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내수를 살린답시고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모를 세금을 올인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나랏돈을 어떻게 써서 내수를 진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늘같은 나랏님들이 그렇다면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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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수는 어쩌다가 이렇게 죽어 버린 걸까요? 어째서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 앞서 가장 본질적이지만 외면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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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쓸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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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러분들도, 쓸 돈이 없는 사람들도, 통장에 돈을 쟁여 둔 사람들도...?처음부터 넘치도록 돈을 가지고 있는 금수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번 돈을 쓸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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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예로 들자면 제 실질적인 근무 시간은 저녁 9시까지입니다. 계약상 퇴근 시간은 말뿐이고, 이제는 아예 윗쪽에서도 9시를 정식 퇴근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녁식사 직전에 일을 던져주면서 '퇴근 전까지는 해 놓아라'고 하지는 않겠죠. 아, 물론 저는 공식적으로 야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야근수당은 없습니다. 따지고 들면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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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출근하는 시간대에는 문을 연 가게도 별로 없거니와 전날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로 출근하는데 벅찬지라 소비생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제가 퇴근하는 시간대에는 음식점과 술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데다 기나긴 하루에 지칠대로 지친지라 역시나 소비생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지난 5일간의 피로가 몰려와 집안에 처박혀 컴퓨터 화면이나 쳐다보는 신세입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저와 크게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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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빈곤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빚을 지지도 않았고, 어느 정도 예금도 있고, 당장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크게 돈 걱정 하지 않고 일시불로 결재할 정도 여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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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비생활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적은 비상식적으로 긴 근무시간과, 끔찍하리만치 전근대적인 업무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느라 누적된 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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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들러 책을 고를 여유도, 상점가 아케이드를 거닐며 쇼윈도우를 구경할 여유도 없는 제 등을 떠밀면서 돈을 쓰라고 아무리 독려한들 제가 어디다가 돈을 쓰겠습니까? 돈을 버는데만도 죽을만치 노오오오오력하고 있는데 돈을 쓰기 위해서 또 노오오오오력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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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시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직업에 얽매여 개인의 시간을 거의 가지지 못하는 보통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소비생활은 손에 넣기 힘든 사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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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이런 보통 사람들의 상황에 무지하며 무관심하기까지 한 그들이 이 간단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한, 코리아?그랜드 세일을 하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만들건, 일본 따라 현금 쿠폰을 나누어주건.
한국 내수는 결코 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