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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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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처제는 같은 지역의 대형병원(이라고 해봤자 작다..다만 군에서는 제일 큰 병원인데 전체 직원 300명 규모)에서 일하고 있다.

며칠 전 놀러갔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이 만들었다는(정확히는 어떤 회사에서 만든 툴로 간단하게 제작한 거 같다) 앱을 하나 보여주었다.

이 앱이라는 게 간단히 말하면 병원에는 있는 모든 기물과 기구에 QR코드를 붙이고 그 기구의 상황을 모니터할 수 있게 만든 간단한 툴인데..

그야말로 심플하다. 예전에 Windows 나오기 전의 Dos를 보는 것처럼 그래픽 없이 오직 내용물로만 꽉 차여져있다.

나는 IT쪽은 문외한이라 설명만 들었는데..

처제 말로는 병원에 있는 각종 용품 등의 재고 및 각종 기구 및 도구의 상태(보수를 한다든가 있잖은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다.(처제는 이 병원에 작년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말해서 어느 병실에서는 병원 침대가 다 망가져가는데..그걸 갖고 환자가 컴플레인을 해야 상태를 보고 수리하든가..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로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도시 병원들은 이렇게 운영되지 않겠지만 시골병원은 지금도 그렇다)

그러면서 원장은 직원들에게 '물건'을 제발 좀 아껴쓰기만을 당부하는 거였는데..

처제는 가만히 생각해보고 검색해보다가 이런 종류의 재고관리 및 물품관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저런 종류의 소프트웨어도 아마 꽤 값이 비쌀텐데

처제는 완전 무료인 툴에서 저런 앱을 만들고..

이제 병원에 있는 모든 기구에 QR코드를 붙여서 그걸 갖고 폰으로 인식만 하며

기구의 성능 및 관리 등이 바로 확인되는 신박한 시스템인 것이다..

이거야말로 병원의 IT화가 아니겠는가..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뭐냐면..사실은 '시간의 절감'이 목표인 것이다.

전에는 재고파악도 안되고 그저 창고에 물건 떨어지면 주문하거나 비싼 물건의 상태가 안 좋으면 원무과에 바꿔달라고 하는..그런 시스템인데

이런 시스템으로 바꾸면 처제 말로는 기물담당자가 3명이면 2명으로 줄일 수 있고 줄인 1명을 예컨대 고객 만족이라든지 이런 쪽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혹시나 사람 자르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시골병원은 항상 구인난에 시달린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느끼는 건데 사람들마다 다른데 이른바 '상향지향적' 속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뭐든지 개선하기를 좋아하고 '좀 더 잘 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에 '하향지향적' 사람은 항상 

좀 더 편할 수 없을까? 재미있는 게 없을까? 이런 거를 고민한다..

사실 처제와 내가 함께 일한 적도 있는데..

항상 느끼는 게 어떻게 하면 좀 더 프로세스를 줄일 수 있을까?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고민한다..그러면서 개선책을 제시하고 심지어 쇼핑도 gmarket에서 쿠폰을 받아서 사면 이만큼 더 싸니 이걸 구매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식의 

조언을 한다.

청소를 하나 해도 검색을 해서 이건 알칼리성 저건 산성세재 저건 또 뭐..이런 식으로 청소 하나를 해도 여러 가지 세제를 구비하고 거기에 맞춰서 청소를 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오너가 처제 같은 직원을 데리고 있으면 너무나 편하다. 뭐든 관리자의 시선을 갖고 일을 하니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20여명 정도 같이 일해봤는데..단 한 명도 처제같은 직원은 없었다..물론 처제니까 좀 더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친인척과도 일해봤는데 그런 사람은 없었다. 한마디로 타고나야 하는 거 같다.

내가 다른 직원보다 30% 정도 더 주고 일을 했는데 속마음을 말하면 50% 더 줘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물론 그 이후로 내가 많은 지원을 했지만 말이다.

 

병원 원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보너스를 좀 더 주느냐? 이렇게 물어보니..그런 건 없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병원 원장 입장에서는 정말 굴러온 복덩어리일 거 같다.

작년에도 병원에서 무슨 인증을 하는데 처제가 거의 맡아서 했다.

사실 처제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오랜동안 일했다..거기서도 교수들 신임을 얻어서 동료 간호사들 질시가 장난 아니었다고 한다. 항상 일을 시키면 '기대이상'으로 일을 하는데도 SPSS같은 통계 프로그램도 잘 다뤄서 교수의 각종 연구데이터를 책임처리해서 교수 밑에 있는 따까리 의사들조차 질투할 정도였다니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한국은 이게 문제인데..저렇게 동료 중에서 툭 튀어서 잘하면 동료 사이에 질시가 장난이 아니다. 

 

올해 갓 마이스터고를 마치고 회사에 입사한 아이가 있는데..얘가 능력이 좋다. 컴퓨터도 잘 다룬다. 잘 다룬다는 게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수준이 아니라 예전에 화이트해킹도 배운 적이 있어서 보안관리까지 맡는다 한다..사실 직원 50여명의 작은 회사에서 보안같은 데다 무슨 투자를 하겠나..그냥 얘가 알아서 보안쪽으로 파이어월도 만들고 하는 모양이다. 보안이란 게 일단 털리면 해커에게 무조건 비트코인 바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동안 데이터 날리면 작은 회사라도 몇 천 이상 손해가 나고 고객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면 회사의 명운이 걸리기에..그렇지만 대부분 회사는 보안 개념조차 없는데(역시 한국식의 '소읽고 외양간 고치기' 스킬) 얘가 알아서 보안관리해주고

걔가 들어간 회사는 사료회사인데 직영 농장을 운영한다고 한다..얘는 여기에다가 농장 플러스 목장을 만들어서(사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층은 한우농가이다) 모델 목장을 만들고 좀 더 나아가 여기를 삼양대관령 목장처럼 만들 프로젝트를..물론 윗사람 지시없이 혼자서 계획수행하고 있다..

삼양대관령 목장 가봤는지는 모르겠는데 규모가 한 2만명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보다 훨씬 더 큰 목장이 일본에 있다. 이와테현에 있다는데 이름은 내가 까먹었다. 좌우간 규모만 20만평이 넘을 정도고 이와테현에서는 거의 최고의 관광포인트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게 인접한 군에서는 최근 양떼목장을 만들었는데..그 양떼목장에서 양에게 먹이주는 체험을 하는데 5천원인가 그렇다. 어찌보면 노가다 시키면서 돈 받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모두 SNS에 자기가 행복하다고 알리고 싶기에 서로 노가다하면서 사진찍느라 난리이다..이런 거를 6차 산업이라고 하는데..내가 생각해도 앞으로 농촌의 미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얘는 일본어도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그 일본 목장에 가보았음은 물론이고(농업계 마이스터고교라서 일본 출장 보내줌) 그걸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이미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친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참 대단하지 않은가? 얘는 심지어 아직 고교졸업생도 아니고 고3이다..일본어를 잘하다보니 모교인 마이스터고에서 일본 손님이 오면 자동으로 차출되어 통역을 해주고 일본어 공부를 위한 동아리에서 강사로 일(자원봉사)을 한다..

여기에 얘는 농기계기능사와 식육처리 기능사까지 있어서 목장을 한다고 해도 이미 부지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소만 입식하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력이다..

더구나 우리 군은 농업과 관광 외에는 다른 살 길이 없기에 저런 식의 목장을 운영하면서 관광지로 만든다면 군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따라서 회사로서도 어쩌면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부가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일본의 이와테현 목장같은 경우는 일단 100명 이상 고용을 확실하게 하는데..지금 군에서 그 정도 고용을 만들어낸다면 뭘 못 해주겠는가?

 

그래서 내가 이 나라에서 생존하는 법을 얘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니가 가진 능력의 80%만 선보여라..이 나라에서는 일을 잘 하면 더 많이 떠맡긴다. 그리고 댓가는 지불하지 않는다.

둘째, 이미 니 능력에 대해서는 윗대가리들 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이루어졌을 것이다..그러니까 가끔씩 병가를 내라..기계를 막 굴리면 고장나는 것처럼 너도 막 굴리면 병이 난다는 것을 인식시켜라.

셋째, 대졸자들 야코죽이지 마라..4년간 수천 들여서 쓸데없는 졸업장을 취득한 데 대해서 항상 경의를 표하라. 걔들이 너를 잘 되게는 못해줘도 망하게는 할 수 있다.

넷째, 누구 사람이라는 소리 듣지 마라..오너 다이렉트 아니면 회사 연줄은 별 필요가 없다.

다섯째, 너는 병역특례로 일하고 있는 거니..병역특례 끝마칠 때까지는 적당히 잘 일해주고..그 이후에는 연봉을 2배로 부르던가 아니면 일본으로 이적해라. 차라리 니가 모델로 생각하는 그 목장에 취직해서 목장관리 전반을 배우고 한국고객담당SNS같은 것을 해도 좋고..차라리 그곳에서 몇 년 일하고 나서 니가 생각한 이상에 대해서 대기업들에게 어필해보라. 지금 연봉(대략 실수령 기준 169만원)의 3배 수준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라는 선진국에서 일처리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상당한 플러스가산점을 주는데 어쩌면 그게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 한계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거 같다..뭐 일본이 더 맞으면 그곳에 살아도 되고(얘는 엄마가 일본인이어서 그곳에서 귀화하거나 사는 데 제약이 없다).

 

암튼..느끼는 건데 세상은 될놈될 안놈안이고..

연어처럼 급류를 뛰어올라 목표를 도달하려는 인간들 소수와 그냥 안주하면서 재미있는 거 뭐 없나? 이렇게 눈치만 살피는 다수로 나눠져있는 거 같다..

그리고 다수의 질시로 인해 항상 그런 소수는 피해를 입고..

 

그래서 아마 이건희가 그런 말을 한 거 같다..일하라는 소리 하지 않겠으니 일하려는 자 뒷다리만 붙잡지 말아달라..라고. 

 

 

 






  • 리아트리스Best
    17.09.21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헬조선에서는 '노오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더군요.

     
    저런 스타일의 경우 우수한 능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좋으나, 결국 그 이득은 조직의 지도자들과 사업체 주인에게 들어갈 뿐으로 그렇게 해서 개인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결국 임금과 대우는 큰 차이 없고, 오히려 더 부려먹히는 마당쇠 + 동료들의 질투를 받을 뿐이므로 적어도 헬조선에서 사는 한 결과적으로는 인생에 있어 전략적 패착이며, 지혜롭지 못한 것으로 볼 수가 있지요.
     
    제가 제 부모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머리가 좋고 유능하다고 해서 항상 통찰력이나 효율적인 사고력, 전략적 식견을 가진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런 사람들은 얼핏 보기에 똑똑하고 유능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아닌데, 왜냐하면 특히 조선에서는 적절치 못한 능력과 지식의 사용으로 인해 가면 갈수록 피해만 입고 결국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게 되거든요. 제 엄마의 실패요인 중 하나도 바로 이 문제였기도 하구요.
    어찌 보면 꽤나 불쌍한데, 능력은 충분하나 전략적 사고, 다중사고관의 부재로 인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가져간다는 범주에서 결국 못 벗어나기 때문...
     
     
    제가 조선에서의 조직생활에 대해 관찰해 보니, 일반적인 조선의 환경에서 최적의 활동선은 동료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일하는 것이더군요. 
    여기에 관리자와 상급자의 심리를 읽고 그가 바라는 답변을 제공하며 말빨로 상사의 심리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 우직하게 노오력하면서 일하는 것보다 조직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더라구요.
     
    솔직히 헬조선 조직에서 잘 해봐야 보상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일과 부담, 동료들의 질시를 받고 실패하는 지름길일 뿐이지요. 보상이 대폭 증가하는 구조가 아닌 한 너무 잘할 바에는 오히려 평균 수준이거나 조금 못하는 게 조직에서의 보신에 있어 도움이 되는데, 저는 이것을 6등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동료가 10명 있으면 개중에 6등으로 일하는 게 헬조선 조직에서 효율적으로 살아남고 이익을 편취할 수 있는 길인데.
    일을 그다지 잘 하지 못하므로 상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과 어려운 일은 잘 안 주는 위치이나, 아주 무능한 것도 아니고 대충 평균 정도 혹은 기본적인 업무를 무난하게 하는 정도는 되므로 내쫒기도 어렵고 월급은 월급대로 주면서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시키는 위치가 되거든요.
    게다가 조선은 소위 나일리지, 서열제 구조라... 10명중에 6등 정도면 연공서열제에서 배제하기도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대접이 증가하는 것 또한 무난하게 기대할 수 있지요.
     
    그러나 능력적 면에서 조금 나쁘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이 약간 있기는 한데 이 점을 커버하는 것이 소위 말빨과 심리분석 능력으로, 밑에서 약간 더 유능한 것보다는 말빨과 심리분석으로 상대(상사와 관계자)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것이 낫습니다.
     
    단점이라면, 으음... 실제로 유능하고 노오력하는 인물들이 잔머리 굴리며 말빨과 심리분석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있겠네요. 
    그렇지만 원래 인생은 게임이고 현세는 질서의 신이 지배하는 그런 관념적인 세상과는 거리가 머니, 재미있게 잔머리 굴리며 노는 사람이 이기는 게 어쩌면 이 세상의 규칙에 좀 더 걸맞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고 해도 어딜 가나 노오력하고 개선하는 이런 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닌데, 이런 태도가 진정으로 필요한 분야들이 없는 건 아니라서요.
     
    조선이라고 해도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진짜로 진검승부를 보아야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조선에서 이런 분야는 보통 사업 운영이나 독자적인 연구개발과 같이 본인이 주인이 되어 운영하는 것 쪽인데, 어딜 가나 저런 식으로 활동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면 창업이나 학문적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연구개발직 쪽이 적당할 것 같네요.
  • 하루토
    17.09.21
    고교생인데 일어 원어민 수준이라... 부럽네요.
  • 원래 에니메이션도 좋아하고..엄마가 일본인에 일본에도 아는 사람이 많죠..중학교 들어가서 영어 첫 수업시간에 '이거 왜 하지?'라는 의문이 생긴 이후로 영어시간에 일어만 공부함..물론 엄마가 일본인이라고 해서 일어배우기 쉬운게 아닌게 애 형이 둘 있는데 둘 다 일어는 전혀 못함. 외갓집(물론 일본이죠?)에 가도 얘만 일본어를 구사해서 이쁨을 받는다고 함..아무래도 한국어-일어는 비슷해서 6년 공부하면 원어민 수준 가능합니다..반면 영어는 그 정도 공부해도 거의 어렵죠. 
  • 하루토
    17.09.21
    언어는 외어야 할게 한 두개가 아니라서 6년만으론 불충분하지않나요. 단어들 죄다 일본어로 전환시켜 외어야할텐데.

  • 영어는 side를 '시데
    라고 읽는 수준입니다. 
  • 하루토
    17.09.21
    ㅋㅋㅋ. 일본어 공부 너무 열심히 했나보네요. 
    영어도 맘 먹으면 잘할듯?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헬조선에서는 '노오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더군요.

     
    저런 스타일의 경우 우수한 능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좋으나, 결국 그 이득은 조직의 지도자들과 사업체 주인에게 들어갈 뿐으로 그렇게 해서 개인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결국 임금과 대우는 큰 차이 없고, 오히려 더 부려먹히는 마당쇠 + 동료들의 질투를 받을 뿐이므로 적어도 헬조선에서 사는 한 결과적으로는 인생에 있어 전략적 패착이며, 지혜롭지 못한 것으로 볼 수가 있지요.
     
    제가 제 부모나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머리가 좋고 유능하다고 해서 항상 통찰력이나 효율적인 사고력, 전략적 식견을 가진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런 사람들은 얼핏 보기에 똑똑하고 유능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아닌데, 왜냐하면 특히 조선에서는 적절치 못한 능력과 지식의 사용으로 인해 가면 갈수록 피해만 입고 결국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게 되거든요. 제 엄마의 실패요인 중 하나도 바로 이 문제였기도 하구요.
    어찌 보면 꽤나 불쌍한데, 능력은 충분하나 전략적 사고, 다중사고관의 부재로 인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가져간다는 범주에서 결국 못 벗어나기 때문...
     
     
    제가 조선에서의 조직생활에 대해 관찰해 보니, 일반적인 조선의 환경에서 최적의 활동선은 동료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일하는 것이더군요. 
    여기에 관리자와 상급자의 심리를 읽고 그가 바라는 답변을 제공하며 말빨로 상사의 심리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 우직하게 노오력하면서 일하는 것보다 조직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더라구요.
     
    솔직히 헬조선 조직에서 잘 해봐야 보상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일과 부담, 동료들의 질시를 받고 실패하는 지름길일 뿐이지요. 보상이 대폭 증가하는 구조가 아닌 한 너무 잘할 바에는 오히려 평균 수준이거나 조금 못하는 게 조직에서의 보신에 있어 도움이 되는데, 저는 이것을 6등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동료가 10명 있으면 개중에 6등으로 일하는 게 헬조선 조직에서 효율적으로 살아남고 이익을 편취할 수 있는 길인데.
    일을 그다지 잘 하지 못하므로 상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일과 어려운 일은 잘 안 주는 위치이나, 아주 무능한 것도 아니고 대충 평균 정도 혹은 기본적인 업무를 무난하게 하는 정도는 되므로 내쫒기도 어렵고 월급은 월급대로 주면서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시키는 위치가 되거든요.
    게다가 조선은 소위 나일리지, 서열제 구조라... 10명중에 6등 정도면 연공서열제에서 배제하기도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대접이 증가하는 것 또한 무난하게 기대할 수 있지요.
     
    그러나 능력적 면에서 조금 나쁘게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이 약간 있기는 한데 이 점을 커버하는 것이 소위 말빨과 심리분석 능력으로, 밑에서 약간 더 유능한 것보다는 말빨과 심리분석으로 상대(상사와 관계자)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것이 낫습니다.
     
    단점이라면, 으음... 실제로 유능하고 노오력하는 인물들이 잔머리 굴리며 말빨과 심리분석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있겠네요. 
    그렇지만 원래 인생은 게임이고 현세는 질서의 신이 지배하는 그런 관념적인 세상과는 거리가 머니, 재미있게 잔머리 굴리며 노는 사람이 이기는 게 어쩌면 이 세상의 규칙에 좀 더 걸맞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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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도 어딜 가나 노오력하고 개선하는 이런 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닌데, 이런 태도가 진정으로 필요한 분야들이 없는 건 아니라서요.
     
    조선이라고 해도 능력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진짜로 진검승부를 보아야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조선에서 이런 분야는 보통 사업 운영이나 독자적인 연구개발과 같이 본인이 주인이 되어 운영하는 것 쪽인데, 어딜 가나 저런 식으로 활동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면 창업이나 학문적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연구개발직 쪽이 적당할 것 같네요.
  • 내가 학교다닐 때에는 시들시들의 법칙 또는 저공비행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시들시들은 c,d,c,d이고 저공비행도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대략 C0 정도..그러니까 2.0 정도의 학점만 맞자는 주의입니다.
    2.0 밑으로 내려가면 학사경고를 맞고 재수없으면 제 때 졸업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그러니까 2.0은 맞아주자.
    물론 교수를 꿈꾸는 애들은 4.5에 근접하는 점수를 원했고 고시를 준비하는 애들은 당연히 2.0쪽으로 가거나 극소수의 뛰어난 애들은 학점도 잘 맞으면서 고시 준비할 수 있어! 하면서 4.0에 근접하는 학점 맞으면서 고시도 준비하곤 했죠.
    그래서 마치 쌍봉낙타처럼 a와 c정도로 점수가 정렬되고 b쪽인 애들이 많이 없었죠.
    뭐 요즘에는 b+도 낮은 학점이라면서 차라리 f맞고 재수강하겠다는 시대라는데 그에 비하면 참으로 느슨한 세대였죠.
    6등의 법칙도 상당히 직관적이면서 좋은 표현입니다..
    다만 내가 갖고 있는 사고는..세상은 좌파적으로 볼 수 있어도 인생은 우파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좌파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좀 더 아귀가 잘 맞는데 그런다고 해서 6등 정도로 적당히 만족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자기 잠재력을 깎아먹고 피해의식에 가득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극소수의 챈스마저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에서 챈스가 올 지 안 올지는 모르는데 내가 6등 정도에 만족하면 챈스가 오기는 힘들겠죠.
    왜냐면 챈스는 결국 사람들이 제공하는 것인데 그들 눈에 최소한 내가 '상당히 우수한 잠재력'을 갖춘 것처럼 보여야 어떤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이 나를 기억하고 내게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일하는 현업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하는 것이라면 
    현업이 아닌 취미이건 미래 직업이건 아무튼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좋은 평판'을 얻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평판에서 작게는 시급 좋은 알바가 제공되고 크게는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거죠.
    다만 그냥 잘한다고 해서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로 끝나는..그런 보상이 없는 조직에서는 빨리 떠날수록 이익이겠죠.
    처제는 전문대(3년제;최근에 모든 간호대는 4년제로 바뀌었다고 함. 전문대도 4년제임)를 나와서 학벌 컴플렉스가 꽤 있었죠..
    인서울3년제 전문대 간호과도 꽤 점수가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거의 모두가 4년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실력은 모두가 인정했지만 결국 정규직이 되지는 못하더군요.
    교수가 강하게 푸쉬했으면 정규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교수가 그렇게까지 해주기는 싫었나 봅니다.
    결국 이 시골로 내려와서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님이 말한 '전략적 선택'은 잘 하는 편이 아니긴한데
    사실 우리 집안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죠..일은 틀림없이 성취하니까.
    이런 스타일 사람들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자신의 수고로움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편이더군요. 
    사실 저런 스타일은 누가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타고난 성질이 저러니까 열심히 할 뿐인 것이죠.
    동물농장에서도 '내가 더 일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동물 있잖아요? 딱 그렇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나라도 알아주고..알아주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있으니까 다행이죠.
    나도 최대한 처제에게 도움을 주려 합니다.
    저녁때에는 과외방을 한다는데 내가 좀 도움을 주려고해요. 어차피 나도 10-20대와 소통하는 게 더 좋지 내 나이 또래와는 말이 잘 안 통하는 편이라.
    50만원 받고 100만원어치 일해주면 처제에게도 좀 도움이 되겠죠. 
  • 사실 6등의 법칙 같은 건 딱 지켜야 한다는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관찰론적인 결과물에 더 가깝습니다. 어디서나 맞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대부분의 좆소 기업이나 헬센징들로 구성된 이익집단 등이 이러한 형상을 보인다는 이야기지요. 당연하지만 어딜 가나 다 맞는 이야기는 아니며, 잠재적인 기회가 주어지고 위로 올라갈수록 성과급이 더 많이 지급되는 곳일 경우에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1등(혹은 여기에 근접한)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6등의 법칙을 신뢰한다기보다는, 전략적인 사고와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면에 집중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효율성이란 그저 돈과 성취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종합적인 자산과 자원, 행동에 따른 이익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이지요. 
     
    단지 효율적인 선택을 하지 위한 분석의 부산물로서 헬조선사회의 일반조직에 대해 분석을 해 보니... 1등이 되기 위해 소모하는 자원 대비 수익(잠재적인 기회 포함) < 6등에 안주하고 받는 투자자원 대비 수익이 압도적이라,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이상적인 지점에 있습니다. 
     
    물론 어디서나 열심히 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역시나 복불복이며, 중소기업 다니는 흙수저들에게는 사실상 이런 거 따위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해당사항이 있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라서요. 게다가 언제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1등 하느라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심적, 시간적 자원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위의 분당서울대병원이나 목장도 엄밀히 말하자면 이 쪽에 속하기도 하며, 기회가 주어질 만한 곳이란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과 접점이 있는 곳인데 그런 곳은 들어가기도 쉽지 않고 처음부터 그런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아닌지는 들어가서 한달 정도만 조용히 관찰해보면 대부분 알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어디 갔을 때 처음에는 조용히 분위기와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집중하는 버릇이 있기도 하구요.
     
    흙똥수저들은 그저 조직에서 6등정도 하면서 조용히 기면서 사는 게, 결과론적으로 볼 때 일부 1등보다 조금 못 나갈수는 있어도 종합적인 가성비는 최고인 것입니다.
     
     
    그러나 성과급이 확실한 조직, 1등에 근접할수록 수익이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직종의 경우에는 당연히 1등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게 사업, 예능, 고위직, 프로게이머, 운동선수 등등인데, 이런 직종의 경우에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지라 최고가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학점의 경우도 사실은 이 쪽에 속하는데, 높으면 높을수록 받는 장학금과 용돈이 증가하니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닌 셈입니다. 게다가 대학에 가는 목적 자체가 학술적인 지식을 잘 익히기 위해서이니, 이쪽이 좀 더 그 목적에 부합하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기술적인 처세술, 타인에 대한 심리 분석을 이용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 조직과 환경의 특성에 따라 개인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1등이 되기도 하고 6등이 되기도 하면서 살아가네요. 이건 case by case이긴 하나, 저는 성격 자체가 효율성과 합리성에 조금 집착하는 면이 있다 보니 1등이 되기 위해 들어가는 노오오력 > 1등이 됨으로서 얻는 이익이 되면 가차없이 앞서가는 걸 포기하기는 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제가 전략적이지 못하지만 불필요한 데서 쓸데없이 힘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건 가정사의 영향도 있는데, 제 엄마가 그런 스타일이었어서요. 일종의 약한 트라우마랄까...
     
    개인의 가정사라 자세히 말하기는 뭣하긴 한데... 
    고등학교 때는 진짜 님 처제같은 성격에 능력치도 높아서 모의학력고사 전국 500등도 찍었었고 대학졸업 전까지는 엄친딸 + 금수저였는데, 몇 가지 전략적이지 못한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인해 10년만에 흙수저로 망해버리고 딸내미랑 3만원가지고 집에서 싸워대기나 하던 시절이 있었어서요. 그런 주제에 딸한테도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일에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잔소리하는 꼴에 보다못해 제가 폭발해서 날뛴 게 수십번 정도 되는지라...
     
    그나마 저랑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어서.
    제가 그 인생경험과 과정들을 익혀 양분으로 삼기 위해 나름대로 이야기도 꽤 많이 해 보고 그 인생에 있어서 했던 실수들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다보니,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도 비용과 선택에 의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훨씬 낫다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구요. 제 엄마 같은 경우에는 좀 극단적이기는 한데, 전략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의 부재로 자기가 타고난 재능들, 수년간 노력해서 이룬 성취들과 금수저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었던 기회들을 순간의 감정적인 선택으로 날려버린 게 한 두번이 아니었어서요.  
    이렇게 사는 건 차라리 노력 안한 것보다도 못하다고 생각 하는 편이며, 제 엄마가 학창시절에 놀기만 했다고 하는 이모, 외삼촌 중에 반백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제 엄마보다 못 나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더군요. 
     
    그나마 지금은 말단공무원이라도 열심히 다닌다고 쓸데없이 참견 안하고 거의 다른 인생을 살아서 문제가 좀 덜한 편이지만, 과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편이네요....
  • 님의 어머님이 반백에 전국 500등이면 87학번 정도 될 거 같은데 그 선에서 500등이면 문과에서는 대략 서울대 국제경제-경영-영문 정도이고 이과에서는 공대 인기학과-연대 의대 수준이었네요.
    예체능은 따로 집계 안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문과로 통합해서 봤을 거 같은데 그런다고 해도 대단한 공부머리 갖추셨네요.
    내 느낌에는 어머니가 집안에 대한 반항심리가 대단했나봅니다..당시만 해도 금수저 집안에서는 첩 두는 것이 일상사였는데 어쩌면 그런 거 때문에 생긴 반항심리로 엇나가고 결혼마저 일찍 해버린 듯..
    집안에서 잘 자란 딸은 반항을 해도 완전히 틀어지지는 않는데 아마도 외할아버지-어머니 모두 외고집인 듯...
    웬만하면 딸에게 잘 해주려고 하죠..나중에 챙기는 건 그래도 딸밖에 없기도 하고..
    사실 공부 잘 하는 것과 성공하는 것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그 범위에서 현저하게 벗어나는 경우도 적잖이 분포하죠..
    흙수저는 공부를 잘 해도 정보부족 등으로 인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대학에 입학하는 머리는 괜찮았는데 이후 공부에는 영 소질발휘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예전에 우연히 서울법대 74학번 연락명부를 본 적이 있는데(90년도쯤)
    서울법대 74학번이 대략 80명 정도 되었는데 그 중에서 사무관이 못된 공무원이 5명 정도 있었죠.
    74학번이 90년이면 35-6세 정도인데 그 때까지 사무관이 못되었다면 결국 9급이나 7급 시험 쳤다는 얘기인데
    당시만 해도 9급은 정말 루저들이 하는 거였는데도 그런 사람이 꽤 있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입학성적은 좋아도 고시와는 인연이 안 닿는 사람들도 있고
    반항심에서 극단적인 길을 걷는 사람들도 소수 존재하고(리정희 같은 경우도 그렇다봐야죠)

    80년대 학번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로맨스에 대한 감수성이 강했는데
    아마 사랑에 눈멀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올인했을 가능성도 있네요..
    디자이너라면 예술 쪽이니 더 그랬을 수도 있을 듯.
    그런 선택을 비웃기보다는 격려하는 시대적 분위기라서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고
    암튼 많은 우연이 겹쳐져서 어머니 인생에 상당한 불운이 깃든 듯.
    뭐 본인만 만족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나는 대학교를 2군데 다녔는데 한군데 졸업생들과는 밴드를 하고 지내는데
    잘 풀린 애들은 법조계나 고위공무원 등이 된 경우도 있고..그냥 평범하게 주부하는 애들도 있고..
    아주 실패자급(님의 어머니급)은 아예 밴드에 들어오지도 않으니까..

    님의 어머님은 전략적 능력은 확실히 부족하고
    여기에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아무리 없어보여도 이런 사람들이 꼭 한두명은 있게 마련)에게도 미묘한 반항심리 같은 것도 있어보이는데..
    뭐 타고난 예술가 팔자라고 봐야죠.
    예술가들은 정말이지 (경제적) 성공하기 어려워요.
    이런저런 체험하고 이제 50줄에 들어서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일 찾았으면 아주 망한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죠..
    아마 어머님은 의외로 자기 인생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사실 그렇게 만족하고 있진 않은데, 지금 와서는 후회를 많이 하더라구요. 

     
    나이 먹고 나름대로 철이 들어 가면서 과거에 자기가 놓치고 포기했던 선택들이 지금 와서는 자기가 평생 노력해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데다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통찰력이 있으셨던 외할아버지가 미리미리 다 알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조언들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자신은 물론이고 딸내미까지 비참하게 만들었다는 걸 생각하면서 종종 후회합니다.
     
    한번은 돈문제로 크게 싸웠었는데.
    이미 주위의 대학생들 중 거의 제일 절약하는 수준으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더 절약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부모에게 그래도 감사 어쩌는 헛소리를 해서 그 근래에 한창 유행이던 수저론을 이용해 흙똥수저라고 대판 지랄했던 적이 있었지요. 
     
    그래도 나름 머리는 좋은 편이라 제가 하는 말을 그 자리에서 이해했고.
    자기는 30년 전 돈으로 50만원씩 용돈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았으나, 자기 딸내미는 자기가 30년전에 받았던 돈의 반도 안되는(실제로는 아마 1/10도 안될)돈으로 간신히 비참하게 사는 딸내미를 보고 자기가 참 잘못 살았고 자식도 힘들게 만들었다고 엄청나게 후회하더군요. 
    어쩌면 이 뒤로 뭔가 생각이 바뀌어서 공무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진짜로 후회를 많이 했던 건 사실...
     
     
    원래 제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대학 졸업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완벽한 엄친딸로, 부모에게 반항기가 심한 저와는 달리 말 그대로 부모의 사랑을 받던 모범적인 딸이었지요. 사회와 부모가 요구하는 것들 중 모범적인 행동만 했고, 공부도 잘 했했었고 그 외에도 대부분 다 잘 해내는 편이었어서 갈등은 커녕 외할아버지가 나름대로 기대가 굉장히 크셨었다고 하더라구요.
     
    다만 대학교 이후에 성인으로서 자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던 것들 중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은 거의 없다시피했고, 죄다 이상한 선택들만을 해서 실패하게 되었을 뿐.
     
     
    제 외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도덕적이고 통찰력이 있으셨던 분으로...
    첩같은 건 일체 두지 않았었으며 당시에도 대학을 나온 지식인으로서 10년, 20년을 내다볼 수 있었던 분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사실 제가 살던 고향동네가 외부의 투자를 받아 관광지화하여 지금 준도시급으로 성장한 것 자체가 그 분의 통찰력과 선견지명 덕일 정도로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심지어 제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구식 현모양처상과 어설픈 낭만주의 연애기조가 맞물려 아주 수구적이면서도 이상했는데...
    외할아버지의 경우 현대 기준으로도 그리 보수적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어 있던 분이라, 졸업하자마자 결혼짓 하겠다는 걸 여자도 배웠으면 사회에 나가 기여하고 활동해야 한다는 말로 설득해서 디자이너가 되어서 어느 정도 사회에서 일한 것 또한 외할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하였지요.
     
     
    반면에 제 어머니는 님이 언급하신 것들 중 하나인, 말 그대로 감정적으로 사랑에 몰빵하는 짓꺼리도 했었고.
    주변 사람이 하는 뜬소문에 휘말려, 중고등학교 때 화학 천재라고 불렸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재능있던 분야인 화학쪽 진학을, 화학자 되면 애를 낳기 힘들게 된다는 단순히 남의 한두마디 지나가는 소리에 포기해 버린 것도 있었지요. 
     
    특히 최악의 선택은 자기가 상속받을 수 있었던 수십억이 넘는 돈을 거저 포기 한 것이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수백억의 유산을 둘러싸고 가족싸움이 있게 되자 자신이 받을 몫인 수십억의 유산을 포기하고 나눠줌으로서 싸우지 않게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 뒤로 20년간 후회하고 있지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다른 형제자매들은 이 돈으로 지금도 금은수저 노릇하면서 잘 나가고 있으며, 한번은 돈이 너무 부족한 바람에 친척이 운영하는 리조트에 가서 잠시 일했는데 그저 최저임금 정도나 주더라는... 그 외에도 구태의연한 보수적 관념과, 바보같은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인 사고관의 괴이한 짬뽕으로 손해본 게 한두번이 아니고, 아직도 권선징악을 믿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 할 지경이지요.
     
     
    전략적인 사고관념이 없었던 건 사실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아니었는데, 어릴 때는 말 그대로 보살펴 주는 하녀?가 있었고 대학교 때에는 당시 돈으로 매달 50만원씩 용돈(= 당시 기준으로는 대졸자 대기업 월급 수준...)을 받고 다녔을 정도라서요. 제가 한달에 25만원 가지고 학교 다니는 걸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늘과 땅 수준인듯.
     
    대학생 때까지는 금전적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데다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도 다재다능하여 대부분의 일이 잘 풀렸기에, 아예 그런 사고관 자체가 필요가 없었던 환경이라 그런 관념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더라구요.
    사실 전략적인 사고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부족한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여 최대한의 성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합리적이지 못한 실패적인 선택의 연속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대부분 날리고, 또 자기 딸내미까지 미래가 없는 노답 인생을 만들어낸 끝에 지금은 그저 과거의 일을 많이 후회하면서 사네요. 
    그나마 지금은 좀 철이 들어 반백이 되어서 말단공무원 일이라도 조금 끼적거릴 수 있게 된 게 다행이기는 한데, 한때는 정말로 날아오를 기회가 많았었고 딸내미 인생도 구질구질하게 안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쉽기는 하지요.
  • 여담이지만, 님 말씀대로 자기가 과거에 어울리던 친구들이랑은 연락을 거의 최소한으로만 가지는 거 같더라구요. 

     
    당시에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대부분 금은수저 + 명문대 조합으로 다들 뛰어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도 다른 사람들은 평균 은수저정도는 무리없이 차고 다니며 강남에 살고 남편이 의사나 법조인, 사업가, 혹은 본인이 교수인 경우도 있는 등 대부분 잘만 나가서요. 
    반면에 본인은 꽤나 힘들게 사니까...
     
    또한 제가 제 어머니에 대해 부정적이고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 또한 결국에는 결과론적인, 지극히 제 입장에서의 이야기로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확히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을 믿고 나아간 것일수도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 어머니도 나름 인생이 있는 거지요..
    후회라는 게 참 도움이 안되는 감정이지요.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가지 않은 길'을 늘 선택하는 분이었나 보네요.
    엄청난 재산을 포기하고 싸움을 막은 거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게 늘 보여지는 '내가 좀 손해보면 되지'라는 마인드인데..
    님은 이제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마인드를 갖고 있겠네요..
    저 역시 부모님의 안 좋은 면을 반면교사로 활용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나이들다보니 비슷한 점이 적지는 않지요..
    그래도 이제는 중산층 정도는 되었으니 부모님보다는 좀 나은 것으로 자위하죠..
    너무 미워하지 말고 잘해주세요. 
    님도 고생않고 자랐으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죠. '젊어 고생은 사서'는 바로 이런 데 쓰는 말이죠.
    흙수저에게 쓰는 말이 아니고. 
  • 그래서인지 조금 양보하고 살아라 vs 나부터 살자의 싸움판일 때가 종종 있기는 하지요.

    사실 제 어머니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저도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많은 않은데, 원래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원래는 감수성이 되게 예민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저런 문제점들을 알고 난 뒤, 인위적으로 감수성을 줄여 내고 합리적인 분석결과에 따르도록 고등학교 이전 시절부터 훈련한 결과가 지금의 저인데, 완전히 본성이 바뀌지는 않아서 지금도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등의 특성들이 많이 있기는 하더라구요. 
    그 영향으로 감정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대해 어느 정도 집착하는 면도 생겼기도 하구요.


    암튼 지금와서 생각해 봐야 아무 의미없는 생각 1에 불과하기는 하기에 별로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긴 한데요. 
    단지 이러한 인과관계가 명확한 결과인 건 확실하므로, 앞으로도 제가 부모의 말을 듣거나 존경하거나 공경할 가능성은 그저 0일 뿐이지만요. 

    과거에는 부모 공경 안하고 남들 하는 것처럼 안한다고 뭐라고 하긴 했는데.
    존경이란 모범적이고 능력이 있어야 받는 것이니 그저 세상에 낳아제꼈다고 존경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명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다가 이를 기반으로 수년간 항의해대니 이제는 그저 포기하고 살더군요. 그래서 요즈음에는 그럭저럭 평화가 유지되는 편이네요.
  • 여담이지만, 저도 제 또래와 대화하는 건 조금 말이 잘 안 통하는 면이 있더라구요.

    그나마 나이 좀 드신 분들 중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면 대화가 잘 풀리는 편인데, 뭔가 생각을 잘 하시는 분들과 만나면 대화가 잘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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