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교환학생으로 호주 갔다가 탈조선 마음먹고 돌아온 24세 여자입니다. 탈조선 너무 너무 너무 하고 싶어서 길을 찾아 보는 중인데 이게 맞는 길인가 모르겠고 이 분야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안나와서 답답해 미칠 것 같아서 글 적어봅니다.  요즘 고민이 너무 많아서 글이 좀 깁니다... 조언 부탁드릴게요ㅠㅠ

 

 한국에서 미대로 나름 알아주는 대학 졸업 예정입니다. 흙수저라 어학연수나 유학 갈 형편은 안되고, 대학 졸업 전에 영어권에서 한 번은 공부 해 봐야겠다 싶어서 막학기에 교환학생 준비해서 갔다왔고요, 그 때 딴 토플점수 100점 (아이엘츠로 7.0~7.5 사이로 변환된다더군요) 있습니다.  교환학생 가서 진짜 좋았고,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현지 친구들하고 얘기도 많이 해서 호주에서 지난 8개월 지내면서 영어로 크게 고생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에서는요...  

 

 전공은 디자인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원래 전공은 미술 이론 쪽이라 호주에서도 굶어 죽는 전공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요. 디자인 공부는 한국 3학년 쯤 부터 했고, 교환학생 가서도 디자인 수업만 들었었는데 아직 핵쪼렙이지만 재밌고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원래 호주에서 살고 싶다가 먼저였고, 그 다음에 기왕 호주로 넘어 올거면 디자인으로 넘어오자 생각했던 거였는데 마음 정하고 한국 돌아와서 학원도 다니고 하니까 이제 호주가 아니어도 디자인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지금은 기초 다지고 있고, UX UI나 모션그래픽 쪽으로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아직 디자인 관련 경력이 있는 것도, 학위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독학을 오래 해서 실력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닌 상황이니 유학 후 이민을 생각 중입니다. 어차피 여기서 학위, 경력 없으면 현지 학위 따는 게 훨씬 이민하기 쉬울 것 같아서요. 생각 중인 루트는 주정부스폰입니다. 교환을 캔버라에서 했었는데, 제가 교환하던 학교에서 디자인 석사를 하면서 디자인 짬 좀 채우고 석사 학위 따서 캔버라 학업 + 거주 + 1년 직업 경력 조건 맞춰서 주정부스폰 넣으면 지금 이민법 기준으로는 70점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석사 가려는 대학이 디자인으로, 디자인 구리다는 호주에서도 디자인으로 유명한 학교가 아닙니다. 호주에서 이름만으로는 엄청 알아주는 대학이라고 하는데 미술 디자인 쪽은 전혀 아니고요. 그 와중에 이름 값은 있어서 학비가 엄청 비쌉니다.  이 돈 들여서 이 학교 가는 이유는 일단 졸업만 하면 주정부 스폰으로 높은 확률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 그거 하나입니다... 

 

1. 주정부 스폰 쪽 이민법 몇 년 안에 바뀔 가능성 있을까요? (유학원 말로는, 캔버라가 수도인데 사람들 안오려고 하니까 당분간은 유학생들 모으려고 이 정책 바꿀 일은 없다고 하던데 믿을 만 한 소리일까요)

 

2. 디자인 관련해서 잘 알려진 학교가 아닌 게 많이 마음에 걸립니다. 누군가는 영주권 생각 말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학교(그러면 캔버라 주정부 스폰 포기 해야 합니다.) 가서 니 실력 키우면 취업이 더 잘 될거고, 그러면 거기서 살 수 있는 길도 열릴 거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빚 내서 유학 가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리스크 덜 한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영주권' 에 눈이 멀어서 멀리 못 보는 걸까요... 그래도 유학은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쪽으로 가야할까요....?  

 

3. 호주 디자인 업계에 자리가 있을까요.. 처음엔 디자인 쪽이 워낙 발전을 안했길래 블루오션이구나 했는데, 요즘은 그 나라는 그냥 그 쪽에 관심이 없어서 앞으로도 성장이 아예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호주에서 관련 업종에 몸 담으시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현실적으로 외국인으로서/외국인 출신 으로서 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어떤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UXUI, 모션그래픽 쪽 전공하고 싶은데 다른 분야라도 상관 없습니다.) 

 

4. 이런 상황이다보니 요즘은 캐나다도 생각 중입니다. 어차피 디자인 관련 학위, 경력 없는 건 마찬가지라서 캐나다에 가도 유학 후 이민으로 갈 것 같습니다. 캐나다 디자인 업계는 어떤가요...? 호주보단 나을까요? 

 

집에 돈 없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힘들지만 그래도 어렵게 결정한 거니까 학비까지는 대출로 어떻게 해 주신다고 하셨고, 제가 호주에서 정착하고 돈 벌어서 갚기로 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생활비는 제가 계속 벌어서 쓰려고 합니다. 당분간은 여기서보다 더 힘들게  지낼 각오 하고 갑니다. 힘들게 사는 건 괜찮은데 그렇게 고생 하고 돈도 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까봐 겁이 나서 몇 달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움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 호주나 디자인은 문외한이지만 인생 10년 남짓 더 살아온 사람 입장에서 일반론을 바탕으로 써보면..
     
    1. 몇 년 동안 이민에 대해 살펴봐온 바 이민법은 수시로 바뀝니다. 정치적인 이슈나 경제적인 이슈에 많이 좌우되는데 그래도 큰 흐름이라는게 있으니 잘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큰 흐름이 이민을 받아들이는 방향이라면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잠시 상황이 안좋을 수는 있으나 곧 다시 좋아진다는 뜻, 반대의 경우도 해당)
     
    2. 이미 동양계 여성이라는 핸디캡 상황이기 때문에 학교나 경력에서 최대한 만회를 해야하는데, 디자인으로는 꽝인 학교를 디자인을 배우러 간다는 것이 어폐가 있습니다. 인생 어찌될지 모르고 한국으로 컴백해야 할수도 있는데 그땐 어쩔 셈이세요? 컴백을 포함한 여러가지 변수를 대비해서라도 갈 수 있는 한 좋은 학교를 가는게 좋습니다. 본인이 그리는 전략이 유효한 경우는 계열이 수준불문, 간판불문 수요가 어마어마해서 모든 디스어드밴티지를 씹어먹거나 (ex 기계과) 간판이 많은걸 설명해주는 제너럴한 분야 (ex 인문사회계열)에서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것도 한국 기준이고 서양권은 여러 단과대를 얼라이언스 형태로 묶은데서부터 출발한 것이 대학이라 더더욱 계열 간 편차가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학부도 아니고 석사인데..  호주에 지금 디자인 수요가 많지도 않고 업계가 성숙해있지도 않은것 같다는걸 본인도 어느정도 알고 있으면서 배울것도 없는 곳에 굳이 평균보다 비싼 학비를 물어가며 도전한다는건.. 정말 말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제 동생이었으면 뺨을 쳤을거같네요. 지인 누군가가 말했듯이 결국 본인이 역량이 있으면 굳이 캔버라 주정부 스폰이라는 한정적인 루트를 타지 않아도 여러가지 더 훌륭한 선택지가 생깁니다. 지금 전략은 호주 영주권 or nothing 이지만 좋은 학교에 진학해서 능력 인정받고 좋은 잡 쥘 수 있는 사람은 호주 영주권 or something else입니다. 리스크헷징을 해야하니까 더더욱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 성공적으로 탈조선 한 사람들은 그랬습니다. 제 친구는 자기 역량 키워서 영어권 국가란 국가는 다 헤집고 다니고 있습니다. (좋은 쪽으로) 물론 무조건 no.1 학교를 진학해라 이런 허황된 얘기는 아니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세우되 지금같은 포지션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저 역시도 탈조선을 준비중인 사람입니다.) 하려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엣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탑을 노리건, 가성비가 좋은 곳을 가건, 스칼라쉽이 좋아서 학비 걱정을 안하는 곳을 가건.. 정말 호주영주권 딱 그것만이 필요한거라면 모를까, 아직 어리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있으시니.. 최대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가셨으면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유학원 말은 3할만 믿는게 좋습니다. 유학원은 수속 대행해주는 곳이지 인생 설계해주는곳이 아니거든요. 거기는 자기들 돈 되는 얘기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는 호알못 디알못이라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생활도 5년 넘게 해보고, 탈조선에 대해서도 3년 이상 고민해왔으니 어느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댓글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여기에 이렇게 진로나 고민 글 글쓰는 여대생들 종종 있는데, 하나같이 좀 도움되는 댓글 달린다 싶으면 얌체같이 글삭튀 하는데 글쓴이는 안그랬음 좋겠습니다. 호혜적인 마인드로 살아야지 그렇게 얌체같이 살면 될 탈조선도 안되지 않겠습니까ㅋㅋ 그럼 굿럭
  • 공기정화
    17.11.11
    저도 그래서 이제는 덧글 안답니다. 글삭튀 혹은 읽씹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쪽지로도 장황하게 설명해서 보내줘도 그냥 읽씹하더군요. ㅋㅋㅋㅋ
  • 네애
    17.11.14
    뭘 설명하냐

    너의 똥 조언 필요 없어

    달지마
  • 야채
    17.11.11
    도움 되는 답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구구 절절 맞는 말씀이셔서 한 다섯 번은 넘게 다시 읽은 것 같네요...ㅋㅋㅋㅋ 아무래도 다녀 온 학교고, 일단 갔다 오면 영주권이 (거의) 보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자기합리화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말씀 해 주신 대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엣지를 가질 수 있는 학교를 다시 찾아 보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 네애
    17.11.14
    영주권 보장이라니

    해외 환상 지닌 정신병자들도 가끔있어

    조심해
  • 디자인과는 무관하지만 이민자 입장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1. 그 부분은 누구도 확답불가. 다만 석사이상의 고학력자는 불리하게 바뀌는 경우가 흔치는 않습니다.
    2. 유학후 이민이든 주정부 스폰이든 무조건 영주권 확률만 보고 가세요. 천재가 아닌 일반인 수준에서는 영주권은 있지만 능력은 평범한 사람과, 능력은 있지만 영주권이 없는 사람중에선 전자가 살아남습니다. 학업은 영주권 시민권 따고 나서 계속하면 그만입니다. 호주 현지인들도 40 50먹어서도 계속 공부합니다.
    3. 디자인쪽과 IT쪽은 예나 지금이나 선진국에선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쳐납니다. 융숭히 어디서 모셔가고 이런거 절대 없으니 큰 기대 마셔야.. 다만 자리가 아예 없지는 않으며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안쓰고 이러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쪽 일 하다보면 절반은 아시안들인거 금방 느끼시게 될겁니다. 그리고 재차 강조합니다만 영주권이 제일 중요합니다.
    4. 말씀드렸다시피 디자인업계 자체를 보지 마시고 영주권 확률을 보고 가세요. 영주권을 갖춘 상태에서 길게 보고 계속 곁다리 경력이라도 쌓으면 기회가 옵니다.
    기타: (1) 한국 리턴 확률을 보고 갈거면 호주든 캐나다든 별 도움이 안됩니다. 한국에서 써먹을걸 생각하면 미국이나 유럽 가야죠. (2) 환산점수 믿지 마시고 아카데믹 IELTS점수 얼른 받아두세요. (3) 등골 브레이커 하지 마시고 가급적 학비만이라도 미리 벌어가시길..
    단, 제 의견은 무조건 이민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을 때의 얘기이고, 어딜 가든 꼭 말씀하신 일을 해야 되겠다 싶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그거라면 그냥 한국에서 진로변경하시든지, 돈 모아서 미국 유학 가시는 게 제일 나을 거예요.
  • 네애
    17.11.14
    아주 희망 판타지

    미국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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