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겉으로 통일 정부는 세워졌지만, 항시적인 내전이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고 봐.
그 근거로 생각하는 것은 1. 임시정부의 분열상 2. 임정 세력의 혐공(嫌共). 그런데 공산주의자까지 아우르는 통일 정부가 수립됨. 3. 일제에 싸바싸바 하지 않고 돈 모은 부호가 조선에 있을 수가 없음. 그런데 정치 분파들은 각기 물주가 필요함. 따라서 통일 정부가 수립되었다 하더라도 혼란한 정국 하에서는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친일파 청산이 미진했을 것으로 생각함. (일제 하에서 돈 번놈들은 다 친일파라는 단순한 도식은 실증이 필요함.) 단, 총독부 관료들에 대한 숙청은 상당히 원만했을 수 있음. 여기까지가 정치적인 근거.
4. 일본군, 팔로군, 국민당군 등에서 군사 경험을 가진 자들이 대거 귀국. 5. 미국과 중·소가 자기 편에 있는 정치세력에게 군사적 지원을 아낄 이유가 없음. 계속적인 무기의 유입. 여기까지가 외부적 요인.
조선의 지배충들은 망하는 시점까지, 어떤 새로운 시대와 사상을 기획해 본 적도 없었고, 왕당파를 형성할 만한 모범적인 왕족을 가져보지도 못했음. 중앙 정부 없이, 구심점이 될 사상도 없이, 개개인 혹은 어떤 일파가 스스로 배운 (여러가지) 새로운 시대의 사상을 타협 없이 고집한 것이 독립운동 초기부터 보아 온 분열의 근원임.
여기에서 조선의 사상 유교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가 드러남.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거의 모든 이들은 유교적 교육을 어린 시절 받았거나 그 배경에 가지고 있었는데, 애국이라는 허울 말고는 그 방법에 대하여 어떠한 동의도 찾을 수 없음. 조선의 유교는 너무 고매해져서 이니 기니 하는 형이상학적 철학만 남아, 현실에 대하여 어떤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뜻임. 그래서 그 방법을 묻는 질문에 남은 것이,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임. 타협·실력·토론·근거 등과 같은 집단 안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고려 역시 개개인의 원맨쇼에 맡겨 버림. 그걸 그럴듯하게 포장한 게 군자. 토론과 타협이 없는 노론식 정치가 조선 정치의 전형이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 여전히 계속되오 있는, 정치가 이단을 입에 올리는 것, 또 그것이 대중에게 먹히는 것 역시 지독하게 미개한 조선 정치, 노론식 정치의 악습이 남아 있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