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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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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호주에서 한인 세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모두 20대 한국인 청년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생활하다 변을 당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영어권 나라 중 가장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연간 3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지원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건 사고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언론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원정성매매' '노예계약' 등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호주 워킹홀리데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그려냈다. 

호주에서 730일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온 정성훈(32)씨를 지난 6일 만났다. 그는 한인 청년들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결코 사회 전체의 문제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 죽는 호주 워킹', 정씨가 욕먹을 각오하고 밝힌 '호주 워킹 강추' 이유를 들어봤다.... 기자말

"돈 없고 빽 없으니까 '워홀'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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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정성훈씨그는 유쾌했지만 말할 때 고민을 많이했다.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했다. ⓒ 김종훈


정성훈씨는 2012년부터 정확히 2년 동안 호주에서 생활했다. 그 사이 그는 한국인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청년들을 이르는 말)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경험했다.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한인잡(한국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부터 로또보다 어렵다는 농장에서 주급 200만 원 벌기까지…. 청소·서빙·요리사·농부·고기공장·운전기사 등 호주에서 경험한 직업만 열 종류가 넘는다.  

정씨는 "영어가 부족해 처음부터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영어 때문에 기죽지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유를 물으니 "워홀러니까 당연히 영어가 부족한 것 아니냐"라며 반문했다. 
 

 

"솔직히 워킹홀리데이 오는 친구들, 집이 잘 살아서 올까요? 아닙니다. 여유 있는 친구들은 유학을 가지 워킹홀리데이는 안 해요. 돈 없고 빽 없는 친구들이 고민하다 오는 겁니다. 그러니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거죠. 영어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인정하면 됩니다."

호주워킹홀리데이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김소영(34)씨도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약 150만 원 정도 들고 간다, 호주에서 한 달 반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훈씨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호주로 향했다. 공식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만 30세임을 감안하면, 정씨는 소위 '막차'를 타고 호주로 떠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워킹홀리데이가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에게 해외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은 현재 호주를 비롯해 캐나다·일본·프랑스·독일·뉴질랜드·덴마크 등 16개 국가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2013년에만 총 4만8500여 명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가 있었으며 이중 3만4000여 명이 호주를 선택했다.

"최저임금의 2/3... 우선 자신부터 평가하라"

정성훈씨는 다난한 20대를 보냈다. 2002년 가라데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참여했고, 이후 특전사로 4년간 군 생활을 했다. 전역 후에는 요식업계에서 '사장님' 소리도 들어봤다. 하지만 외국 한 번 나가보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단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가보고 싶었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택했다. 

"처음에 호주 동부 골드코스트라는 곳으로 갔어요. 딱 100만 원 들고 갔습니다. 상상도 못했죠. 생활비가 그렇게 비쌀 줄은. 500ml 콜라가 우리 돈으로 6000원 정도 했으니까요. 바로 일해야만 했어요. 당시 호주 최저임금 시급이 우리 돈으로 1만8500원이었는데, 저는 한인 업주 밑에서 청소일을 하며 2/3에 해당되는 1만3000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정씨는 이 부분에서 다른 워홀러와 차이를 보였다. 호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다고 업주들을 무조건 욕하지 않았던 것. '노예계약'이라는 말도 할 필요없다고 했다. 정성훈씨는 "욕먹을 각오하고 쓴 소리 좀 하겠다"라며 말을 보탰다. 

"연간 3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호주로 향해요. 이중 영어로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요? 한국에 오는 동남아 이주노동자랑 비슷해요. 한국말 잘 못 하잖아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됩니다.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힘이 들죠. 

문제는 이 지점이에요. 한국인 워홀러 대부분이 착각을 합니다. 자기는 특별할 것이라고 믿는 거죠. 다시 강조하지만 3만 명입니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싼 노동력을 쓸 수밖에 없어요. 공급이 계속 있잖아요. 무조건 욕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죠."

그는 "불만 많은 친구들이 왜 일자리를 '호주바다' '호주나라' '애들레이드포커스' 등 한인 생활정보 누리집에서 찾아요?"라고 반문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상황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는 불필요하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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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인모집 글피씨방, 당구장, 노래방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업소가 거리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 고객은 워홀러다. ⓒ 호주 커뮤니티 게시판 캡쳐


정성훈씨는 한인 커뮤니티와 워홀러 사이에 퍼져 있는 불신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한국인 고용주는 한인 워홀러를 안 믿고 워홀러는 고용주를 쓰레기라고 욕한다"라면서 "워홀러 사이에서도 '한국인은 믿지 말라'는 말이 정설처럼 퍼져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유가 있다. 시드니 한인타운 스트라스필드와 브리즈번 서니힐에 가면 서울 이태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 워낙 많은 탓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말을 듣는 건 예삿일이다. 피시방·당구장·노래방까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업소가 거리 곳곳에 있다. 주 고객은 워홀러다. 

정씨는 "외국 나오면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믿고 의지해야 한다"라면서 "그런데 특정 지역에서 호주생활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면? 그러니 옆에 있는 한국 사람도 믿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라고 진단했다. 

"농장일 왜 하나? 세컨드 비자 딸 필요 없다"

그는 '노예노동'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호주 농장생활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호주 동부 에메랄드라는 지역에 있는 포도농장에서 반년 넘게 생활했어요. 저는 평생 몸으로만 일한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호주 농장일, 쉽지 않았어요.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서 공부만 한 학생들이 농장에서 일한다고. 얼마나 어려워요. 중간에 포기하고 떠나는 일이 태반입니다. 견디기 쉽지 않아서요."

정씨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인 컨트랙터(하도급 계약자)의 부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 컨트랙터, 정말 문제 많아요.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도 워홀러들이 몰려듭니다.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요. 한국인 컨트랙터를 비난하기 전에 워홀러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내가 왜 농장에서 일해야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여기에 온 건지…. 단순히 호주가 좋으니까 생활한다? 핑계예요. 다들 세컨드 비자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국말만 쓰고 한국과 다르지 않은데 왜 세컨드 비자를 받아요? 그런 친구들은 1년이면 됩니다.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농장에 갈 필요 없어요."

참고로 '세컨드 비자'란 호주 농업·축산업·광산업 등 특정업종에 일정 기간(88일 이상) 종사하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1년 연장해 주는 제도를 이르는 말이다. 호주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맺은 모든 국가의 워홀러들이 취득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딸기·포도·바나나 농장으로 워홀러들이 몰린다. 

이력서 100장 돌릴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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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에서 일을 하다정성훈씨는 농장에서 일을 하다 주말이면 자주 낚시를 갔다. 한국에선 겪어보지 못한 여유였다. ⓒ 정성훈


정씨는 2년 동안 배우고 느낀 것을 한 번에 풀어내려 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다. 일자리 구하기에 있어 특히 그렇다고. 

"한국에서도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고 말하잖아요. 호주도 마찬가지예요. 언어 한계를 떠나 좋은 일자리는 금방 차요. 호주 일자리 구인 누리집 '검트리'는 올라오는 순간 마감돼요. 수만 명이 지켜보니까요. 

여기서 궁금한 게 있어요. 워홀러들이 실제 발로 뛰면서 몇 군데 이력서를 돌려봤을까요? 보통 예닐곱 장 돌리고 맙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돌아다니면서 얼굴 트고 인사하면서 이력서를 돌리는 일…. 그것 자체로도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남의 시선을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부에서 전하는 의무와 책임감을 너무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규정한다"라면서 "호주 워홀이 좋은 점은 남들 신경 안 쓰고 오롯이 나만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정씨에게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사람들이 독립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경제' 때문이란다. 정씨는 "호주는 노력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일한 만큼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이런 이유로 "사람 죽는다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지만 다시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씨는 "이런 사람은 절대 호주에 오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절대 호주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의 유형은 무엇일까. 

▲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 (귀가 얇은 사람)
▲ 자신을 냉철하게 볼 자신이 없는 사람 
▲ 남과 비교하고 이기려는 사람 

이들은 백이면 백 포기하고 욕만 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정씨는 진지하게 이런 유형을 두고 '시간 낭비'라고 일침했다. 정성훈씨는 끝으로 영어에 대해 한 마디 더 했다. 

"여전히 영어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두려움은 없어요. 저는 영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가 목적이거든요. 지인과 대화하려고 영어를 사용하는 거지, 내 영어를 뽐내려고 대화하는 게 아닙니다. 제발 호주까지 와서 문법책 붙잡고 토익 공부하지 마세요. 바보 같은 짓입니다."

정씨는 지난 2일 한국에 돌아왔다. 지금은 고향 부산에 내려가 어머니의 산딸기 농사를 도울 계획이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동안 잘사는 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라며 웃었다. 정성훈씨가 욕먹을 각오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강추한 진짜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978428#cb






  • 1. 2013년 죽었다는 세 사람? 2013년 워홀러 사망자 발생은 두 차례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같은 한국인 워홀러에게 죽었다. 오마이는 워홀 관련 뉴스 나왔다 하면 왜 이런 사실은 쏙 빼고 세 명이 죽었다라고만 쓰는가?
    2. "사람 죽는 워홀"과 본문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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