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fck123
17.02.02
조회 수 226
추천 수 0
댓글 1








 

 5년 전에 부장이 됐다. 의욕이 넘쳤다. 회식 때 내가 수저를 돌리고 고기를 구웠다. 편한 화제를 꺼냈다. 즐거워들 하는 것 같았다. 미묘한 순간들을 느끼기 전까지는. 내가 집게를 들자 좌불안석인 부서 막내, 내가 말을 멈추자 잠시 흐르는 정적, 내가 화장실 다녀오는 새 수다스러워진 분위기. 나는 좋은 부장 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가장 좋은 부장은 자리에 없는 부장이었다. 충격적인 순간도 있었다. 요즘 집에 힘든 일은 없느냐 굳이 물어서 한참 듣다가 불현듯 이미 지난번에 묻고 들었던 이야기임을 깨달은 순간이다. 엄청 걱정해 주는 척하고 있었지만 술자리가 끝나면 잊어 버릴 남의 일이었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가족에게조차 무심하다. 나는 미생 오 과장이 아니었다. 마 부장이라도 되지 말자.

 

 지난해 말, 일반직 인사로 한 해 같이 일한 세 명이 떠났다. 파스타집에서 점심을 먹고 ‘이런 날이라고 특별한 말 하는 건 그렇고 이걸로 작별합시다’ 했다. 저녁 회식 한 번 한 적 없다. 어디 사는지 가족 관계가 어떤지도 모른다. 돌아온 후 마음이 안 좋았다. 내 무심한 천성을 핑계로 너무 매정했다. 서운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찾아왔다. 나와 근무하며 좋았단다. 한 명은 내 낡은 법복과 넥타이를 나 몰래 드라이클리닝한 후 갖다 놓았다. 다시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단다.

 

 궁금했다. 대체 왜? 실수해도 혼내지 않으셔서 좋았어요. 글쎄다. 내 편의를 위한 거였다. 법원 일은 실수하면 큰일이다. 그런데 실수를 숨기면 더 큰일이다. 바로 얘기하면 고칠 수 있다. 부모가 엄하면 애들은 매사에 숨기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업무 지시 때 이유도 설명해 주셔서 좋았어요.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데 서로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다. 업무 일정을 함께 협의하니 휴가 계획 미리 세울 수 있어 좋았어요. 그래야 나도 결재 부담 없이 여행 가지. 달랑 이걸로 좋아들 한다. 깨달았다. 내가 이 관계에서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자제함으로써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는 힘, 그건 권력이다. 나도 허례허식 싫어하는 법원장님 덕에 행사 때마다 편했다. 버락 오바마를 봐도 강자의 미덕은 여유다. 의전에 집착하는 인간치고 변변한 인간 없더라.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강변하는 건 아니다. 시대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힘은 과거가 가지고 있고 시간은 미래로 흐른다. 과거가 미래에 양보하고 미래는 그런 과거를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발전 아닐까.
 

[출처: 중앙일보] [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부장님들께 원래 드리려던 말씀






  • 교착상태
    17.02.02
    흠.. 다른건 넘어가고 실수햐도 뭐라 안하는건 사실 업무룰 하다보면 당연히 익혀야 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센징은 그게 안되기 때문에.특별하다.

    이걸로 권력자인 것은 센징.수직관계에서 어짤수 없는 것이고

    이정도면 양반이겠지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정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헬조선 관련 게시글을 올려주세요 73 new 헬조선 77796 0 2015.09.21
10168 한경 이 개새키덜 ㅋㅋㅋㅋ 1 new 헬조선극혐 149 1 2018.12.26
10167 남부한인들을 이간질 시키려고 공공연히 주작하는 고대사. new Direk 207 0 2018.12.26
10166 자기 자식에 대해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의 비율이 100%. 남한 학교에 보내는거 자체가 극도의 아동학대.ㅎ new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183 0 2018.12.26
10165 원래 미국이 남한 농업국가로 두려햇다던데 어케 산업화 해부렷노? 머임?ㅗ 1 new 초고등영혼대천재쇼군 190 0 2018.12.26
10164 헬조센식 당일배송 2 new 좆센징마귀박멸 312 1 2018.12.26
10163 자한당이 버러지인 이유. 4 new Direk 217 2 2018.12.26
10162 어리고 예쁜 여자 좋아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틀림? 4 new 쿠소춍 230 1 2018.12.26
10161 4chan이라는 사이트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싫다며 예쁜 여자 이야기 하지만 2 new 노인 173 0 2018.12.26
10160 그냥 포기하는게 낫지않겠냐. 4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207 0 2018.12.26
10159 현실장벽을 만났을때.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193 0 2018.12.26
10158 헬조선 비만 규제 정책의 문제점 1 new 노인 171 0 2018.12.26
10157 야 이민이 잘 되던 때가 언젠데 지금 헛소리 하냐?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봐라.) 10 newfile Direk 258 2 2018.12.26
10156 한국의 자칭 우파와 개독 우파들이 자유를 내세울 자격이 없는 이유 (퍼옴) 1 new 노인 186 0 2018.12.26
10155 이민에 대한 분석. 5 newfile Direk 259 1 2018.12.26
10154 미국이민과 관련해서 남괴군에 대해서 알아야 할 진실. new Direk 207 1 2018.12.26
10153 나무위키는 Rationalwiki보고 진보좌파에 치우쳤다고 헛소리를 합니다. 3 new 나키스트 406 1 2018.12.26
10152 극우파들은 공산당, 노동당이라는 당명가지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헛소리를 하지만 1 new 나키스트 258 1 2018.12.26
10151 소련이 망하기전에 . 4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567 0 2018.12.26
10150 나도 이젠 모르겠다 . 1 new 헬조선은언제나아질까? 230 0 2018.12.26
10149 소련의 멸망과 미국의 단극에 관한 단상 2 new Direk 584 1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