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미국사람입니다
1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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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22
댓글 14








제가 헬조선을 탈출하기 직전 몇달간의 기간동안 겪은 일을 나누어볼까 합니다.

우선 저의 전체적인 탈조선 경위는 제 이전글([탈조선 성공기]부모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미국국적  http://hellkorea.com/index.php?mid=outkorbest&page=2&document_srl=847336 )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저 글을 3줄요약 하자면

1.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한 이중국적 취득함

2. 미국, 한국을 번갈아가며 생활 하다가 병역특례로 군필을 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이중국적이 확정됨

3. 한국 생활에 이골이 나서 미국으로 대학원 진학하여 최종적으로 정착함

 

왜 그냥 한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미국/한국을 왔다갔다 했는지, 어떻게 공식적으로 이중국적을 취득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원글 및 댓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병역특례로 회사를 다니다가 군필 후 그만 두고 미국으로 출국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가뜩이나 한국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져있었던 상태였는데 인생이 크게 바뀌는 시점에 한창 힘들 때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은 정말 더더욱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만 커지게 했네요.

 

저는 한국에서 학부와 석사까지 마치고 모 대기업에 전문연구요원(병역특례)으로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연구소 분위기는 제가 듣던 헬조선의 회사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인 집단이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헬조선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병역특례 기간동안 겪었던 말도안되는 일을 전부 늘어놓으면 너무 많을 뿐더러 글이 길고 지루해질 것 같네요.

어쨌든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병역을 끝내고 이중국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미국여권, 한국여권도 연장하고 민간인 연구원으로서 계속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병역특례가 끝나갈 때 쯤 저는 이중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박사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GRE, 자소서, 추천서 등등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일인지라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몰래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지요. 혹시라도 실패하게 될 때에는 계속 회사에 다녀야했으니까 말이죠.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우선 회사에는 비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은 퇴근후나 주말에 이루어져야 했고, 그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주변의 응원과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석사->박사 진학 케이스가 아니라 회사->박사 케이스였기에 이렇게 힘이 들어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보내는 사람들 (회사 동료들)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진짜 지금 돌아봐도 정말, 정말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있던 팀 팀장은 팀장으로 승진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는데 팀장으로 승진하기 전에도 매우 호전적이고 남을 깎아내리길 좋아하며 남의 공을 가로채 최대한 자기의 공이 커보이게 하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토론 보다는 싸움을 통해 성과가 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지요.

그래도 팀장이 되었다고 팀장 교육도 받고 해서 조금 더 남을 배려하게 되었나 했더니 얼마 못가 역시 겉모습만 그렇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쉽게 안변하나봅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팀장 바뀌고 얼마 안되었을 때 면담할 때 힘든일 있거나 할 얘기가 있으면 비밀을 지켜줄테니 이야기해보라고,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도움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도 그럴것이 그 때 제 몰골이 말이 아니여서 더 그렇게 물어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학 준비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지요. 이 당시에는 정말정말 힘들었거든요. 눈앞이 깜깜하고 답답하고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큰 실수였습니다. 네, 너무 힘들었고 제가 정말 멍청하고 순진했던거지요.

비밀 보장은 개뿔 나중에 알고보니 다 말하고 다녔더라고요. 합격할지 아니면 실패해서 회사에 계속 다니게될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 제발 비밀 유지 부탁한다고, 팀장님을 믿어서 내 힘든 일도 털어놓은거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합격자 발표가 진행되는 기간에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니까 그 팀장이라는 사람이 주위에 내가 유학 실패해서 계속 남게될꺼라고 이야기하고 다녔었나봅니다. 이 얘기를 건너건너 다른 사람에게 듣게되었을 때의 충격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고 맘 졸이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다니 정말이지 힘든 시기에 배신감이 너무 커서 그나마 얼마 없었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의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아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가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습니다. "뭐지?"하고 핸드폰을 켰는데 이메일 메세지 미리보기의 첫 단어가 "congratulations"...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고요.

드디어.. 해냈다. 이제 벗어날 수 있다. 회의고 뭐고 귀에 하나도 안들어오더라고요.

미국 학기가 가을에 시작하기 때문에 미리 가서 집, 차 등등을 준비하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출국까지는 몇달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 탈조선 확정도 됐겠다 남은 기간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면서 유학자금이나 더 모으자는 생각으로 조금 더 다녔었습니다.

물론 팀장은 더이상 신뢰도 안갈 뿐더러 대면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합격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 혼자 "유학 실패해서 계속 남아있을 사람"으로 생각하게 놔두었죠.

그래도 후임자 둘 시간도 없이 급작스럽게 사표 스플래쉬를 하는건 예의가 아닌지라 (아무리 나쁜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퇴직 예정일 한달 정도 전 쯤에 합격했다고, 곧 출국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그 당황하는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유학자금 모은다는 생각으로 회사 다니는 동안 악착같이 모은 1억이 조금 넘는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곳도 가보고 새 지도교수님도 만나고 새 보금자리, 새 연구실, 내 자리, 그리고 학교생활, 연구실 생활 조금씩 조금씩 다시 예전 미국에서 살던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날씨 좋고 사람 좋고 연구성과 좋은 곳으로 오게되니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회복되었습니다.

 

예전이라면 망설였겠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전 행복하다고.

물론 이따금씩 힘들고 좌절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있다고.

 

결과적으로야 합격해서 이곳에 와있지만 만약 그 때 실패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금 탈조선을 꿈꾸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정말 힘든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정말 축하드립니다~! 헬반도에서 무사히 탈출하셔서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이중국적이여서 배울점도 있었구요 바라는바 다이루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 축하 감사합니다. 님도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이중국적은 흔치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군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 유지하는게 혹시모를 일에 대비하기 좋은 것 같아요. 앞일은 어찌될지 모르니까요. 여의치 않을 때 한국국적 포기하는 것은 쉽지만 재취득은 거의 불가능하니 아무 생각없이 포기해버렸다가 나중에 아쉬울 수도 있으니까요.
  • 와 저의 영주권 취득기랑 너무 비슷하네요. 상사한테 털어놨더니 다 떠벌리고 다닌것도 비슷하고 , 그씨발새끼 ㅋㅋㅋ 영주권나왔다고 했을때 눈알 커진거 아직도 기억남 ㅋㅋ 암튼 축하드리고 님은 무슨공부하고 계시는지요?
  • 헬조선 탈출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님도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ㅠㅠ 전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도 그 분야쪽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요. 헬조선에는 남의 약점이나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벌리고 다니고 신뢰/신의 따위는 생각치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요.
  • 축하드립니다. 일이 정말 잘 풀리셨네요 ㅎㅎ
  • 정말 감사합니다. 일이 잘 풀렸기에 망정이지 실패라도 했었더라면... 어휴.. 정말 생각하기도 싫네요. 끔찍해서...
  • Tokyo11
    16.11.12
    축하드립니다. 전 호주 입니다. 헬조선에서는 비밀보장이란 없습니다. 근데 영미권에서도 너무 맘놓고 비밀 이야기하지 마세요. 사람이란 남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동물이라 ~
  • 축하 감사합니다. 네, 원래 저도 비밀같은거 잘 말하고 다니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저 때는 정말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 방문자
    17.04.30
    축하드려요! 
    유학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되게 힘듭니다. 저도 님처럼 성공했으면!
  • 공돌이
    17.05.25
    오오 축하드립니다!!!
  • 헬조선 노예
    17.05.25
    공돌이님 헬포인트 5 획득하셨습니다. 헬조선에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 너무 부럽다..진짜로
  • redhotchilly
    17.06.30
    흑힉 존나 부럽다 미친듯이 부럽다 개부럽다 오지게부럽다!!!!  시발..진짜 비행기한번타보는것도 누군 존나 절박한데ㅠㅠㅠㅠㅠ
  • 원래 헬좆 클래스가 그렇죠 뭐 남잘되는꼴 못보는것이 습관이 되어있는 족속들인지라 오히려 님이 떨어지길 바랐을수도!! 축하드려요!! ㅋㅋ 스크롤하면서 웬지모를 깨소금이 느껴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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