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Uriginal
17.06.16
조회 수 336
추천 수 2
댓글 2








누군가에는 식상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신선할지 모르는 토픽이다.

나는 항상 이 주제를 접할때면 이상스러운 불쾌함을 맛본다. 왜냐하면 이성계가 여진족이라는 주장이 내포하는 함의가 굉장히 수상스럽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사의 지평을 넓힌다는 명목 아래의 아전인수식 역사수정주의이다. 더구나 그 ‘아전인수’가 제 발등 찍는 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점에서 김종성의 ‘한국사 인물통찰’의 이성계 챕터를 훑어보았다. 저자는 이성계가 여진족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에서 괴담식으로 떠돌던 낭설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마치 오컴의 면도날식 논리로, ‘더 심플한 설명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이성계가 여진족이라고 가정한다면 정황 설명이 더 간단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러한가?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하겠지만, 이 논리는 ‘이성계는 여진족’이란 결론을 미리 도출해 놓고 거기에 정황을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조선 초의 여진족 정벌을 두고, ‘여진족 출신인 조선 왕족이 그 콤플렉스 때문에 더 심하게 여진족을 탄압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고 하고 앉았으니 말 다했지 않은가? 저 가설이 뭘 어떻게 타당하게 설명해낸단 말인가? 아줌마들이 드라마 캐릭터 심리분석하는 수준이다.

순수하게 역사를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측면에서라면 나는 이성계 여진족설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타임머신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다’를 나눌수야 없지만, 이씨 가문이 함흥지역의 군벌이었으니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기도 하다. 여진족을 세력기반으로 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항상 음모론적인 역사관이 더 재미있듯이, 이성계가 여진족인 편이 더 재미있는 역사서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못마땅한 것은, 이성계를 여진족으로 결론지으려는 그 동기가 참 비루하기 때문이다. 이 챕터의 말미에 다다르면 나는 기어코 실소를 터뜨리게 된다. 저자의, 혹은 ‘이성계 여진족론’ 지지자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여진족의 역사를 우리가 소유하고 싶다는 황당한 욕구가 그것이다. 요컨대 조선 건국자인 이성계가 여진족이기 때문에 여진족과 우리와의 긴밀한 링크가 생기고, 따라서 여진족의 역사도 넓은 의미에서 우리 역사로 보자는 것이다. 여진족이 부정적인 야만족이 아니라,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워 두 번이나 중원의 패권을 장악한 위대한 민족이라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인다. 그 위용에 이성계라는 교집합을 들이밀어, 금나라와 청나라의 대륙 정복의 역사가 ‘한국사의 확장’인 것처럼 묻어가자는 심보다.

이건 뭐, 예전 미나모토 요시츠네가 대륙으로 건너가 칭기즈칸이 되었다는, 그 손발이 오그라드는 학설을 연상시킨다. 칭기즈칸을 일본인으로 만들어 그 정복의 역사를 일본 역사의 확장인 것처럼 대리만족 하려는 그 옹색한 정신승리법이 참 남루하지 않은가. 몽골이 세운 원나라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는 중국의 역사 손질과도 비슷하다. 역사적 업적, 그것도 폭력적인 정복의 역사를 어떻게든 자기 민족과 연결시켜 대리만족으로 삼으려는, 그 파시스트 취향의 유치한 민족주의적 역사 수정주의가 ‘이성계 여진족론’과 무척 닮아있다.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 동기가 아주 유치하고 뻔해서 우스꽝스러울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의 민족적인 교집합을 침소봉대하여 역사를 통째로 털어먹겠다는 것이 동북공정의 논리가 아닌가. 고구려에 대해서는 발끈하면서, 똑같은 논리를 우리가 내세우는 것은 참 웃기는 노릇이다.

책에 나온 표현이 아주 걸작이다. 이성계가 여진족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설렘’으로 다가온다나. 여진족의 역사를 한국사의 확장으로 놓고 보는 것이 ‘설렘’이라는 소리일테다. 글쎄, 저자는 그것을 ‘설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설레발’이다.

굳이 그렇게 아Q식 역사해석을 해야겠다면 나는 더 좋은 제안을 하나 하겠다: 한국은 1910년부터 일본제국과 같은 나라였다. 홍사익 중장을 비롯하여 조선인 출신의 최고위 장군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이왕가는 일본 천황가의 높은 서열로 책정되었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천황은 백제계 후손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를 지배하고, 서양 열강인 러시아를 패퇴시킨 대일본제국 역시 우리의 역사일테다. 실제로 일제시대에 태어나 내선일체 교육을 받은 많은 친일파 및 군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도 ‘이성계 여진족’론을 지지하는 그들에게는 ‘우리 역사의 확장’이자 ‘설렘’으로 다가올는지.

 
 
다른 사람이 쓴 글이기는 하지만
나의 생각을 거의 대부분 반영하고 있지만
여기에 쓰여 있는 대로
이성계가 여진족이었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조선 왕조의 순혈성이나 정통성을 사수하려는 국뽕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
그것이 여진족 등 북방 민족과의 연관성을 강조하여 그들의 역사를 한국사에 끌어들이려는
확장적 민족주의, 인종주의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그것을 분쇄하는 목적이고
원래 이 주장은 전전의 일본인 학자들이 시작한 것이고 발단은 한국사와 만주사를 합쳐서 중국사에서 분리하려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역사학적 기여를 하기 위한 것이고
전후의 일본인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 같은데
조선왕이 이민족이라니 Uri 단일 민족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하게 하려고 내세우는 주장이 오히려 북방민족을 끌어들여서 대제국의 장대한 역사를 만들려는 한국 민족주의자들에게 역이용되는 것도 모르고 어째서 저러나 해서
한심하고 답답해서 까는 것이지만





  • 헬조선 노예
    17.06.16
    Uriginal님 헬포인트 20 획득하셨습니다. 헬조선에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 그렇군요. 사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으로서의 이성계와 '국왕'으로서의 이성계를 분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성계의 여진족 혼혈가능성, 혹은 문화적 동화의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으로서의 이성계는 여진족과 큰 관련성이 없었기때문에 국왕으로서의 그의 지위는 여진족의 성향을 크게 띄고 있지는 않다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이성계 여진족설이 개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맞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큰 의미가 있지 않은 이유는....
    개인 기준으로 하자면 나폴레옹은 코르시카 출신의 이탈리아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며, 히틀러는 유대인 혼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고 스탈린은 그루지야 출신 소수민족이고 러시아 인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국가 통치자로서의 행적을 분석하는데에는 의미있게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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