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시험기간이라 못갈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돈만 넉넉하다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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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생활을 하는지라 엄마 아빠를 잘 못 만나는 편인데 서로 사소한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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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을 이용해 주고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거나 나에게 부담이 될 만한 얘기들은 하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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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 글을 찾아보면 언급했듯이 우리 아빠는 참 어이없게 실직당했다. 그 후 과정도 회사 대 개인이라 이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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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대 일로 싸움을 하는 것과 비슷해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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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능시험에 합격(심지어 문과출신이시다.) 소방시설 관리사로 백화점에 취직하셨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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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며칠 안 됀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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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를 통해 백화점에 들어갔다 하셨는데 거기 용역 담당자가 말하기를, 내일 소방시설 점검 차 사람이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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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을 새고 내일도 근무하라. 아 그런데 일이 좀 많으니까 오늘 밤은 다른 곳에 타일을 좀 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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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당당하게 말씀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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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는 못한다. 나이가 나이인데 노동계약을 넘어서 밤을 새고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다음 날도 바로 근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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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날 쉬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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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30대 후반쯤 되는 담당자가 아니된다 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노동법을 위반한 명령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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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냥 오셨고 다음날 제시간에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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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담당자는 아버지가 등록된 용역업체에 연락을 해 짜르라고 시켰다더군요. 그렇게 아버지는 두달 만에 직장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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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인생이란게 무엇인지 정말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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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욕설까지는 듣지 않으며 서로 체면상으론 좋게좋게 끝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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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태를 그나마 다행이라고 표현해야하는 이 역겨운 나라에 뜨거운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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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이 사회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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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아니에요. 이건 개인이 고칠 일도 아니고 대통령 혼자서 고칠 일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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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떠나는 것만이 답일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거의 확인차 보고 싶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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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언급한 12월 5일 시위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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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불법시위, 불법진압, 시위대가 옳은지 경찰이 옳은지 따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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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위라는 것은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쁜 것을 고쳐달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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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입에서 안나오니까 직접 주권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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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위대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러 갑니다. 왜 시위대가 말하는 내용들은 기사화 되는 게 잘 보이지 않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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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그걸 진압하는 경찰들의 태도를 보러 갑니다. 시위는 합법이고 불법이고를 떠나서 항상 정부의 진압대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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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진압방식은 다르죠. 물대포도 위험하다 해서 쓰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물대포로 뇌진탕까지 일으키는 나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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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가지를 보러 떠납니다. 머나먼 상경 길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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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떠한 합법적인 수단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 혁명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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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말입니다.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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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예들에게는 그런 것조차 없습니다. 개선이 뭔지도, 혁명이 뭔지도 들은 세대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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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이번 시위는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연 희망은 아직 존재하는가?'에 대한 제 답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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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 한편 보여드리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푸념일지도 모르는 쓰잘데기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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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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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 ? ? ? ? ? ? ? ? ? ? ?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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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두가 달리래서 달렸네
이유는 없고 결과는 모르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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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인줄 알고 밟았던 대지는
불쌍한 누군가의 살과 뼈였네
어느샌가 사라졌던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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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달릴 힘이 없네
잠시 쉬어가자 하며 털썩?
누군가 쿵쿵?내게 달려오네
?
밟히고 밟히고 밟히고 밟혔네
고통으로 버무러진 소리는
이제 나올 기미조차 안 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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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히 으스러져 누워있네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달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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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가슴 속에 떠오르네
내가 그동안 놓쳐왔던 것들
보면서 모른척 해왔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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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에서 물이 흐르네
누군가 이것을 밟아주길
나에게는 자격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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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달렸을까 왜 밟았을까
왜 이때서야 궁금해하나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 뒤에서 웃네
?
봐야 하는데 누군지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누군지 마지막으로 꼭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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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은 뒤에 있었지.
너네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뒤로 달린거야.?
그게 내가 너네들을 앞지르는 방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