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격 차이가 있는데, 시장 규모가 있는 북미는 한국시장의 10배가 넘는 시장이다. 그런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소비자들께서 미국과 비교해서 그렇다. 미국과 비교하면 어느 공산품이든 비쌀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제품들은 그만큼 싸다. 자동차 경우에도 차이가 심하지 않나.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품질보증과 A/S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해당 상품에 관한 품질보증, A/S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고호진 씨
왜 미국에서 파는 삼성 TV는 싸고, 한국에서 파는 삼성 TV는 비싸냐고 삼성에 질문하니 삼성 측은 이렇게 답했다. 정말 품질보증과 A/S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할까?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정말 물건에 관한 품질보증과 A/S를 별도의 상품으로 파는 걸까? 그럼 아마존에서 ‘싸게’ 산 삼성 TV는 이런 품질보증과 A/S이 누락된 상품인걸까?
이 질문에 관해선 글 말미에 답하기로 하고, 해외 직구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먼저 들여다 보자.
많이 수입하지만 적게 수입하는 우리나라
- 우리나라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OECD 34개국 중 11위)
-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재를 적게 수입한다. (소비 개방도 OECD 국가 중 29위)
어떻게 수입의존도는 높은데, 적게 수입한다는 걸까? 정답은 ‘목적어’에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아주 높지만, ‘소비재’를 아주 적게 수입해 ‘소비 개방성’은 낮다. 달리 표현하면, 외국 상품인 경우에 소비자가 국내시장에서 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 폭이 아주 좁다.
특히 자동차, 의류, 가방, 이미용품, 보건용품 등에서 품목별 소비 개방도가 낮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해외 직구의 주력 품목들이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의 협소한 선택 폭은 외국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는 같은 상품의 ‘가격’ 선택권에 있어서도 그 폭이 좁다. 해외 직구에 관한 한 경제 보고서의 문구를 인용해보자.
“해외 직구는 최근 국내 전자제품의 역수입 현상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처럼 수입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국내외 가격차별 정책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 LGERI 리포트, 해외직구 규모 아직 작지만 소비시장 장벽 허물어지고 있다 (강중구, 이혜림, LG Business Insight 2014. 2. 26.)
주목해야 할 문구는 “국내외 가격차별 정책”이다. 무슨 의밀까? 국내에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대 전자제품 기업들은 같거나 유사한 상품이라도 가격을 “차별”하는 게 “정책”이다. 정책이라는 게 뭔가. 의도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해 특정한 기준과 원칙, 방법을 취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시장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선 비싸게 팔고, 해외에선 싸게 파는 원칙(정책)을 세워놓고, 그 정책을 추진해 왔다.
- “450만 원 삼성 TV, 美 ‘직구’는 215만 원…한국은 봉?” (SBS, 2013년 12.1)
- “해외 직구하면 최대 100만 원 더 저렴한 ‘LG UHD TV'”(전자신문, 2014년 8월 7일자)
이미 적잖은 언론에서 그 전자상품, 특히 TV의 ‘놀라운’ 국내외 가격 차이를 보도한 바 있다. 같거나 유사한 상품인데도 시장의 차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글로벌마켓 시대에 그 가격 차이는 곧바로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외 직구 열풍은 차별받지 않으려는 소비자의 ‘권리 찾기’라는 측면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