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과 체스판의 후반부
대군주 overlords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어떻게 SF 소설에서나 나옴 직한 이야기가 실제 비즈니스로 그렇게 빨리 진행된 것일까? 이런 엄청난 기술 진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첫 번째 개념은 무어의 법칙 Moore’s Law이다. 이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드는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 Gordon Moore가 주장한 것으로, 1965년 <전자공학 매거진 Electronics Magazine>에 발표한 기사에서 무어의 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에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2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반도체와 집적회로의 발전은 이런 속도를 최근까지도 진행되어 왔다. 그러면서 이것이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에 약간의 수정이 있었는데,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매 18개월이다. 무어의 법칙은 디스크 드라이브 용량,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네트워크 대역폭 등에도 조금씩 바뀌어 적용되었으며, 디지털 기술은 생각보다 빠르고 신뢰성 있게 두 배씩 증가해왔다.
일부 영역에서는 소프트웨어 역시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만큼 빠르게 진보해 왔다. 컴퓨터 과학자인 마틴 그뢰스첼 Martin Grötschel은 1988~2003년 사이에 컴퓨터가 표준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리라 예측한 바 있는데, 그는 더 빠른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에 탑재된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그 성능이 4,300만 배 향상될 것으로 보았다. 이 계산에서 프로세서의 속도는 15년간 1,000배 증가하고, 알고리즘의 최적화는 같은 기간 4만 3,000배 나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최근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두 번째 개념도 무어의 법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혁신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이 밝힌 개념으로 수학에 대한 고대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이야기는 체스 발명가와 그 나라 통치자와의 거래에서 시작되었다. 그 나라 황제는 게임을 너무나 좋아해서 체스 발명가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물었다. 그러자 체스 발명가는 다음과 같은 규칙에 따라 쌀을 달라고 했다. 체스판의 첫 번째 사각형에 쌀을 한 톨 놓고, 두 번째에는 두 톨, 세 번째에는 네 톨... 이렇게 정확히 두 배씩 늘어나도록 쌀을 다음 사각형에 쌓아서 달라는 것이었다.
황제는 생각보다 보상이 작다고 생각하면서 동의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해보니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게 쌓아 올린 쌀을 발명가에게 줘야만 했다. 이 이야기의 일부 다른 버전에서는, 황제가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하여 발명자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커즈와일은 2000년에 집필한 <<영적 기계의 시대: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때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When Computers Exceed Human Intelligence>> 에서, 위에 인용한 사례의 쌀더미가 체스판의 절반에 이를 때까지는 별로 크지 않았다고 했다.
*32번째 사각형을 지나자, 황제는 발명가에게 40억 톨의 쌀을 줘야 했다. 그것은 합리적인 양(커다란 논 몇 마지기 정도)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그때까지는 발명가도 그의 목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고, 황제도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상태로 체스판의 후반부로 넘어간다면, 둘 중의 한 명은 커다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커즈와일은 무엇인가 두 배씩 지속해서 증가하면, 즉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처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속임수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하급수적 증가의 초기 단계에서는 선형적 증가 곡선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체스판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그 증가 폭이 우리의 직관과 기대를 크게 무너뜨린다. 작은 한 톨의 쌀이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쌀더미를 만들 듯, 컴퓨터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은 과거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여러 가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컴퓨터 이용과 관련한 비즈니스의 역사는 지금 어디쯤일까? 우리는 과연 체스판의 후반부에 도달한 것일까? 여기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합리적인 예측은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한다. 미국경제분석국 Bureau of Economic Analysis은 1958년 처음으로 ‘정보기술’을 비즈니스 투자 분야에 포함했다. 따라서 1958년을 논의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2006년이 두 배씩 증가한 32번째 해가 된다. 우리는 지금 체스판의 후반부에 와 있는 것이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나 제퍼디!의 챔피언이 된 슈퍼컴퓨터 왓슨, 고품질의 실시간 기계 번역기 등을 체스판 후반부에 등장한 디지털 혁신의 첫 번째 예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기하급수적 발전의 결과는 아마도 까무러칠 정도가 될지도 모른다.
-에릭 브린요프슨, 앤드루 매카피의 2013년 출간한 기계와의 경쟁 중에서-
체스판의 후반부에 있는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