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 얘기를 해보자면 난 직장을 갖고 있고(공직) 그럭저럭 풀칠은 할 만한데, 난 앞으로 로또 되지 않는 한 결혼 안 할 생각임. 아니, 못 할 것 같음. 왜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든.
1. 결혼 자체에 드는 비용 : 대략적으로 1억 2천에서 1억 8천. 알다시피 남자쪽이 집을 마련해가야 한다는 요상한 풍습 덕에 남자쪽의 부담이 막대하다는 건 잘 아실 듯. 내가 지방충이라 그나마 좀 더 깎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현실적으로 너무나 무리한 금액이다. 지금 내가 직장 생활 2년 6개월차에 1개월에 90만원 쯤 모아서 한 2200 정도를 모았는데 부모님 등골 빼먹지 않는 한 불가능하단 소리다.
2. 자녀 키우는 데 드는 비용 : 대략적으로 1명당 3억. 실제 주위에 자식 키우는 사람들 보면 전부 생활에 찌들려 보이고 더 이상 자신의 삶이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지금 나는 아예 결혼할 생각 자체를 버렸기에 상여금을 받으면 그걸로 반년에 한번은 중국,동남아,일본 정도, 만약 1년치 이상을 모으면 유럽권 해외여행도 갈 수 있지만(실제론 임시탈조선 욕구가 워낙 강해서 계속 일본, 동남아만 다녀서 유럽은 못갔다마는) 자녀 키우면서 해외여행 가는 건 몇 년 벼르고 벼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3. 자녀 결혼시키는데 드는 비용 : 이것도 얼마 전 뉴스 기사 보면 아들은 8천만원 이상, 딸은 6천만 원 이상 지원을 해줘야 된다 카더라. 물론 지금 물가 기준이니 내가 만약 자녀 결혼시킬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땐?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해볼때 내가 내 혼자 살면서 돈 모으면 공무원연금 + 저축액 + 개인 연금 등등 해서 간신히 폐지는 안 줍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혼해서 애 키우면서 살다가는 퇴직하자마자 깡통 찰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이 계속해서 악화되면서 지금은 65세부터 수령이다. 퇴직하고 나서 수 년간은 연금도 없이 모은 돈 까먹으며 살아야 한단 소리니 자식 키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해보면 부모가 돈이 있지 않은 한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가는 건 헬조선 땅에서 스스로의 라이프 난이도를 나이트메어 내지 헬로 만드는 짓거리임이 분명하다. 태어날 자식에게도 흙수저 대물림하는 일이니 아이에게도 못할 짓이고. 그래서 난 내 대에서 이런 흙수저 놀음을 끝내기로 했다.
근데 중요한 건 주위 사람들은 이런 내 얘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 '너 정도면 충분히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갈 만하다' 라고 한다는 거다. 세뇌가 되도 아주 단단히 된 거지. 특히 대출을 너무 우습게 생각한다. 내 주위의 지인들도 막 한 달에 100만원이나 그 이상씩 매달 융자금 갚으면서 집을 사서 들어간 부부가 제법 있다. 결혼 전에 얘기했다. 그러다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겨서 수입에 동맥경화라도 오면 어떡할 거냐, 금리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낮겠느냐, 미국이 금리 올리고 충격파가 오면 부동산이 어떻게 될 것 같냐. 근데 이 사람들 마인드에 부동산은 언제나 불패인 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도 그런 얘기 하던 사람들 집 안 사고 있다가 다들 후회하더라' '어차피 집값은 오르게 되어 있다' 라는 게 이 사람들 마인드다. 쇠 귀에 경 읽기라 그만뒀다.
그리고 또 하나 듣는 건 '너는 왜 차를 안 사냐'라는 소리다. '차를 사야 연애를 하지' 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대학 시절에 질리도록 연애해 봤고 쓴 맛 단 맛 다 봤는데 이제 와서 그런 연애놀음 할 생각도 없다. 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좀 사귀게 될 진 모르지만, 애초에 차가 있고 없고를 가려서 나를 판단할 만한 여자라면 연애할 만한 가치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 알량한 연애놀음 하려고 한달에 40~50씩 깨가면서 차를 사고 싶지는 않아서이다. 실수령액이 겨우 200 가량인데 한 달에 40만원씩 차 앞에 들이부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애초에 난 탈조선할 능력도 안 되고, 지금 상황에서 탈조선할 용기도 없어서 이대로 살아간다만, 최소한 헬이 될 이 나라에서 살아갈 궁리는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바로 결혼은 하지 말고, 최대한 아끼되 노비처럼 돈만 끌어모으지 말고 그래도 반 년에 한 번씩은 일본이나 동남아 가서 숨통 좀 틔우고 오고 개인 취미생활도 좀 하면서 즐기면서 사는 건데 아직까지도 주위 사람들은 '니가 아직 철이 덜 들었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 나이 먹고 나면 다 결혼하고 살게 된다' 라는 소리들을 하더라고. 꼰대들이야 뭐 그렇게 살아오고 주입받아온 사람들이니 이해라도 하겠는데 동년배들도 대부분 그런 소리들을 하니 듣다 보면 솔직히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