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잭잭
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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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중요한 행위들의 바탕에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는 목적의식이 거의 언제나 깔려 있었습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무리를 지어 같이 사냥이나 경작, 가축을 기르는 일을 한 것이었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자연경제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이"라는 것은 가장 확실한 노후연금의 형태죠. 인간에게 번식본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본능은 여타의 동물들과 달리 꼭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나의 인생을 즐겼다가 아이에 대해 신경쓸 것없이 그저 깨끗하게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하는 이들을, 제가 제 주위에서부터 많이 보는 것입니다. 단, 이들에게는 노후에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가 아닌 다른 형태의 보장이 있기에, 이와 같은 세계관의 성립이 가능해집니다.

 

 

"공동체"도, 그 핵심적 형태로서의 "가족"도 "아사로부터의 도피"의 수단이라면, 인간의 윤리도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시아 전통사회의 근본 덕목은 효도(孝道)이었는데, 거기에서 화려한 수사를 제하고 알맹이를 벗기면 "너를 먹여준 너의 부모들을 죽을 때까지 잘 먹여주라, 굶어죽지 않게 하라", 이것입니다. 가부장적 사회와 착취적 국가에 필요한 형태를 취한 것은 유교적 효도지만, 그 핵심은 사실 백성들의 "굶어죽지 않기 위한 세대간 무언의 협약" 정도이었습니다. 

 

 

생산 수단을 그나마 소유했던 농민들을 노동력 이외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노동자로 만드는 "근대"를, 대중들이 많은 경우에는 왜 환영했습니까?

눈부시는 기술 발전이 "아사"라는 인류의 영원한 악몽을 퇴치시킬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 악몽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에 한국에서 지난 10-20년간 사회는 못알아볼 정도로 바뀌어도 자본과 국가는 제 자리에 있거나 오히려 퇴행한 것입니다.

예컨대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사회인지라 육체노동 기피와 극심한 학력 경쟁으로 이제 고졸의 8할 이상은 바로 대학에 진입하지만, 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는 이 정도로 많은 대졸들을 수용할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하청화돼 있는 중소기업들이 약 80%의 고용을 담당하고, 노동자들을 살인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재벌 수출품들의 가격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노동 착취 위주의 극도로 후진적 구조인데, 그 구조안에서는 젊은 대졸들이 그 꿈들을 살릴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 다음에, 한국에서의 가족 해체의 속도는 유럽이나 미국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부모 봉양"도 옛말이 되고, 출산율도 세계 최저의 신기록을 갱신하고, 이혼율도 유럽 평균 이상이 되고, "결혼은 필수"라는 관념도 이미 거의 사라졌습니다. 사회가 완전히 개체화돼가는 것이죠.

 

 

그런데 그럼에도 자본도 국가도 이 수많은 원자화된 개체들의 질환이나 노후, 육아 등을 책임져주고 보장해줄 만한 그 어떤 복지망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부모와의 가까운 관계는 이미 없고, 결혼을 아직 안했거나 하려 하지 않고, 가까운 친구 등이 없는 원자화된 개인은, 대한민국에서는 안심하고 살아나갈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나마 정식 고용이 돼 있으면 다행이지만, 밥줄이 갑자기 끊겼다면?

 

 

자발적으로 - 예컨대 몸과 마음을 파괴시키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참지 못해서 - 나갔다면 아예 실업수당이라는 건 없지만, 해고 당했다면 실직 이전 피보험 이력이 180일 초과했을 경우 최장 240일까지 쥐꼬리만한 수당을 그나마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240일 동안 재취직하지 못했다면? 현존하는 제도의 수준에서 이야기하자면 걸인이 되거나 굶어죽는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가족이 해체된 후의 대한민국의 모습이죠.

 

 

물론 현실적으로는 대다수의 실업자들이 굶어죽기보다는, 다단계판매하든 노점상하든 공사장 노동하든, 몸을 팔든,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서 그 생존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아파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만약 노동을 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무 기한없이 무상급식과 생존이 가능한 정도의 수당의 지급이 이루어지는 보편적인 생활보호제도와 240일이 아닌 취직 이전까지의 실업수당 지급 제도 등 제대로 된 복지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자신의 학력과 무관하게 착취적인 기업에 가리지 않고 들어가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젊은 인재들, 가족이라는 보호막없이 해고를 당하기만 하면 "아사"와 같은 끔찍한 미래를 직면해야 할 것이고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 해서 착취자들의 모든 요구를 다 충족시키느라 몸과 마음을 다 망가뜨려야 할 것입니다. 이 사회에서는 절망은 사회의 지배적인 모드가 될 것이고, 절망으로 인해서 자살, 마약, 범죄 등이 계속해서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에요.

 

 

절망적 고국을 피하려는 젊은 고학력 인재 인파들은, 모슨 편법으로든 외국에 나가려 할 것이고, 거기에서도 각종 착취자들의 쉬운 먹이가 될 것입니다. 절망에 빠진 "고학력, 저임금, 불안정 노동력"으로 자본은 계속 이윤을 계속 이윤을 올리겠지만, 노동자에게는 대한민국은 말그대로 무간지옥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아사를 권하는 사회? (2011/02/11)

 

 

 

 

^ ^..

오늘도 행복한 헬조선

 






  • 시대와의불화Best
    16.05.27

    진퇴양난이란 대개가 없는것들 흙수저들에게 해당되는 단어죠. 당장 해외로 나가도 금수저는 여유있게 학원학교 코스 밟으며 시간 보내며 들락날락 거리는데 흙수저는 얼마 가지짖도 못한 돈으로 그 한도내에서 승부를 봐야하는......그러네요 승부를 봐야하는 이단어도 잣같은게 흙수저 단어네요...ㅠㅠ

  • 진퇴양난이란 대개가 없는것들 흙수저들에게 해당되는 단어죠. 당장 해외로 나가도 금수저는 여유있게 학원학교 코스 밟으며 시간 보내며 들락날락 거리는데 흙수저는 얼마 가지짖도 못한 돈으로 그 한도내에서 승부를 봐야하는......그러네요 승부를 봐야하는 이단어도 잣같은게 흙수저 단어네요...ㅠㅠ

  • 하이
    16.09.17

    아이큐 두자리 한국 정치인 능력 없는 자만 많이 있는것 같내요 능력 돼시면 유학 이나 이민 가시기 바래요

  • 김밥
    16.05.30
    역시!!! 헬조선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아!!! ㅋㅋㅋ
  • 16.05.31
  • 개누리
    16.05.31
    헬조선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가 만들었다. 헤븐조선은 김구,조봉암,유진오,김대중,김영삼,노무현,정동영,문재인이다.
  • dd
    16.05.31
    엥...정도령이요???
  • abcd
    16.05.31
    김영삼 시절 한국은 슈뢰딩거의 한국이었구만
  • ㅁㄴㅇㄹ
    16.05.31
    와 진짜 너무하다... 무슨 저렇게 까다롭냐? 게다가 그렇게 까다롭게 주는것도 완전 코딱지만한 돈인데?? 진짜 뒤지라고 만든 나란가
  • 별밤달빛
    16.06.01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회
  • 공감
    16.06.02
    인간쓰레기 소시오패스같은 싸이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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