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베이비 부머 세대라고 불리는 자 들은 늘 똑같이 이야기한다.
눈을 낮추라고.
너무 이기적인 말이라 생각하지 않냐?
나는 보는 눈을 정말 많이 낮췄다. 서울이남 최고의 지방거점 국립대 최고 과에 재학했고, 이쯤이면 대기업 아무데나 들어가서 그냥 평범하게 인생을 살 수 있을줄 알았다. 그냥 35평짜리 아파트 한채에 작은 차 한대, 아내와 아이들, 그렇게 소소하게 평범하게 살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런데 도저히 그게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걸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내 힘으로 충당해야 하는 학비와 생활비, 예습은 커녕 과제 할 시간조차 없었다. 일 도와주느라, 경험이니 뭐니 하며 이런 저런 곳 따라다니느라 시험일정을 놓쳐 펑크난 과목도 수도없이 많다. 성적은 최하, 공채시험 준비는 고사하고 도서관 들어가 있을 시간조차 없다. 그야말로 공부는 사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눈을 낮췄다.
그래, 중소기업 아무데나 들어가서 내가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으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결혼 첫날부터 내 아파트 사서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원룸, 투룸으로 시작해도 되고, 리스 차, 아니 차 없어도 돼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며 황야 너머의 꿈을 바라보며 더 굳게 더 단단히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그 것 마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걸 깨닫기까지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졸업이 걸린 상황에서 내가 소모하는 자금들을 내 자신이 스스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선택지 따위 없었다. 노가다, 깡패짓, 밤샘근무...졸업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날 지속적으로 써 주다가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주겠다는 소리,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소리, 수도없이 들었다. 헛된 꿈인걸 깨닫는건 늘 계약만료 며칠 전이었고 말이다.
그래도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눈을 낮췄다.
하루 벌어먹고 하루 살아도, 지옥같은 세상이라도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거야. 끝까지 살아남자, 직업에 귀천이 어딨어, 가족들이 오늘 먹을 밥, 오늘 살 집만 보장되도 좋은거잖아? 화이팅 하자! 그래 난 그렇게 여기까지 내려왔다. 더 이상은 내려갈 공간조차 없다. 결혼? 차? 집? 웃기는 소리하네. 그럴 돈이 있으면 이러고 앉아있을거 같냐?
그런데 세상은 또 눈을 더 낮추라 한다.
난 다들 흔히 사먹는 아메리카노 한잔도 안사먹고, 돈이 없어 점심도 굶으며 교통비조차 아끼기 위해 웬만하면 걸어다니고 있다. 신발은 3년전에 산 부츠 한족이 전부고, 가방들은 전부 전투베낭이다. 지갑엔 겨우 만원짜리 한장만 남아있고, 그마저도 빼앗기기 싫어 허리춤엔 카람빗, 부츠에는 푸쉬대거가 있다.
얼마나 눈을 더 낮춰야 되는데?
여기서 어디로 더 내려가야 하는데?
얼마나 더 하류 인생을 살아야 하는건데?
얼마나 더 이용당하고 힘들어 해야 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