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평등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본가와 노동자, 금수저와 흙수저 같은 자본에 의한 21세기 신계급사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금수저는 금수저대로, 흙수저는 흙수저대로 서열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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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별볼 일 없는, 기껏해야 도토리 키재기인 서민들 사이에서는 열이면 아홉, 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연공서열이 됩니다.?
몇 살인가, 몇 학번인가, 몇 군번인가, 심지어서는 목욕탕 정기회원 몇 년차인가 같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것조차 한국인들에게는 위아래를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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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따지자면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이런 상식은 말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1년, 심지어 반년 차이로 서열을 나누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나뉜 서열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요구하는 봉사라는 것도 테이블에 수저 놓기, 회의실에서 커피 타기 같은 수준 이하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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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 나라에서는 이런 괴상한 연공서열 체제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연공서열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만 지나면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식 계급주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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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먹습니다. 후배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후배로서 봉사하는 입장에 있더라도 시간만 지나면, 그 시간동안 참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는 봉사받는 입장에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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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참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윗사람이 누리던 권리를 자기가 누릴 수 있게 되는데, 누가 나서서 언젠가 자기 것이 될 권리를 줄이거나, 이 서열을 파괴하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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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보잘것 없는 서민들은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이런 서열 노름에 더 집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게 아니면 어디서 윗사람 노릇을 해 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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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연공서열은 이 나라에서 멸종하고 사라진 주인의식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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