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어 보았습니다.^^ 일단 깊은 지식에 감탄합니다! 이번기회에 자유주의 사상을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은데 실례가 안된다면 말씀하신 내용의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공동체라는 단어가 추상적이어서 저와 녹두장군님이 보는 시각이 달랐네요. 다시 글을 보니 공동체라기보다는 연대의 뉘앙스였습니다. 공동체가 실제 생활을 터전이라면, 연대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공동의 문제의식과 타파노력]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f. 불매운동, 낙선운동, 지역주의타파, 시위, 투표)
저는 바람직한 연대를 전제하고 논리를 전개했지만, 한국사회에서 바람직한 연대의 실현가능성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듯합니다. 녹두장군님이 지적하신 한국사회의 면면들은 심히 부정적이기에 말입니다.
녹두장군님께서는 한국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보셨습니다. 유학을 준비중인 마음 이해가 갑니다. 저도 몇개월 전까지는 이나라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나라에 희망을 갖기로 했습니다. 지난 현대사와 얼마전 총선에서 보았지요. 현대의 역사 판단을 보류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새벽이라 헛소리였습니다.ㅎㅎ. 역사가 의미있는 것은 일련의 사실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 속에 담긴 사람들의 해석입니다. 잠시 다른 소리였고ㅎㅎ.. 다시 본류로 돌아와, 깊은 분석은 아니지만 역사 앞에 비겁하지 않게 역사에 대한 저의 해석을 하자면, "바뀌고 있다." 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변화를 바랄 수 있는 것은 1. 선거 2. 시위 입니다. 그 중 더 바람직한 것은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한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느리게 진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평화적이고, 소수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기에 더 안정적이고, 실수가 적습니다.
20대 총선은 야당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소야대의 결과를 주었습니다. 지역주의도 깨졌지요. 영남지방에서 더민주의 선전 (떨어진 후보들의 득표율도 근소한 차이가 많았고, 이건 몇년전부터 나타나던 모습입니다.) 호남은 더민주를 버리고 국민의당을 선택했습니다. 수도권 역시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은 새누리를 버렸습니다. 그 이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여야의 정권교체도 의미 있는 변화였지만, 20대 총선은 과거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발전이었습니다.
콘크리트 지지층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인 사실로 5,60대 이상의 분들) 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 것이고, 앞 세대가 이룩한 경제적 풍요속에서 분별있는 시민의 비율이 높은 세대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할 것은 한국이라는 시스템입니다. 입시제일주의 암기교육, 유교사상에 기반한 폐쇄적인 존댓말과 인간관계, 후진적인 군대문화, 불공정한 경제구조, 시민의식 후진성(대표적으로 휴먼시아거지와 같은)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세대와 정치의 변화와 같이 다른 시스템 역시 변화는 있습니다. 존댓말은 상호 존댓말의 분위기가 늘고 있고, 군대문화도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난 개선을 이뤘다고 봅니다. 통신의 발달로 휴먼시아 거지와 같은 후진적 시민성은 집중공격을 당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가 개선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경제불평등은 더 심해지는 것이 명확해 보이고, 교육은.. 경제(취업)문제와 맞물려 그 속에 매몰되어 가는 듯 보입니다. 최악입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세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과 사회 시스템의 각 분야는 서로 유기적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정치와 사회분위기가 바뀐다면, 경제와 교육의 개선도 유도됩니다. 이 역시 매우 지루하고 느린 변화가 되겠지요. 지금 당장 변화가 체감안되는 것은 이미 50~80년대 저 시스템 속에서 자란 이들이 아직 사회의 기득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득권 세대를 무조건 적인 힐난의 대상으로 보진 않습니다. 전후 세대를 꼰대라고 비판 할 수는 있으나, 그들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비난 할 순 없습니다. 그들은 배고픔을 먼저 해결해야 했던 세대였고 매우 훌륭히 그 세대의 과업을 이루었습니다. 민주화 세대의 꼰대화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은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었고 그것이 세대의 과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적어도 새누리당에 묻지마 지지는 보내지는 않는 일보 전진을 이루었습니다.
다음세대가 우리입니다. 우리는 윗 세대보다 더 잘 교육받았고,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속에서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 여느 세대보다 탁월합니다. 헬조선 사이트도 우리세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반증이겠지요. 우리세대의 과업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한 우리세대의 과업은 ['연대'를 통한 '개선']입니다. 개인주의도 중요하지만 연대를 강조한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면 분명 한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 다음세대는 두 걸음. 세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세대에서 분위기를 꺾어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을 꺾어야 합니다. 그리고 헬조선 사이트는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는데에 전제조건인 문제의식과 비정상의 인지를 하고 있기에 의미가 큽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부정하지 않는 과정에서 두가지 반작용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1. 탈조선 2. 내부적인 개선 노력. 둘 중 어느것이 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탈조선이 하고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기에 2번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녹두장군님이라면 분별있는 시민이겠으니 더더욱 존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하나 부탁을 드리자면, 역사도 같이 공부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 한국사를 공부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고 생각이 많이 깨치고 있습니다^^
p.s. 요즘 한국사를 공부해서 그런지.. 개인의 선택하니까 구한말 상황이 떠오르네요. 일제의 협조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그저 그렇게 살아갈 것인가. 3개의 선택지 중 조선인들은 각자 선택을 했겠지요. 조선의 사대부 양반 중 우당 이회영 선생은 온 재산을 처분하고 독립운동이라는 선택을 했고,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 5적은 일본이 우리를 근대화 시킬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나라를 넘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조선의 백성들도 각자 선택의 무게는 달랐지만 3가지중 하나를 택했겠지요. 그리고 결과는 광복이었으니.. 개인의 선택들이 광복이란 결과를 낳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외세의 개입이 독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초창기 외교에 있어서만큼은 공이 많은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택한 것도 개인의 선택이었고, 그 이전 미국 참저의 바탕이 된 냉전 구도를 만들어 낸 것도 미국과 소련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선택이었으니 말이죠. 아주 큰 우두머리 개인의 선택이 크게 작용했을지라도 그 밑에 시민들의 선택을 아주 미력한 것으로 볼 순 없을것이구요.
아.. 쓰고보니 약간 유학준비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유학을 비판하려는 생각으로 쓴 내용은 아닙니다. 저도 매우매우 한국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드릭에 요즈음 생각을 고쳐먹고있는 중입니다^^. 그냥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개인들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ㅎㅎ 아무튼, 헬조선이 어디로 갈지는 우리 각 개인들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분별있는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존중되어야하기에, 자유로운 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헬조선이 망한다면 헬조선은 역사를 움직일 힘이 다 한 것이고, 그럼에도 망하지 않고 개선을 이뤄낸다면 그 또한 역사의 힘이 헬조선을 벗고 대한민국으로 달려가 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이지, 제대로 된 철학을 정규교과과정에 넣고 싶습니다. 어려운 철학자들과 개념을 외우는 수업이 아니라, 정말 실생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전개하는 훈련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게 개탄스럽습니다. 저역시도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 많이 부족합니다... 『프랑스 경제사회 통합교과서』, 모니트 아벨라르 등 공저. 를 시간날 때 보시면 어떨까 추천드립니다. 책 값도 비싸고 구매해서 두고두고 볼 정도는 아니니 빌려보시길 추천합니다. 아주 읽기 재밌는 책은 아닙니다. 근데..이 내용이 고등학교 2학년 교과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고 보면, 부럽고 놀라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경각심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