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가 이 나라에서 처할 수 있는 상황은 두가지로 나뉜다. WROL(Without Rule Of Law)즉 무법상황과 TEOTWAWKI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국가 멸망 시나리오 정도다. 이 두가지 상황을 상정하면 효율적이고 현실적이게 생존을 준비할 수 있다.
대부분은 생존주의 하면 막 SUV있고, 외제 고오급 텐트에 코펠에 발전기, 아니면 캠핑카 따위의 뭐 그딴거를 갖춘 캠퍼따위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뭐 외국에서야 그런식의 퇴출전략이 먹힐 수 있어도 헬조선에서는 딱히 항상 먹히는 전략은 아니다.
생존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Bail out과 Bug in.
Bail out 즉 퇴출전략은 우리가 흔히 보는 캠퍼들이 맞다. 재난지역에서 빠르게 퇴출하여 안전지역을 확보하고 하루 하루 이동해가며 생활하는 것이 바로 퇴출전략이다. 만약 서울에 전쟁이 났다면 자신의 장비를 모두 챙겨 전선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퇴출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대전 이남으로 내려와 지리산 산자락이나 외딴 시골의 산골짜기 주변에 자리를 잡고 식수와 식량을 조달하며 태양열 전지를 이용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재정비를 거친 후 지속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동하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단기적 재난사태에 대해서 해당되며, 자신을 추적할 세력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유효한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게, 애초에 차량이 연료를 이용한다, 특히나 그런 노지에서 사용하는 차량들은 SUV고 연비가 아주 나쁘다. 가장 입문하기 쉬운 차량인 액티언 스포츠나 지프 루비콘 랭글러도 고속도로 연비가 9.8km/L 정도에서 11km/L정도다, 고속도로에서 에코드라이빙을 해도 저정도 뽑으면 잘뽑는 상황이다. 1개 야영지당 3일 안들키고 버티면 잘 버틴 상황인데 거 몇달이나 그러고 노지에서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물론 수도권 지역의 양반들은 반드시 퇴출전략 하나쯤은 짜 둬야 마땅하나 장기적으로 퇴출전략을 구사하려는 생각은 웬만해서 포기하는게 좋을거다. 그정도 물자를 갖추려면 25톤짜리 트레일러 트럭에 25톤 유조차 한대정도는 장만해서 캐러밴 형식으로 여러명이 뭉쳐다녀야 먹힐만한 전략이다. 그것도 비현실적인게 헬조선군이 그런걸 가만히 둘 일 있나? 그렇게 큰 표적인데? 현실성 없는 전략이다.
반면에 Bug in 즉 위치사수 및 버티기 전략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유효한 전략이다. 특히나 교외에 새로 생기고 있는 신도시의 경우 시골과 도심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갓 토지수용보상을 마친 대지들이 많은 상황이고 준설토를 쌓아올려 흙이 곱고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 많다, 아니더라도 정원 명목으로 고운 흙을 쌓아둔 곳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라는 포격에도 끄떡없는 콘크리트 요새도 있고 말이다. 게다가 이 아파트의 경우엔 지하주차장 즉 콘크리트 벙커까지 완비되어 있어 쉘터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물론 배수설비도, 일부 아파트엔 물탱크가 옥상에 있고 비상용 발전기도 있으니 수도공급이 중단되거나 전력공급이 중단 되더라도 꽤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 방어력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내부 사정을 아는 자는 그 아파트를 쉘터로 삼은 자 뿐이니 침입자가 오더라도 갖가지 부비트랩으로 격퇴할 수 있다. 문제없다.
식량 재생산도 딱히 어렵지 않은게 그런 준설토를 쌓아올린 곳이나 정원같이 농경이 쉬운 곳들이 가까이에 있으니 농경을 통해 식량을 재생산하여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토마토나 가지, 호박, 감자, 고구마 등은 초보자도 쉽게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딱히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재난 초기에 동결건조미나 보존식 등을 먹다가 이후 농경을 통해 생산되는 신선한 식품을 먹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나타난다. 아마 재난이 발생하면 이런 위치사수 전략을 쓰며 농경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재난 이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지나치게 강력하게 변할 수도 있다.
농경을 하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는 각종 야생동물들을 올무나 덫을 통해 수렵활동을 하여 식량을 비축하거나 토끼같이 조용하고 사육이 쉬운 동물은 운 좋게 암 수 한쌍이 잡히면 사육을 통해 식량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방어전략도 아주 간단하다. 차량들이나 건물 잔해 등을 입구등에 쌓아올리고 륜형철조망을 철항에 엮어 설치해버리면 석면장갑이나 케블라 장갑 없이는 철조망을 들어올리지도 못한다, 심지어 륜형 철조망은 3단 4열로 쌓아올리면 진행중인 전차까지도 막아버릴 수 있다. 전차의 구동부에 철조망이 말려들어가면 기동불능에 빠진다. 공병출신이면 다 아는 이야기다 토달지마라.
지하주차장 입구를 그런식으로 봉쇄해버리고 지상출입구도 이와 비슷하게 봉쇄한 후, 평상시에는 아파트에서 살면서 농경활동이나 스캐빈징(잔해 뒤지기, 약탈)따위로 생활을 유지하다가 침입자가 공격해오면 지하주차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숨거나 싸울 준비를 하는거다.
따라서 수도권 도심지에 사는 사람의 경우, 지방의 교외 신도시의 사람들과 연대를 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혹은 나처럼 아예 지방의 교외 신도시에서 쉘터를 만들 준비를 해 두고 생존자를 모으기 위해 라디오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봐도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