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하고 첫글입니다.
저는 안전함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사람이며, 모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곳,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상황들을 극도로 기피하는 성격 탓에, 지금 껏 살아오면서 무엇 하나 먼저 도전적으로 나서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살아오면서 남들이 하는 것, 남들이 해와서 성과가 좋았던 것만을 골라서 행해왔습니다.
대학도 그렇고, 토익 토스 자격증도 그렇고, 그러한 스펙마저 혼자서 해내는 것 위주로 해왔습니다.
학벌과 무한경쟁 시스템에서 저런 것들로 어느정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대기업 카르텔 집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여태의 한국에서의 삶을 유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대기업에 취업이 되더라도 혼자 돈 벌어서 혼자 살 생각이었지만요.
그러나 살면서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살기 힘든 나라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리아나 북한이나 그런 막장보다는 낫겠지만)
세모녀 자살 사건을 보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국민을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복지시스템마저 굉장히 인색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결국 그런것들이 나 자신에게도 다가온다는 것을 요즘 조금씩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한국이라는 나라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오지랖 많고 목소리 크고 성질만 버럭버럭 내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 매우 싫었으며, 개인 희생을 강요하는 집단주의도 매우 싫었고, 군대에서의 상명하복은 더더욱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런것들을은 나 스스로 버틸 수 있다고,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취업전선에서 계속 실패하면서 느끼는 것이, 그런 사소한 것들은 문제가 아니였다는 겁니다.
직장을 가지고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그러한 인간으로서 자연히 여겨지는 행위마저, 이 나라에서는 매우 위험한 도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국민을 국민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덕에 급성장했던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던 아버지 세대의 일들이 이제는 목숨을 건 도박처럼 되어버렸으니
결국 그냥 혼자 살거나,
혹은 이 나라보다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저는 워낙 모험을 기피하는 탓에, 여지껏 이민이라는 것을 일종의 현실도피의 대상으로 여기며, 말로만 이민가야지 하고 나불거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점점점점.. 이민을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습니다.
말로만 투덜투덜거렸지, 실제로 여자친구가 이민가자고 실질적인 계획을 세울 때에는 겁부터 나더라구요.
해외로 나가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여자친구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사용하고, 해외에서 매우 오래살던 친구라, 제가 가진 그러한 겁을 전혀 이해못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이민을 간다는 것은 막연한 희망일 뿐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는 남들보다 조금 잘 하는 정도인데,
지금은 일단 이 나라에 취업부터 해서 자금을 마련하자.. 는 정도의 생각 뿐..
이민가는 것을 부모의 돈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도 그냥 막연한 하소연하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착잡해서 눈팅하던 이 곳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일기같은 글을 썼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