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이없었다.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게 맞나란 생각이 들더라 ㅋㅋ
가끔 이 사이트에 이런 글 올라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적어도 양쪽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과외 한탕 뛰는데 처음에 35 부르더라.
대뜸 거절했다. 왜냐고? 너무 많았거든. 30만 달라했다. 장거리 과외라 생각해서 더 쳐준거라는데 필요없다고 했다. 첫 과외였기도 했고 난 아직 대1이니.?
보름지나니까 몰래 3만원 입금하더라. 돌려드리려고 말 꺼내니까 너무 죄송하댄다. 하하
한달 지나니까 이번엔 그냥 대놓고 35 입금하더라.
당장 5 뽑아서 돌려드렸다. 돈 드리는 거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그냥 봉투에 넣어 드렸다. 낱개로.
단기과외라 2달만 하는 거였는데 어제 끝나고보니 카톡으로 문상 3만원 보내왔더라.?
난 사람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내 기대에 못 미치면 나도 기분 안 좋고 그런 티 내는 걸 보는 상대도 기분 안 좋고.
기대를 안한지 꽤 되었다. 아무리 기대치를 낮춰도 실망은 하기 마련이니까. 그만큼 이 사회가 내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이걸 보라. 처음 5 덜 받겠다고 말하고 나서 사실 후회 많이 했다. 뭐 어때.. 나름 집도 잘 살고 (시세 대충 6,7억?) 주말되면
가족끼리 외식에 영화도 보러가고 (우리집에선 꽤나 상상하기 힘들다. 서로 바쁘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맞벌이 하더라. 과외가 밤늦게 끝나면 10시 반까지도 가는데 그때까지도 어머니는 안들어오시더라. 그런 돈 5만원이 내가 안받고 말지.
내가 하는 거라곤 나에게는 존나 쉬운 고1수학 가르치는거다. 책에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표시되어있는데 눈감고 30초만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
이게 밤늦게까지 일하는 그집 어머니와 내 노동의 가치가 동일한 비율로 교환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돈 그냥 과외녀한테 더 투자하라고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안 받은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마지막 수업 끝나고 난 뒤 내 카톡에 와있는 문상 3만원.
이번에 다시 학기 시작하면서 책 사고, 여러가지 식비 생각하면 그동안 벌어둔 걸론 빠듯한데
고민 좀 했다. 수능 수학 26번쯤 되었을까? 결국 그냥 감사하다고 했다. 감사히 쓰겠다고. 그렇게 보낸 카톡에 답장은 안 왔다.
테스트였을까? 실망했을까? 이번엔 내가 기대를 못 맞춘건가? 내가?
여러가지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 날 그집에 추천해준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이모가 나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라고 5만원 줬다고.?
사회에서 무수한 호의를 베풀었다. 할머니 짐 들어드리고 자리 양보해드리고 넘어지면 세워주고 누군가 윽박지르고 있으면 대신해서 경찰 불러주고
격려의 말 해주고 옆에 있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약자의 편에 섰고 날 욕해도 곤경에 빠지면 도와주고 후배들 잘 되라고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나에게 돌아온 것? 모르겠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딱히 받은 기억도 없다. 언제나 사회는 냉정했다. 나만의 온기로는 역부족인듯 싶었다.
난 이미 보수를 받았다. 그것으로 끝 아닌가? 물론 과외 때 최선을 다했다. 롤하다가도 문제 물어보는 질문엔 내 캐릭이 죽을지언정 답변을 늦추지 않았다.
평소에 쓰는 말투도 달리하여 최대한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였고 나름 결과도 얻었다.
그런데 내가 이것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너무도 당황스럽다. 나에게 펼쳐진 호의에.
새벽에 자다 일어나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었다.
기대도 안하는만큼 별 욕심도 없는 사람인데 오랜만에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이 헬베에 올라가서 탈조선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콘크리트에서도 민들레가 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옛날 선생이 내게 말했다.
사람이 왜 인간이라 불리는지 아냐고.
한문선생이었던 것 같다. 사람 사이에 사람이 있기에 인간이라 불리는 것이라 하더라.
지금에 이르러선 그 관계가 먹고 먹히는 관계가 되어버려 문제가 되버린 것 같다.
어릴 땐 힘들면 기대고 슬플 땐 같이 울어주고 기쁠 땐 같이 웃어주라고 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버린 나를 보며, 그리고 이미 내 품에 들어온 호의를 보며 이토록 당황하는 나를 보며
무엇이 나를 이토록 변하게끔 만들었는지 생각해본다.?
읽느라 수고했다. 변변찮은 필력이라 보는내내 불쾌했다면 사과드린다.?
참고로 난 오타 지적해주는 것 좋아한다. 이과라서 한글에 별로 관심 없다는 편견은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