에게조차 무심하다. 나는 미생 오 과장이 아니었다. 마 부장이라도 되지 말자.

 

 지난해 말, 일반직 인사로 한 해 같이 일한 세 명이 떠났다. 파스타집에서 점심을 먹고 ‘이런 날이라고 특별한 말 하는 건 그렇고 이걸로 작별합시다’ 했다. 저녁 회식 한 번 한 적 없다. 어디 사는지 가족 관계가 어떤지도 모른다. 돌아온 후 마음이 안 좋았다. 내 무심한 천성을 핑계로 너무 매정했다. 서운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찾아왔다. 나와 근무하며 좋았단다. 한 명은 내 낡은 법복과 넥타이를 나 몰래 드라이클리닝한 후 갖다 놓았다. 다시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단다.

 

 궁금했다. 대체 왜? 실수해도 혼내지 않으셔서 좋았어요. 글쎄다. 내 편의를 위한 거였다. 법원 일은 실수하면 큰일이다. 그런데 실수를 숨기면 더 큰일이다. 바로 얘기하면 고칠 수 있다. 부모가 엄하면 애들은 매사에 숨기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업무 지시 때 이유도 설명해 주셔서 좋았어요.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데 서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다. 업무 일정을 함께 협의하니 휴가 계획 미리 세울 수 있어 좋았어요. 그래야 나도 결재 부담 없이 여행 가지. 달랑 이걸로 좋아들 한다. 깨달았다. 내가 이 관계에서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자제함으로써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는 힘, 그건 권력이다. 나도 허례허식 싫어하는 법원장님 덕에 행사 때마다 편했다. 버락 오바마를 봐도 강자의 미덕은 여유다. 의전에 집착하는 인간치고 변변한 인간 없더라.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강변하는 건 아니다. 시대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힘은 과거가 가지고 있고 시간은 미래로 흐른다. 과거가 미래에 양보하고 미래는 그런 과거를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발전 아닐까.
 

[출처: 중앙일보] [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부장님들께 원래 드리려던 말씀






  • 교착상태
    17.02.02
    흠.. 다른건 넘어가고 실수햐도 뭐라 안하는건 사실 업무룰 하다보면 당연히 익혀야 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센징은 그게 안되기 때문에.특별하다.

    이걸로 권력자인 것은 센징.수직관계에서 어짤수 없는 것이고

    이정도면 양반이겠지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93936 0 2015.09.21
10164 그래봤자 뭐하겠냐 겁쟁아? ㅋㅋㅋㅋㅋㅋㅋㅋ 1 newfile 노인 241 0 2019.01.07
10163 근거 없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 new 노인 488 0 2019.01.07
10162 히익여기가조선이라니에게 : 그래봤자 어차피 너는 나한테 근거 없는 비방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new 노인 223 0 2019.01.07
10161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의 논리대로라면 노란 조끼 운동을 옹호한 극우파도 좌파가 된다 new 노인 221 0 2019.01.07
10160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 논리대로라면 일본 우익이 친이슬람적이라서 극혐한다. new 노인 273 0 2019.01.07
10159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가 의외로 경악할 글 new 노인 224 0 2019.01.07
10158 여기에 죽창 박은 놈들하고 노인 글을 못 읽나 보네 84 new 쿠소춍 351 1 2019.01.07
10157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는 사실 백수입니다 new 노인 245 0 2019.01.07
10156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 부터 이해력 딸린 주제에 빼애액 해봤자 뭐함? new 노인 295 0 2019.01.07
10155 히익여기가핼조선이라니의 남탓돌리기를 보고 new 노인 591 0 2019.01.07
10154 2006 ~ 2008 년 단 2년 간 CPU 성능 진화 개쩔엇노. txt 1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248 1 2019.01.07
10153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의 문제점 new 노인 222 0 2019.01.07
10152 히익여기가헬조선이라니의 인지부조화 new 노인 250 0 2019.01.07
10151 이승만의 반공주의와 북한 김일성의 주체 사상의 공통점 new 노인 680 0 2019.01.07
10150 성적 표현이 압박 받고 있다 new 쿠소춍 235 1 2019.01.07
10149 히익여기가헬조선이니가 아무리 댓글로 향변 해봤자 소용 없는 이유 2 new 노인 258 0 2019.01.07
10148 아무리 찬양해도 50-60년대를 빨아야 하는 이유 1 new 노인 239 1 2019.01.07
10147 일본 플라자합의로 맛 안가고 독일이 통일 제대로 잘하고 소련 해체 후 러시아도 올리가르히들한테 어마어마... 2 newfile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713 1 2019.01.07
10146 2011년 초에 컴 삿는데 인터넷 얘기들 믿고 일케 삼 ㅋㅋ. txt new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545 0 2019.01.07
10145 어느 블로거가 쓴 1945-1975년 시기의 이야기 7 new 노인 242 0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