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서구권을 포함, 다른 외국에서도 10~20년 이상 나이가 차이가 나면 '요즘 젊은 것' 운운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꼰대질이야 인류 역사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그런 나라들에서는 10~20년은 물론 그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친분을 가지게 되면 충분히 대등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다.
? 동아시아권이 유교 문화의 장유유서 때문에 나이로 서열을 나누는 게 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당장 일본만 해도 중,고등학교의 (특히 스포츠계 동아리에선) 선,후배 관계는 우리 나라의 그것만큼 엄격하니까.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단위로 나누어서 '몇 년 생'인지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 당장 '말을 높이시라' 혹은 '말을 놔도 되겠느냐'부터 확인하고 시작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엄연히 법적으로는 공식적인 나이인 만 나이가 잘 정착되지 않고 '모두 다 똑같이' 1월 1일에 나이를 먹는 옛 동아시아식 나이 셈법이 아직도 존속하고 있는 것도 이 서열화에 편한 셈법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생각해 본다.
? 소위 '빠른 생일' 문제가 생기는 것도 한국뿐이다(아마 2002년생부터인가? 는 취학 기준일을 당해 1월 1일로 바꾸면서 사라진 걸로 안다마는 정확하겐 기억이 잘 안난다). 빠른 생일인 사람은 중고등학교에선 별 문제가 없으나 대학이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부터 평상시 대등한 관계이던 한 살 위 친구들과, 중고등학교에선 한 학년 아래였던 같은 나이인 사람과 모두 대등한 관계를 맺기도 하고, 나이는 같으면서도 학년이 하나 아래였던 이들보다 윗년배 대접을 받기도 한다. 이래저래 소위 말하는 '족보'가 꼬이기 십상이라 상당히 골치가 아픈데, 사실 이 문제는 한 살 단위로 나이 서열을 따지는 관념만 없애버리면 아무 장애가 될 게 없는데도 괜히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곤 한다.
? 그깟 나이 한두 살이 뭐가 그리 중하단 말인가? 그게 무슨 벼슬이라도 된다는 건가? 나이 한두살 더 먹으면 무슨 미미르의 지혜의 샘이라도 마시게 된다는 건가? 아니 심지어 그 조선 시대에조차 몇 살 정도 차이에는 충분히 교우관계가 형성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그 당시보다도 더 퇴보된 꼴이다.?나이를 한 살 단위로까지 나누어 철저히 서열화를 시키는 데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면 단점만이 가득할 뿐이다.
우선 대등한 친구관계를 맺는 데 엄청난 장애가 된다. 뭐 우리나라에서도 나이 아래위로 서너살 정도 차이면 실질적으로는 '형, 누나, 언니, 오빠'만 붙일 뿐 사실상 말도 놓고 대등한 친구관계처럼 지내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나이 대접 받으려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고, 나이가 아래인 사람들은 종종 나이 대접을 해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놓고 쓸데없는 고민을 해야만 한다.?
또 소위 노슬아치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마치 자기의 인간 레벨이 올라가기라도 한 듯 착각을 하고, 나이가 많으면 나이 어린 사람은 노비처럼 대해도 상관없는 양 생각하고는 한다. 이게 먹히던 때라면 모를까, 오히려 이 때문에 젊은 세대가 사실 노인이 모두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혐오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자기가 노인이라도 아주 어린애를 상대로 한다면 모를까,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사람을 대상으로 말을 건다 해도 그 사람과 아무 관계가 없고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라면 당연히 존대말을 써야 함이 옳은 것이다. 자기가 하는 만큼 대접받는다고, 존댓말로 말을 걸어오는 노인에게 막말로 쏘아붙일 젊은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나이 한두살 가지고 서열 나누는 이런 바보짓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데 모르겠다. 나 자신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데 대해 전혀 거부감이 없으나, 당장 내 주위에만 해도 나이가 벼슬인 줄 아는 지인들이 전혀 없지도 않고, 이런 경향은 나이가 적으나 많으냐를 불문하고 한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당장 중학생들도 초등학생보고 '요즘 초등학생들이 버릇이 없다' '우리 초등학교땐 안 그랬다'는 식의 말을 하고 있으니...... 이건 정말 의식개혁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인데,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을 보기엔 너무 요원한 문제인 듯싶다.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한번쯤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만한 문제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