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 하나 씁니다.
외국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북유럽과 미국 정치 이야기도 하고, 종교 이야기도 하고, 학교 시스템 비판도 하고, 심리학도 나왔네요.
주장이 달라도 맞는 점은 인정하고 자기 의견 소신껏 피력하면서 친해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주장이 다르면 싸움으로 번지는 한국 커뮤니티들과는 달리 서로 쿨하게 소통하더군요. "말이 통한다" 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제 나이 이야기하고 요즘 음악 작곡을 한다, 다른 취미는 이러저러하다고 말하니 어떤 분이 자기는 12살이고 음악을 예전부터 취미로 조금씩 했었다고 말하더군요.
제가 기초음악이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니 다른 분은 유럽에서 온 16세인데 음악에 관심이 있고, 예전에 훌륭한 음악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 선생님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그러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제가 한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 대부분이 15-17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미국에서 오지 않았어도 영어를 잘하고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루시드드림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테크닉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분은 자각몽과 다른 분야의 연결고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마지막에 민주주의 관련해서 토론하는데, 그 분들의 지혜와 정보량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 또래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한동안 제가 특별하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학생일 때 국뽕에서 깨어났고, 사회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자신의 꿈을 쫓는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그게 정상이더군요.
누구나 한번쯤 십대 때 사회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질문하면서 토론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넘쳐나는 시간에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본 적이 있고, 제2외국어에 손 대 본 적이 있으며, 유럽의 경우에는 영어는 기본으로 합니다.
누구나 가끔씩 음악을 취미로 해 봅니다.
누구나 어떤 선생님을 존경해 보고, 그분의 다른 특성이 아닌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바꿉니다.
누구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자본주의의 실상을 파악하고 민주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봅니다.
한번쯤 그래보지 않은 사람이 비정상이었습니다. 제가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비정상적인 한국사회를 조금 자각한 한국인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저는 그냥 일반적인 고뇌하는 십대였습니다. 하도 정상이 비정상인 사회에서 오래 살다 보니 못 느꼈나 봅니다. "아 난 이 정도면 특별하고 가만히 있어도 성공하겠구나" 라는 자만심을 집어던지고 진짜 인간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소중한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열등감은 가지지 않을 겁니다. 제가 탈마인드 상태를 유지하는 한, 외국의 십대들과 정신적으로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 있는 거니까요.
제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어떻게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할지 좀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아마 저의 안좋은 습관들을 고치고 오랫동안 묵혀둔 계획들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와 닿았으면 하네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원래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해 왜곡된 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