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녹두장군
16.05.19
조회 수 132
추천 수 1
댓글 3








KAOS 12시간 전

녹두님, 귀찮으시겠지만 한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지방 국립대 다니는 1학년입니다) 오늘 올라온 학벌주의 관련 글 보면서 생각난 건데 흠,, 괴연 명문대 출신으로서 가지는 그들의 프라이드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저도 제 친구들 보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잘나가는 대학 다니는 친구부터 전문대 다니는 친구까지, 친구들과 관계를 점점 지속해나가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생은 '대학생'인지. 그렇지 않다면 과연 지금의 학벌제도는 어떠한 모순점을 지니는지.. 뭐 좀 난해하지만 대댓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생각의 흐름대로 정리했는데, 확실히 질문의 정의를 좀더 구체적으로 해주시는게... 

답변도 굉장히 난해해졌네요. 이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주시면 제 생각을 더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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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문대 출신으로서 가지는 그들의 프라이드는 어디 있을까?

새내기가 되어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프라이드는 하늘을 찌릅니다. 학부제는 반활동, 학과제는 과활동을 하면서 선배들이 자부심을 막대하게 불어넣죠. 

연고대같은 경우는 합동응원전, 응원OT등등 학교뽕에 맘껏 취할수있는 제도를 학기초에 계속 운영하고 봄축제때도 이런 뽕뽕이 들어간 행사가 많아요. 

이 시기가 가장 학벌 프라이드가 강해지는 순간이죠. 심지어 서울대나 SNULIFE커뮤니티는 SKY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가진 장난감은 금방 질린다고 할까요? 학점경쟁, 수강신청, 학사제도등에 치이고 (요즘같은)미래준비에 치이다보면 학벌뽕은 많이 빠집니다.

서울대는 유학생들이 리턴하는것에 부들부들거리고 서울대출신 9급마저 나오는걸 보고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며, 연고대는(특히 문과ㄷㅐ.....) 시발 이럴거면 고졸특채나 준비할걸 내가 뭐하는짓이지 이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죠.

 

그런데 한번 "가진" 장난감은 금방 질린다고 했습니다. 서울대생에겐 서울대가 당연하고, 연세대생에게는 연대가 당연하고, 고려대생에게는 고대가 당연합니다. 일부 학생들이 1학년때 반수에 실패해 연고대에 남았다고 해도 그들에게 연고대는 디폴트 값입니다. 특히 문과출신들은 서성(한?)정도까지는 12이후로는 정시에서는 문제 한두개 차이로 갈렸다는걸 알고있고 만약 수능에서 멘탈이라도 흔들렸다면 중경외시 성적맞고 재수했을거란걸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자체를 안합니다. 서연고 모두 아래 학교들이랑 본인 학교를 비교하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아요. 그냥 나는 서울대생, 연세대생, 고려대생입니다. 보통은 이렇다고 전 생각합니다. 성서연고! 이런 성대의 귀여운 장난은 농담거리밖에... 미래는 SHYPS라고...(성균관/하버드/예일/프린스턴/스탠포듴ㅋㅋㅋ)

 

남은 학벌 프라이드가 있다고 해도 전 상당히 해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열 상위권은 의편이나 의치전에 목매고, 문대와 상경계열의 위상은 나날히 낮아져가죠. 과거 상공전 혹은 공상전이라는것도 했습니다. 상대랑 공대랑 누가 더 잘났냐 (공장이나 가라 더러운 공돌이들아<->응 취업이나 해~) 대략 이런 장난인데 요새는 취업난에 상대가 거의 죽어버려서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CPA는 서울대가 버린 자격증으로 유명해질 만큼 회계사는 직업적으로 좋지만! 과거 전문직의 위상과는 거리가 멀죠. 학점이라도 챙겼다면 로스쿨(응 로퀴한테 변호 안받아)이라도 학벌을 어필해서 가려고 노력하고, 고시에 뛰어드는 인원은 많아지고(행시 왜보냐 200만원 받고 11시까지 일하는 정부의 노예)  모두모두 금융공기업을 노리는 기형적인 상황입니다. 서울근무를 포기하고 나머지 지방 공기업에 뛰어들기도 하죠. 먹고살기 힘들어진 지금, 학벌 프라이드를 제 주변에서 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대체 이 아래에서는 어떻게 살아남는지 궁금해지는 상황이기도... 그래도 SKY는 SKY라고 다들 매일 이렇게 징징대지만 어디든 가서 먹고살긴 사나봅니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학벌이 재생산된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나중에 어디서 만나면 인사야 하죠. 그런데 그렇다고 능력도 없는애를 끌어주고 이러지는 않습니다. 그냥 사회에서 만나면 난 만난적도 본적도없는 선배, 후배일 뿐이죠. 사기업이면 임원급이나 될때쯤 그런게 유의미할걸요. 보통 밥이나 한번 먹고 만다는데. 사회지도층에 서울대가 너무 많다!(절반이상이 샤샤샤샤. 심지어 연고대 포함하면 너네만 80프로...시발년들아!) 맞습니다. 이쯤되면 서로 끌어줄수도 있죠. 하지만 철저한 학벌블라인드 고시(현재 공개경쟁채용)에서 가장 많이 합격하는게 서울대 출신이라 인풋이 그만큼 많은것도 감안해야합니다. 시험한방에는 결국 예전부터 시험잘보던놈이 강합니다. 괜히 사시가 서울대 천국인게 아닙...

 

결론은, 제가볼때는 "내가 세계 제이이일---!"이런건 없다고 봅니다. 그냥 난 SKY를 왔고, 그 자원을 활용해서 살고싶은거죠. SKY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관계같은게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SKY는 의대도 군기잡기놀이를 안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고대가 가장 강하구요. 가끔 신문보면 같은학교 출신들끼리 정책에 관해서 전혀 협조라고는 눈꼽만큼도 안해주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학교에 불만있는경우도 꽤 많습니다.

 

KAOS님이 1학년이라 그런걸 많이 느낄텐데 2학년쯤되면 많이 줄어듭니다 그런거.

 

2. 우리나라의 대학생은 '대학생'일까?

 

대학생의 정의는 뭘까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겠죠? 이렇게만 본다면 대학생은 대학생이 맞습니다. (동어반복이네요. 질문자체가)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입니다. 공부에 뜻이 있거나 그걸로 이득을 볼 수 있는 학생이 와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각 대학의 특수입학정원을 확대해 기회를 확충하되, 지거국 외 서울 상위 15개 대학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는 다 정리해버려야된다는 생각이긴 합니다. 세상에 뭔 말도안되는 대학이 많습니다... 그때문에 질적저하가 좀 심각하게 일어나서 이런 고민을 하게되신 건지... 

 

 






  • KAOS
    16.05.19
    크아...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제가 봐도 질문이 너무 난해해서 죄송했는데, 명쾌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녹두장군
    16.05.19
    새내기라고 하시니 좋은 대학생활 하시길! 저는 1학년때 방황을 좀 했습니다. 처음 사귄 여자친구, 학과공부문제 등으로 많이 고생하다 군대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온 케이스입니다.(물론 군대는 좆같았습니다) 선배들이, 친구들이 이거좋다 저거좋다 "에이 그래도 전과는 아니지"등등 이야기 할때, 자기만의 기준점을 잡고 정진하시길 바래요. 
    대학은 어떤 사람을 규정할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큰 집단이기 때문이죠. 어떤 학생은 정말 대원외고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아이들을 깔보고 다닐수도 있고(그다지 특출나지 않은 학점과 함께...;), 군대에서 만난 학교선배는 학생회에 학창생활 바치던 사람이었는데 학번자부심이 대단해서 사회에 나가서도 넌 내 아래라는둥 별 개소리를 다 듣기도 했습니다. 어떤 선배들은 제 인생상담, 진로상담을 해주었고 본인도 원하는 길을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또 여기서 어떤 사람을 일반화해서도 안될 겁니다. 학번자부심이 넘쳐나는 인간은 자기 아랫사람이라고 자기는 열심히 갈구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력은 본인이 최대한 막아주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은 결과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을 중시했구요. 누구에게나 그리고 사람의 어떤 특성에는 장,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하고 고민하고 추구해야겠죠.
    대학에 들어올때는 다들 성적이라는 지표로 들어왔지만, 나갈때는 각기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갑니다. 지방대출신 로스쿨러가 율촌에 들어가기도 하고 서울대출신 백수가 자살하기도 합니다. 학업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자퇴하고 자기갈길 찾아 봉사하러 다니기도 하죠. 부디 졸업할때 본인이 원하던 모습이 되어있기를, 혹은 그에 가까워져 있기를 바랄게요.

    위 답변으로 만족하신다면 피드백글은 쓰지 않겠습니다. 
  • KAOS
    16.05.20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과를 막상 접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지라 허허;; 수시를 통한 반수를 계획중입니다. 아무튼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중,고등학교도 아마 마찬가지 일듯합니다. 들어올때는 똑같은 사람이었겠지만 나갈때는 정말 다들 다른 사람이 되어있더군요. 특히 고등학교 이전의 제 모습과 이후의 제 모습을 볼 때마다 특히 많을걸 느낍니다. 저도 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있거나 그에 가까워져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 묙표를 위한 노력은 당연히 수반되어야 겠죠. 아무튼 좋은 말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녹두님도, 오늘을 지나 내일에는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되어있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뵈면 더 깊이있고 좋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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