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노인
19.01.06
조회 수 43
추천 수 0
댓글 0








06BE67BC-8A98-4322-938D-69AAB55C9D9C.jpeg

 

 

 

심리학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 nance)라는 개념이 있다. 한 사람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모순된 믿음을 갖게 된 난감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전적인 예는 UFO의 존재를 믿는 미국의 어느 사교집단이다. 이들은 특정한 일시에 UFO가 지구를 멸망시키고 자신들만 구제해 줄 거라 굳게 믿었다. 몇몇 종말론 종파에서 설교하는 기독교 ‘휴거론’의 SF 버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과 달리 예언한 날짜에 UFO는 오지 않았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UFO가 오리라’는 믿음과 ‘UFO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 부조화의 상태는 물론 해소되어야 한다. 정상인이라면 이 경우 UFO가 오지 않았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UFO가 오리라는 허황한 믿음을 포기할 것이나, 그 사교의 신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부조화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길을 택했다. 즉, ‘UFO가 오지 않은 것은 자비로운 외계인이 인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더 이상 지구를 망가뜨리지 말고 올바르게 살라는 외계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자기들 머릿속의 부조화를 해소한 후, 그들은 더욱더 열성적으로 주위에 UFO교 신앙을 전파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릿속도 지금 이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박근혜가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애국자이자, 그것도 모자라 아예 국가와 결혼한 성처녀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그녀가 직권남용, 직무 유기, 나아가 뇌물죄의 피의자라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의 머릿속은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나의 머릿속에 서로 상반되는 믿음과 사실을 동시에 담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조화는 어떤 식으로든 해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이른바 ‘대안적 사실들’을 창작하고 있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 모든 게 누군가의 기획에 따른 음모다.’ 정상인이라면 드러난 사실 앞에서 박근혜 환상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의 마인드는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을 부정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근혜가 거짓말을 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박사모는 결코 자신들의 환상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검찰`특검`국회`언론과 시민사회,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거짓말을 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들은 대체 왜 그 빌어먹을 환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그 환상이 바로 그들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주로 1960, 70년대에 국가주의`반공주의 교육의 집중적인 세례를 받은 세대다. 그때가 어떤 시대이던가? 그 시절 모든 국민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나,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닫도록 강요받았다.

당시에 모든 개인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identify)하는 것을 통해서만 정체성(identity)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했다.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그의 핏줄을 물려받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사모 구성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느끼는 강고한 정서적 결속감은 거기서 비롯된다.

‘나=국가=대통령’이기에 박근혜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부정하며 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부정하는 대신 세상을 부정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들은 평생을 박정희 신화 속에서 살아왔다. 박정희 신화의 붕괴는 그들에게 곧 세상의 붕괴를 의미한다. 태극기 집회는 그 성격이 패닉에 빠진 종말론 교도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집단 히스테리 현상에 가깝다.






댓글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날짜
공지 ↓ 너도한방 나도한방...즐거운 헬조선의 자유게시판 입니다. ↓ 35 new 헬조선 7052 0 2015.07.03
5230 그래도 헬조선의 장점을 찾아봤습니다. 15 newfile 혁명만이답 314 4 2015.10.19
5229 한국 앞으로 3년 내에 벌어질 일들 예언해본다. 15 new 데이스타 674 12 2015.12.10
5228 지옥불반도에 대한 생각 in English 15 new seankim 386 2 2015.12.17
5227 구원자님 어디계신가여?? 15 new 로즈마리김엠마 110 0 2016.02.03
5226 외국인과 우리나라사람이 싸우고 있다!! 15 new 로즈마리김엠마 354 3 2016.02.16
5225 뇌에 칩이 이식되는 세상이 올것 같다 15 new 시더밀661 419 4 2016.02.29
5224 대학이 꼭 필요한가....? 15 new 절망의컴공과 713 5 2016.03.14
5223 나 진짜 방금 간담이 서늘해졌다. 15 new 헬조선미국에팔자 423 6 2016.07.01
5222 저희 부모님이 곧 이혼할거 같은데... 15 new 고속탈출 278 6 2016.07.02
5221 헬조선 여소야대해서 그나마 15 new 강하게공격하고탈조선하자 283 1 2016.04.16
5220 제친구가 참..노력하지않고 나라탓하면 안된다네요 그런가요? 이헬조선에서? 15 new 파크라슈 237 2 2016.08.13
5219 솔직한 심정 으로는 한국인들 보다 일본인들 한테 믿음이 가는군요. 15 new 기무라준이치로 340 1 2016.06.06
5218 독일인 데이트 폭행 무죄 사건 짤. 15 newfile 교착상태 432 7 2016.06.12
5217 아이 씨빌 이 병신새끼들을 봤나. 15 new 교착상태 268 6 2016.06.16
5216 시리우스와 탈조선중 둘다 ㅁㅊ 듯 15 new 국뽕처단 186 6 2016.06.23
5215 windows 10은 확실히 쓸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15 new Delingsvald 160 1 2016.07.13
5214 민노충분쇄기 한테 쪽지왔습니다 15 new 지옥불조선 115 2 2016.07.16
5213 마음으로 따르게 하기가 쉬운가 윽박지르기가 쉬운가 15 new 떠나고싶구나 198 5 2016.08.16
5212 이것 일뽕 아니냐? 15 new 시대와의불화 124 0 2016.08.16
5211 가족의 정신적 억압에서 드디어 풀려나 자유를 얻음 15 new 노오오오력 308 12 2016.09.20
1 - 15 -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