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참궁금하다
17.05.18
조회 수 209
추천 수 3
댓글 3








 
 
나름의 개똥철학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개똥철학이라 함은 철저한 학문적 고찰 없이 자신의 주관적 경험과 좁은 식견으로 생각하여 낸 결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틀렸다고 해도 그에 대해 별 달리 반박할 말은 없다.
본론으로 들어가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신뢰의 영역을 착각하고 혼동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신뢰의 영역은 분명히 말해 다른데도 말이다.
흔히들 사랑하면 서로를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전제를 깔고 간다. 사람 관계에 있어 믿음에 관한 모든 문제는 전부 여기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본다면 더욱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사랑 신뢰 믿음.png

 

'사랑'이라는 빨간 영역이 있고 '신뢰'라는 파란 영역이 있다. 또 그 중간 사이에는 '믿음'이라는 보라색 영역이 있다.
미리말해두지만 여기서는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지 등 '사랑'에 대한 장황한 정의나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 이유는 '사랑'이란 의미와 정의가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각각의 정의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사랑'의 의미는 배우자와 연인 같은 이성간의 사랑 또는 동성간의 우정, 그 밖에도 스승과 제자, 부모 자식간 관계에서의 사랑, 정이나 호감 같은 감정도 포함하여 매우 폭넓게 다룬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각 영역에 대한 정의를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사랑: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배우자, 연인, 부모자식간, 우정, 사제지간 등 다양한 호의적 감정을 포괄한 감정
믿음: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가 없이 상대에게 보내는 기대
신뢰: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에 기초하여 상대에게 보내는 기대

위 정의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말이 성립할 수 있다.
"나는 배우자 또는 연인을 사랑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못한다)"
"나는 베스트 프렌드이자 불알친구를 사랑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못한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못한다)"

이게 뭔 개소리냐? 라고 할 수 있다. 언듯 보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말로 들리니까.
그러나 내가 정의한 각각의 의미들을 천천히 곱씹어 보면 부분적으로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한 부부가 있다. 이 부부의 남편은 허구한 날 매일 밤 늦게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온다. 그러면 그걸 보고 속이 터지는 아내는 매번 이렇게 말한다 "술 좀 그만 마시고 일찍 좀 들어와!" 그러면 남편은 이렇게말한다
"알았어 다음부턴 술 안 마시고 일찍 들어올게" 그러면 아내는 "알았어, 믿는다. 믿어도 되지?" 라고 말하며 대화가 끝난다.
 
이 경우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말 할 수 있다. 아내 입장에서 정말 남편이 자신에게 감당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어서 최소한의 부부로서 정(사랑)도 유지하지 못했다면 진작에 이혼 소송 절차를 밟았을테니 아직까지는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는 게 맞다. 그러나 끝에 대화에서 보이듯이 아내가 말하는"믿는다"라는 말에는 '신뢰'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아내가 말한 "믿는다"라는 의미는 그림의 벤다이어그램으로 따졌을 때 '믿음'영역에 속한다.
 
'믿음'에 대한 나의 정의에 따르면 '믿음'은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가 없는데도 상대에게 기대를 한다는 행위다. 아내가 남편을 믿는다고 했을 때 그 믿음에 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와 근거가 존재하는가?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 남편은 과거부터 계속 술을 잔뜩 마시고 밤 늦게 집에 들어왔다. 한 번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행위이다. 또한 이 행위를 필사적으로 또는 절실하게 바꾸려고 하는 모습이나 각서 같은 근거를 아내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을 신뢰하려고 해도 그럴만한 근거나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예시에서 아내와 남편의 관계는 벤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면 '신뢰'라는 파란색 영역은 아예 배제되고 남은 것은 '사랑'이라고 불리는 빨간색 영역과 그 교집합인 '믿음' 이라는 보라색 영역만을 가져간다.    
 
남녀 입장을 바꿔서 예시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한 부부가 있다. 부부 중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한 번에 아니라 두 번이나. 남편이 현장을 잡은 것이므로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남편은 피가 끓는 심정을 억누르고 아내에게 "믿는다!"라고 말한다. 아내 역시 남편에게 무릎 꿇고 빌면서 다시는 바람피지 않겠다고 용서해달라며 빈다. 남편은 '그래 설마 사람이 이렇게 비는데 세 번까지 가겠어?'라고 생각하며 아내를 믿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 상황 역시 앞서 예시를 든 상황과 같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신뢰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남편이 아내를 "믿는다"라고 한 것은 앞 선 예시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영역이 아닌 보라색 '믿음'영역에 속한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직 이혼 소송을 벌이지 않았으니 부부간 사랑의 최후 마지노선까지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아직까지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는 말이 성립한다. 그러나 신뢰에 관해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다시는 바람을 피지 않겠다는 말에 대한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신뢰는 성립하지 않으며 이 경우의 "믿는다"도 보라색 영역에 편입된다.
   

부부간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떤 관계라도 위의 예시같은 말이 성립할 수 있다
이번엔 부모자식간의 관계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아주 흔한 일상의 예시이다.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 있다. 그리고 엄마가 있다. 이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배앓이를 하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바지에 설사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비밀을 어떻게든 잘 숨겨 학교에서는 들키지 않았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엄마와 나뿐이다. 이 때 자식 입장에서는 너무 창피하고 숨기고 싶기 때문에 엄마한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엄마, 나 바지에 똥 싼 거 절대 누구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그러면 엄마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알았어, 알았어, 비밀로 할게. 절대 말 안 할게." "진짜지?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해." "알았어요, 우리 아들,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소옥~"

아쉽게도 이런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못하며 그 때부터 자식은 부모님의 새끼 손가락이 약속하는 데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바지에 똥을 쌌다는 비밀이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숙모 온갖 친인척에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더 심하면 아파트 옆집 뒷집 앞집 아줌마들도 내가 바지에 똥 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 비밀 아닌 비밀은 돌고 돌아 자신의 귀로 다시 돌아온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옆집 아주머니 왈 "OO야, 이제 학교 가서 볼일 제대로 보니? 마려우면 제대로 화장실에 가야 된단다(웃음)"
자식은 부끄럽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정말 최악의 경우 그 비밀이 학교 친구들 엄마들의 귀에 들어갔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야 너 학교에서 바지에 똥 쌌다며?" 더더더 최악의 시나리오를 읊는다면 어른들 입장에서는 이런 귀엽고 아무것도 아닌 가벼운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는 일로 아이는 가출하거나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가출하거나 자살하려고 하는 순간 그 아이는 엄마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 자식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해명을 엄마에게 요구한다면 대게 엄마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에? 뭐 어때? 가족이잖아"
"어릴 때니까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친한 친구한테만 말했어, 그사람은 괜찮아, 입 무거워, 절대 말 안 한대"
 
자식이 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점점 쌓여갈수록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파란색 영역을 배제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자식이 부모를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은 분명히 부모를 사랑한다, 그리고 믿는다. 그러나 신뢰하지는 않는다.
즉 파란색 영역이 배제된 빨강색과 보라색 영역의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신뢰를 요구해도 또 반대로 자식이 부모에게 신뢰를 요구해도 서로는 신뢰를 주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사랑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못한다)"에 대해서 서술했지만 반대도 관계도 가능하다. 즉 빨간색 영역이 배제된 그리고 파란색과 보라색의 영역만 가져가는 관계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시 앞에서 예시를 든 것들과 똑같은 원리를 적용한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한국인들이 주변에서 꽤 보이는 것 같았다.(흙수저라 해외사람들도 다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도 그랬고 대학시절도 그랬고 나의 가정에서도 그랬다. 나의 이런 개똥철학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신뢰에 대해 갈등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국인들(나를 포함하여)에게 묻고 싶다. 사랑과 신뢰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댓글에서 지적한 바가 있어 혹시 몰라 추가한다.
내 정의에 따르면 '믿음'의 정의와 '신뢰'의 정의가 서로 여집합 관계인데 왜 '믿음'이 '신뢰'에 포함되냐?
예시를 들면 든든한 사업파트너는 서로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거나 조금도 꼼수 부리지 않고 성실히 계약을 이행하면 상대와 나 자신은 서로에게 단순히 근거나 이유에 기초한 신뢰뿐 아니라 뭔지 모를 호감이나 호의(사랑)가 생겨나는 것. 쉽게 말해 약속을 딱딱 지켜주는 친구에게 드는 감정이 단순히 '이 친구가 약속을 잘 지키는구나, 신뢰할 만한 친구인걸?'에서 '이 사람은 정말 내가 무슨 약속을 해도 괜찮겠다'라는 식으로 이유나 근거가 없는 호감이나 호의로 확장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뢰' 안에 '믿음'이 포함된다고 한 것이다. 사실 이에 적합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아 '믿음'이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인데 대충 이런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 '참궁금하다'님이 쓰신 거를 재미있게 읽었고 설명이 매우 논리적이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 전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과 '믿음'은 교집합부분이 있고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믿음'이 '사랑'안에 포함되는 관계로 설정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뢰'와 '믿음'의 관계를 설정하신 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믿음: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가 없이 상대에게 보내는 기대
    신뢰: 합리적인 이유나 타당한 근거에 기초하여 상대에게 보내는 기대

    이 둘('믿음'과 신뢰')은 서로 교집합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일종의 여집합 관계입니다.
    전제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논리전개와 설명하신 방식은 매우 뛰어나셨다고 생각합니다.
  •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제가 틀렸다는 점을 말을 들으니 쓸 때는 몰랐는데 보이는군요.
    사실 저는 여기서 '믿음'이 단지 신뢰의 어감만이 아니라 신뢰 이상의 호의나 호감 즉 사랑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썼었는데  막 쓰다보니 제대로 된 어휘 설정과 개념을 바로 잡지 않았네요.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 ㅁㄴㅇ
    17.05.18
    좋은글 감사합니다. 똥으로 예를 들어주신게 아주 적절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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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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