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 ?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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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 알고 있을 대한민국의 헌법 제 1조 2개항이다. 물론 저 대목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상은 주권은 극소수 기득권층에 있고, 모든 권력은 극소수 기득권층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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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과연 민주적인가를 살펴야 한다.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정당에 가입을 해야 하고, 이미 사회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인지도가 있거나 최소한 내세울 만한 건덕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이미 상류층에 소속된 사람일 수밖에 없다. 사실 민주주의의 이상에 따르자면?모든 시민권자의 자질을 신뢰해야 하고, 모든 시민권자가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루트를 열어 줘야 하는데(가령 고대 그리스의 추첨제 관료 선출이라거나)?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선거 이외에 그 루트가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선거철에만 국가의 주인이고, 그 이후에는 선거로 뽑힌 상류층들의 노예, 밑씻개로 사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보통선거'에만 주목하여 '아, 내가 나라일에 참여하는구나' 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소중한 한 표'니 '투표 인증'이니 하는 것만 봐도 참 재미있는데, 선거만 나가면 마치 나라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이 생각을 하고 있고, 투표에 참여 안 하는 사람들을 역적이라도 되는 듯이 매도한다. 사실 투표에 참여하건, 참여하지 않건 본질적으로 자신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반영된다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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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허울 좋은 대의제 민주공화국이라는 체제의 문제점은 바로?일반 민중들의 머릿속에 '우리는 평등하다' '모두 노오력만 하면 상류층이 될 수 있다'라는 세뇌를 아주 뿌리깊게 박아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 대의제 민주공화국이라는 체제는 한마디로 민중들의 반감과 봉기 의지를 상당히 퇴색시키는, 상류층에게는 매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어느 정권이 제아무리 상류층에 유리한 짓을 해도 그것은 '국민의 의지에 의해' 선출된 정부에 의해 행해진 것이니 '국민의 뜻'이라는 포장을 할 수 있다. 절대왕정 시대나 제한 선거제였던 초기 부르주아 공화국 체제와는 달리, 지금의 노예주들은 상당히 영리해진 것이다. 형식상의 보통선거라는 종이쪼가리 하나를 던져줌으로써, 그들은 그들의 명목적 부도덕성을 벗어던지고 '국민의 뜻'이라는 강력한 정당성으로 노예들을 통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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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선거로 바꿔라' 종종 기득권층 혹은 이러한 이념에 세뇌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독일의 작가 쿠르트 투홀스키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만약 선거가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금지될 것이다.' 실상 이 말이 정답인 것이다. A당과 B당이 아무리 치열하게 정쟁을 하고 다툰다지만 그 본질은 결국 기득권층이다. 그들의 이념과 정쟁이라는 것은 그저 각자 정권을 쥐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막상 국회에서 그렇게 으르렁거리던 여야 의원들이 사석에서는 서울대 선배님 후배님 하며 웃음짓고 낙하산 밀어주기에 바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선거로 무엇을 바꾼다'라는 게 얼마나 허울 좋은 헛소리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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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장황하고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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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의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류층 과두정에 불과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에 의한 정치'라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며, 그것은 '보통 선거'라는 명분만은 아름다운 강력한 정통성에 의해 유지된다.?
3. '선거의 신성화, 절대화'는 잘못되었다.?선거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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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제도 하에서의?하층민은 '나도 평등한 시민'이라는 허울 좋은 매트릭스에 갇혀 살 뿐이다. 봉건 사회나 제한 선거 시대의 민중들보다도 더 나쁜 건 그래도 그 시절엔 '불공정하고 썩어빠진 세상'에 대한 폭력과 저항이?그 정당성을 가질 수라도 있었는데,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제도는 그런 폭력과 저항, 소위 말하는 '죽창질'조차도 명분적으로 정당성을 가지기가 상당히 애매모호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선거로 바꿀 수 있다' '나도 평등한 시민이다' 라는 매트릭스에 갇혀 사는 하층민 노예들에게 달콤한 꿈을 보여주면서, 오늘도 매트릭스의 주인인 상류층들은 그들의 양분을 빨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