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지방 학회 갔다가 KTX 타고 올라오던중, 천안역 쯤에서 플랫폼에서 기차 기다리던 남자 한명이 갑자기 가슴 부여잡으며 쓰러진 적이 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어 심장이 안뛰는 것 같다고 119 부르고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하고 있는데
아무도 감히 쓰러진 사람에게 손은 못대고 말로만 웅성대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기차에서 뛰어내려 달려가 쓰러진 사람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다가
공항에서 쓰러진 노인 심폐소생술 해줬다가 노인이 사망한 후 가족들이 소송하고 병원까지 찾아와 행패부렸다는 피부과 선생님 이야기 들은게 생각나서 (결국 보호자 행패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신용불량자 되었다.)
.... 그냥 지나쳤다......
두고두고 그 남자에게도 그 남자의 가족에게 미안하고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지만.
한국인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다 죽으면 수고했다고 해도, 의사가 하다 죽으면 직장까지 쫒아와 끝까지 괴롭힌다.
심정지시 심폐소생술로 살아날 가능성은 불과 5% 내외 .....
만일 의사가 길에 쓰려진 사람 목숨을 구하려다 못구했을 때 가족이 민형사상 소송을 할 수 없다. 또는 국가가 대신 책임져준다는 법을 제정해주면
의사라면 열이면 열 달려들어 사람 목숨을 구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엔 관심 없다......
우리 의사를 도적놈으로 만들고 사회악으로 몰아가야 그들의 밥그릇이 커지기 때문에. 그들의 가치가 조명받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는 의료인들이 고름과 가래를 뒤집어 쓰면서 구슬 땀을 흘리는 동안 깨끗한 청사 깨끗한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이들이 주로 회의 주제로 삼는 것은 '어떻게 하면 병원이 아픈 사람을 잘 치료할 수 있게 지원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 병원과 의사들의 약점을 찾아낼까'이기 때문에.
공공 예산으로 하는 심평원 TV 광고가 '이시간에도 환자 곁에 있을 의료인 여러분 힘내십시오'가 아니라 '잘못된 의료행위 적발과 환수를 심평원이 책임지겠습니다'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