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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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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인터뷰] 화가의 명성은 어떻게 커지나?

2014년 4월 5일 by 도유진

 

나: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 예전부터 매우 궁금했습니다.

도: 첫번째는 공모전이 있겠지. 국전, 동아미술, 중앙미술 이런 것들. 그런데 진짜 이런 것까지 말하긴 그렇지만, 예술성 작품성 이런 거는 뒷전이고 예전부터 국전 심사위원 매수하고 자기 제자 넣고 이런 스캔들은 워낙에 많았고… 아예 이런게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상황이라…

 

전국적인 규모의 공모전을 하면 물론 작품성으로 채택되는 그림도 있지만 어디 교수 누구 제자, 무슨 작가 누구 제자, 이런식으로 미리 다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지. 그와는 다르게 지역규모 공모전의 경우에는 지역 연고로 많이 먹고 들어가기도 하고.

예를 들어 신라 미술 대전 같은 경우에는 경주 지역 유지나 경주 출신 작가들이 심사위원으로 많이 들어가. 예전에 나한테 XX 공모전 주최측에서 그림 좀 내달라고, 그쪽 출신이니 상은 무조건 준다고 그런 적도 있었고.

한 마디로 지역은 지역 연고로 상을 주는 경우도 많고 전국 규모는 직계 제자들, 누가 누구 밑에서 사사를 받았다 그러면 상주고 이런 식이지. 그래서 곤조있는 젊은 애들은 일부러 공모전 참석 안 하고, 그걸 나는 그래도 그림 한 번 내보라고 설득하고, 그런 적도 있었어.

나: 첫째로 공모전이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여러 어른들의 사정이 개입한 사례 및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는 식으로 점잖게 정리하고, ‘이는 어디까지나 도화백의 개인의견입니다, 글쓴이와는 무관합니다’라고 후에 발뺄 수 있는 문구를 첨가할게요. 난 소중하니깐요.

 

도: 두 번째, 전시회를 통해서 작품을 알릴 수 있지. 그림을 하나의 상품이라고 했을 때, 마트에 가져다 놔야 팔리겠지. 내 그림도 어디 물리적인 공간에 내놓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야 할 거 아니야. 뭐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가상 전시다 뭐다 하면서 여러가지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는 것 같더라.

물리적인 실제 장소를 구해서 그림을 내놓고 사람들에게 알려서 보러 오게끔 하고, 그러면서 구매와 홍보가 일어나길 바라는 게 일반적인데, 이게 또 쉬운게 아니란 말이지. 일단 괜찮은 전시장 구하기가 상당히 힘이 들어. 돈도 비싸고.

만약 영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서 아쉬운대로 어디 변두리에 화랑을 잡아다가 어디서 돈 좀 빌려서 일주일쯤 전시를 한다고 쳐. 여기서 그림을 얼마나 팔 수 있을까? 보통 지나가다 잠깐 들르는 식으로, 그런 사람들만 들어와. 길 걷다가 당장 급한 일 없는 사람들이나 시장 돌아가는 상황 보려는 사람(그러고 보니 이것도 그 화랑이 변두리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기대할 수 있는게 아니겠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일거야. 일단 구매력이 없는거지.

 

그런데 정말 그림이 좋아서 소장하려는 일반인들은 또 이런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사기는 역시 무리거든. 철저하게 그들만의 세계인거지.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 작가들이 인터넷 갤러리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는 경우도 많더라. 알릴 방법도 딱히 없고, 갤러리 대관은 부담스럽고 하다 보니까 아주 저렴하게 올려.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올리는건 보통 호당 5만원선인 것 같던데, 한번씩 둘러보면 진짜 괜찮은 작품도 간간히 보이고 조금만 더 시간 지나면 상당한 작품이 나오겠다 싶은 것들도 한번씩 있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안타까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훌륭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해.

나: 대관료는 보통 어느 정도선인가요?

도: 크기, 위치, 전시되는 작품들의 수준, 갤러리 관장의 급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야. 보통 일주일로 대관 기간을 많이 잡는데, 하루 30만원이라고 쳤을 때 대관료만 이백이 넘지. 그리고 여기서 추가적으로 카탈로그 제작, 오픈비, 액자값(이거 진짜 만만하게 볼게 아니야. 비싸), 이런 명목으로 5, 6백은 그냥 눈깜짝할 새 깨져.

근데 허구먼날 그림만 하는 사람들이 그 돈이 당장 어딨어. 그리고 전시회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되는데, 이게 작가 혼자 힘으로는 99%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하늘이 화가로서의 재능과 영업맨으로서의 재능을 동시에 내려준 게 아니라면야.

 

나: 그래도 일단 작품은 알려야 하니까, 눈 딱 감고 대출을 받든지 주변에서 땡겨오든지 해서 전시회만 열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작품성과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전제 하에서.

도: 그림이 좋고 또 상품성도 있고,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 당시의 시류를 잘 탔거나 하면 물론 본전치기야 가능하겠지. 그렇다고 다음 전시회까지 쓸 총알(다음 전시회 비용 및 그 때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저생계비용 등)을 구비할 수 있을 정도냐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야.

 

사람을 모은데도 실질적으로 구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관건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대개 갤러리 관장들과 콜렉터들이지. 그리고 어느 정도 명성을 가진 작가가 아니라면야 대부분 완벽한 갑과 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게, 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제대로 전시회를 치르는게 아무래도 힘이 많이 드니까.

나: 여기서 또 다른 방법 하나 나오네요, 인맥.

도: 아무래도. 굳이 이쪽 업계에만 한정시킬 수는 없지만 하여튼 세번째 방법은 인맥과 연줄이야. 만약 내가 아는 친한 동생 중에 일간지 문화부 기자가 하나 있다고 치자. 내가 말을 잘 해서 이 사람이 청송 산골짜기에 틀어박혀서 주산지를 그리는 화가에 대해서 기사를 써준다고 쳐. 아니면 평론가, 콜렉터들이 나 좀 도와주겠다고 나와 내 작품에 대해서 소문을 내는 거야.

여기 주산지를 그리는 이름없는 한 화가가 있다, 우연히 마주친 그의 그림은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일이 잘 풀려서 집중 취재 한번 들어오고 하면 뜨는 거 금방이지. 예전부터 있던 일들이지만, 근래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걸 마치 공산품 제조하듯 가공해서 철저하게 상품화시키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거야. 콜렉터들이 재력가 몇 모은 뒤에 평론가 집어넣고 적절하게 팀 조합하면, 작가 하나 만들어 내는거야 한순간이지.

전시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내가 만약 이러한 업계의 상황과 타협을 한다고 쳐보자. 우선은 가장 먼저 이 지역의 괜찮은 갤러리 관장들과 이러저러해서 관계를 잘 다진 다음에, 이야기가 잘 되면 계약을 하게 될거야. 아이돌과 기획사가 하는 것처럼, 6대 4 이런 식으로 하게 되겠지. 그리고 전시를 해서 1000만원의 수익이 나오면 미리 정해둔 비율대로 수익을 분배하게 돼.

사실 이렇게 갤러리 관장이랑 손을 잡지 않으면 발표할 기회조차 변변치가 않아. 거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돈으로, 자기 힘으로 다 해야 하는데 이게 진짜 어렵지. 어찌어찌 전시를 한다고 해도 지나가던 일반인들이 들어와서 그림을 사야 하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갤러리와 손을 잡으면 그들은 그림에 대한 관심과 소장할 능력 모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어. 괜찮은 신진작가가 있으니 와서 한번 보고 가세요, 소장가치 있고 재테크용으로도 쏠쏠해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끌어모아 주지.

또 갤러리와 함께 전시를 할 경우 여러가지 좋은 점들이 많아. 대관료를 갤러리측에서 부담하기도 하고, 재고의 부담도 적지. 예를 들어 30점을 내놨는데 20점만 팔렸다, 그러면 남은 10점을 갤러리가 사주기도 하는거야. 대신 아주 저렴하게. 그래도 그게 어디야, 감지덕지지.

 

그래서 아무래도 갤러리같은 업계사람들과의 인맥이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창작활동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부분들에까지 신경을 써야하니 작가들은 죽어나는거야. 그림 질은 질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고. 또 갑을관계가 워낙 명확하다 보니 이 와중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해.

특히 젊은 애들은 두 눈 멀쩡히 뜨고 헐값에 작품 뺏기는 경우가 진짜 많아. 당장 작품은 알리고 싶고, 그러니 전시는 해야겠고, 갤러리측에서 좀 심하다 싶은 조건을 내밀어도 그냥 숙이고 들어가야 되는 거지.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먹고 살기는 힘들어지고, 아무리 해도 희망이 안 보이니까 도중에 그만두고 전향하는 거야. 학원에 강사로 들어가거나 집에 돈이 좀 있으면 학원을 차리기도 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쪽을 배워서 취업을 하거나, 학위를 따서 미대에서 강의를 뛰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거, 이게 특히 많이 변질이 된데다가 여기에 상업화, 시장경제의 개념까지 더해지면서 요즘엔 그림을 예술의 영역에서 보는게 아니라 상품을 멋지게 가공하고 홍보를 때린 뒤 값을 올려서 파는 식이 돼버렸어. 그리고 이런 업계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지. 탤런트만 해도, 요즘 길거리 캐스팅이 어디있냐.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그림이 좋아서, 정말 그림이 너무 좋아서 꾸준히 작품활동하는 재야작가들 많아. 정말 열심히 창작활동 하면서, 자기 소신껏 타협 안 하고 드문드문하게나마 꾸준히 계속 개인전하고, 한 명이 찾아오든 그림을 사가든 말든 굶어가면서 계속 하는 그런 사람들. 그리고 그런 거는 죽고 나서야 백에 한 둘 알려지더라, 고흐처럼.

 

나: 이제 슬슬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싸울 때 말곤 이렇게 통화 오래 해보긴 정말 간만인 것 같은데, 여러모로 생각 많이 해 볼 수 있는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하고, 부디 작품활동 열심히 해주시기 바람. 드라마 너무 꼬박꼬박 챙겨보지 마시고.

도: 나는 그저 내 딸이 빨갱이가 아니길 바랄 뿐임.

 

한국 미술계의 부정적인 면과 갤러리와 전시 등의 몇 가지 측면에 국한하여 전반적인 이야기가 흘러간 감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나마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대화였다. 지금부터라도 나부터 관심을 가지고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어 보고자 노력할 생각.

 

출처

http://ppss.kr/archives/15248

 

 

한국에서 화가로 유명해 지려면 인맥이 있어야 한다

그 인맥은 지역적 연고로 지방 출신이나 빽이 없는 자들은 절대로 유명해 질 수가 없다 

그 결과 전국 지역에서 잠재력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발굴 못하고 묻히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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