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좆소?퇴사 2개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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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말하는 패배자이다. 지잡대 그리고 좆소경력. 적어도 사회에서 보는 시선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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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명절 부모님 뵈러 갔을 때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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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패배자' 라는 말의 죽창을 내 가슴에 박아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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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소를 퇴사한다는 말을 하고, 모아둔 돈으로?내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고 말씀드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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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족의 격려를 원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너는 이미?패배자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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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와의 기억은 언제나 지독한 것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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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이미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노오오오오오오오력도 안해서 그 모양인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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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던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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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뉴스에 나온?정치범들을 욕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함에도 "너 같은 놈보다는 더 공부 잘하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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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시던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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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스포츠 게임이라면 목숨을 걸고 관람하는 우리 아버지... 그렇다고 딱히 그 스포츠가 좋아서 보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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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남들이 보니까' '대화 거리와 상식이니까' 라는 이유로 보기 시작해 그냥 취미아닌 취미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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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때, 국대 경기를 안 보겠다고 아버지께 말했을 적에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십여년이 넘은 아직도?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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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월드컵 경기도 안 보는 새끼가 사람새끼냐? 짐승새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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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강제로 스포츠를 관람 시키는?아버지가 싫어서 나는 스포츠에 진저리가 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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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부자의 대화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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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자는 서로 대화하기를 꺼려했고 말을 시작하면 얼굴을 붉혔다. 나는 지금 독립한지 제법 되었지만, 지금도 집에 들르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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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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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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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버지 세대때는 당연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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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에는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여자가 살림을 하는 것이니까. 가부장적인 시대였으니까 표현이 서투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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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쉬고 싶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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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철 없던 시절에는 분명 좋은 방법으로는 아니지만 많은 훈계를 듣고 여기까지 자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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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아버지의 영향은 분명히 있었다.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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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자신에게 만족했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악착같이 살아온 아버지를 존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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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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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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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그의 자식이 아니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저 남들 앞에서 숨겨야할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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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나가서도 엄친아 엄친딸에 비해 내세울 것도 없는 부끄러운 놈이었다. 알고 있다. 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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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남 자랑하는데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나도 자식 자랑 해보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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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 앞에서도 자식 얘기 나왔을 때, 아무 얘기도 못하는 그 먹먹함... 나는 모른다.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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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탈조선 마인드를 가지지 않았다. 가지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남들의 자식 자랑이 마냥 고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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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지 못한 죄. 나는?그냥 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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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죄를 심판할 그가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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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패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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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 대한민국의 시스템에서 도태됐다. 이 대한민국은 국가 교육 시스템만 따라가면,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알겠냐? 그런데 너는 굳이 하라는 공부 안하고 니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다고 쫓아다니다가 그 나이까지 그러고 있다. 공부만 하면 누구나 이 시스템상에서 안정적으로?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너는 패배자라는 거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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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그 시스템은 무엇일까... 아버지는 내게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 비슷한 것을 설명한 듯 하였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고 남들이 하는 일을 하고 남들의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이 시스템이라는 것의 정체란다.
튀지 말아라. 남들과 똑같이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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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시스템은 바로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무수한 인습과 편견과 불합리가 하나로 뭉쳐진 감옥이 아닐까..?
어찌보면 맞는 말이었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인생 신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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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내게도 맞을까? 정말 저게 옳은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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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을 지금 이 순간도 옥죄고 있는 보이지 않는 쇠창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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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만을 의식하는 시스템으로의 귀속이 거짓되더라도?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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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스스로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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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이미 나와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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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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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미래에 대한 고민떄문에 얼마전에 있었던 제 실제 에피소드와 과거사를 적절히 뭉쳐서 인생소설 한 편 써봤습니다...
다 적고나니 손발이 오글오글..제 인생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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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헬조선 애비랑 대화안한지 어느덧 8년이 다되감. 그간 한번도?만나본적도 없고 통화도 안함. 장례식도 참여 절대 안할거임.?이 헬센징이 이딴식으로?내 인생 망칠뻔했다는거 생각하면?분노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